"미중 갈등 장기 전면전 대비해야"…中 반도체 굴기 가속화 우려도

박철응 기자 / 2025-05-29 16:19:48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현지 동향 분석
"中 수출 기업들, 단기 해소 어렵다고 봐"
기술 통제 강화, 유학생 추방 등 확전 양상
中 반도체 기술 자립 촉매 작용, 韓엔 타격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장기적으로 전면화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국 대치는 이달 들어 90일간의 '관세 휴전'이 이뤄지며 누그러지는 듯 했지만 최근 기술 통제 강화와 유학생 추방 등으로 오히려 확전되는 분위기다. 

 

부침이 있더라도 큰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다. 우리로선 불이익이 우려된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가속화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정상들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한 미국 관세 대응 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29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무역관은 최근 현지 동향을 전하면서 "90일 유예기간 내 미중 양국이 새로운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미국의 대중국 수입 관세율은 54%, 중국의 대미국 관세율은 34%로 다시 인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중 경쟁의 장기화·전면화에 대비한 중장기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중국 수출업계는 미국의 통상 압력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해외 생산기지 구축 등 고관세 회피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1% 급감했으나 베트남(22.5%), 태국(27.9%), 인도네시아(36.8%) 등 동남아 국가로의 수출은 크게 늘었다. 전체 수출은 8.1% 증가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경제전망을 하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은 보호무역 조치가 장기간 고착화되는 경향을 감안하면 2026년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트럼프 1기의 대중국 관세 및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관세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유지된 바 있다"고 분석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은 "미국의 대중 전략은 단순 고관세 조치에서 기술 통제, 투자 규제 등 전방위적 압박 기조로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도 이에 맞서 핵심 광물 수출 통제, 보복 관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지정 등 복합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항공기 엔진, 특정 화학물질 등 핵심 기술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선 중국에 기간산업의 필수 기술을 차단하는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대해서도 중국 수출 중단을 통보했다고 한다. 

 

인적 교류 영역으로도 싸움이 번지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중국 학생들에 대한 비자를 공세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취소 대상에는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핵심 분야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포함된다고 했다. 

 

앞으로 중국에서 접수될 미국 입국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개정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에 튀는 불똥은 커진다. 베이징무역관은 "한국은 양국과의 무역 및 공급망 연계도가 높기 때문에 미중 경쟁의 직접·간접적 파급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중국의 대외경제 정책, 수출입 통제 조치, 공급망 규제 변화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이에 따른 영향을 산업별로 분석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연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외 해외 시장에 보다 공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므로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봤다. 베이징무역관은 "우리 기업에게는 차별화된 기술력, 가격 경쟁력, 공급망 유연성을 갖춘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공급망 협력 다변화, 리스크 완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 타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이 중국 경제에 단기적 타격이 되겠지만 기술 자립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3년 평균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 중 대중국 비중은 54%에 달할 정도여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중 대립발(發)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가 가속화되며 글로벌 공급망 이원화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대해 무효라고 내린 결정이 가져올 파장은 주목된다. 백악관은 곧바로 항소키로 했으나 법적 다툼 과정에서 '관세 폭탄'은 유보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품목별 관세는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유지된다. 상호관세 대신 품목별 관세를 확대하거나 다른 수단으로 압박할 여지도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은 더 커진 셈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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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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