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제안 중점 검토 "업체 경영 상시 모니터링"
'소비자 이익' 관점에서 수수료 적정성 판단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개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배달앱 업체들의 경영실적을 모니터링해 소비자 이익 관점에서 수수료 수준의 적정성을 따지는 방향이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간 이른바 상생안이 최근 도출됐지만 자영업자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려는 것이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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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의민족 라이더.[뉴시스] |
26일 조달청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5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방안 연구' 입찰을 공고했다. 연구기간은 다음달부터 4개월간이다.
공정거래법에서 시장지배적사업자 남용 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의 유형과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돼 있음에도 미비해 이번에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공정위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신속히 대응 방안을 마련해 필요한 경우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언급하며 관련 시행령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 것을 적시했다.
당시 유 의원은 "지난해 배달의민족 매출이 2019년에 비해 거의 6배 성장했는데, 입점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입점업체도 배달앱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경쟁 정책' 보고서에서 제시된 '소비자 이익' 관점을 언급하며 시행령 개정을 해법으로 요구했던 것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소비자 이익 저해 관점에서의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답했으며 이번 연구로 구체적인 첫 발을 딛게 됐다.
KDI는 플랫폼 수수료 문제를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부당한 가격 결정 행위 금지 조항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봤다. 생산과 가격 구조가 단순한 품목이면 가능하겠지만 플랫폼은 수수료 체계가 다양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후생 측면에서 공정거래법상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시행령으로 구체화해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소비자 이익 저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경쟁당국이 플랫폼 업체의 가격과 매출 등 경영실적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KDI는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의 참여자 후생보다 이후의 참여자 후생이 떨어지는 경우라면, 플랫폼에 대한 착취남용 적용은 설득력이 있다"면서 "경쟁당국은 시장데이터를 활용해 착취남용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플랫폼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거나 필요에 따라 착취남용 조사 등으로 개입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독일 등 해외 경쟁당국의 관련 법령 등 사례들도 분석키로 했다. 특히 독일 연방카르텔청의 페이스북에 대한 법 집행사례를 참고해 소비자 개인정보 침해 등도 소비자 이익 저해 행위로 볼 수 있을 지를 검토한다. 2019년 독일 당국은 페이스북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동의를 받는 과정에 대해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는 아예 배달앱 수수료 상한선을 정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 법안'에는 수수료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상한의 범위 내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여야 하며 부당하게 중개수수료율을 차별하여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배달앱 상생 협의체가 협의했다고는 하는데, 반쪽짜리 협의가 되었다고 한다"면서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온라인플랫폼법을 제정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의 자율적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KDI는 "플랫폼 수수료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계속 지켜만 보거나 무리한 규제를 통해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경쟁당국도 플랫폼 수수료 논란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며 그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기능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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