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고발
주총 권한사항 외에도 주주제안 특례 법안 발의
공정위,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CJ에 과징금
상법 개정 후 대주주를 향한 소액주주의 압박이 힘을 받고 있다. 여당은 더 센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고 정부는 대기업그룹의 부실 계열사 우회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전방위적인 기업 지배구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8일 소액주주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티웨이홀딩스 소액주주연대는 매각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익 침해 등을 당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기 위해 전자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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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
지난 2월 당시 티웨이홀딩스 최대주주였던 예림당과 오너 일가가 지분을 대명소노그룹에 넘기면서 시가 대비 7배에 이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긴 반면 소액주주들은 주식가치 희석이라는 일방적 손실을 입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소액주주연대는 탄원서 초안에서 "상법상 이사와 대주주에게 부여된, 회사의 이익을 위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주주의 자의적 결정으로부터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려는 상법 개정 취지를 무시했다고 지적하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소액주주들도 대주주와 동일한 조건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법제화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4일 KG그룹 소액주주연대도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에 탄원서를 낸다고 밝혔다. KG그룹이 2017년 KG제로인과 KG네트웍스를 합병할 때 편법적 경영 승계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고 KG에코솔루션이 이차전지 사업을 위해 정관을 바꿨으나 2년 만에 철회해 투자자 기만 의혹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관 투자자들도 적극적이다. 최근 VIP자산운용은 롯데렌탈이 추진하는 유상증자가 주주 권익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롯데렌탈은 지난 3월 롯데그룹에서 분리돼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 1조6000억 원에 인수됐다. VIP자산운용은 어피니티 지분율이 유상증자를 통해 더 늘어나면 주주총회 특별결의 기준을 넘겨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개정된 상법의 이사 충실 의무에 따라 롯데렌탈 사외이사들이 유상증자 계획 철회를 결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지난 16일 롯데렌탈에 대해 "일반주주는 유상증자로 인해 대규모 희석화 피해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물러선 사례도 나온다. 재생의학 기업 파마리서치는 지난달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추진 계획을 발표했으나 지배주주 이익을 위한 꼼수 논란에 휩싸인 끝에 지난 8일 철회했다. 이 회사는 "기업의 의사결정은 보다 능동적이고 깊이 있는 신뢰 기반의 주주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이 나서 법적 처벌을 요구하기도 한다. 참여연대와 한국투명성기구 등은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 논란과 관련해 지난 16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태광산업은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200억 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하다가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 이사들의 위법행위를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하자 멈춘 상태다. 시민단체들은 "이사회가 아닌 이 전 회장을 고발한 이유는 실질적 영향력을 끼친 결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엔 지난 3일 상법 개정안 통과 후 보름동안 추가 상법 개정안 7건이 쏟아졌다.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후보에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과 함께 '권고적 주주 제안' 특례 법안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발의안은 주주총회 권한 사항 외에도 주주제안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지배구조를 포함한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등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의견을 내고 경영진과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공정거래위는 대기업의 부당한 내부 지원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타깃은 총수익스왑(TRS) 등 파생상품을 통한 채무보증 제한 제도 우회다. TRS는 매도자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 등을 모두 매수자에게 이전하고 대가로 약정이자를 받는 상품으로 채무보증과 유사한 성격이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16일 CJ그룹이 파생상품을 통해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65억4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CJ와 CGV가 2015년 TRS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CJ건설(현 CJ대한통운)과 시뮬라인(현 CJ 4DX)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부당지원한 혐의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 2000개가량을 대상으로 계열회사 간 거래 행태 실태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해 현행 제도·감시 방식의 개선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66개 기업에 대한 주주 제안이 이뤄져 2020년 대비 약 6배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며 "미·일에 이어 글로벌 3위의 주주행동주의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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