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年 9조 영향" 관세 쇼크 본격화…"트럼프, 대공황 망각"

박철응 기자 / 2025-07-11 17:25:31
2분기 영업이익 15% 이상 감소 추정
현대차 연간 5조1000억, 기아 4조 영향
노조 "고용 불안감 커져, 車 산업 전반의 문제"
KDI 연구위원 "1930년대 보호무역 회귀 우려"

미국 관세 조치로 인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 감소는 서막이다. 앞으로 연간 최대 9조 원 이상의 영향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결국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국내 대규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의 역사적 교훈을 망각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전경. [뉴시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감소할 것이란 추정이 대부분이다. SK증권은 현대차의 2분기 매출액이 45조9000억 원으로 2%가량 늘겠지만 영업이익은 3조6000억 원으로 15.2% 감소할 것으로 봤다. 삼성증권은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2조8520억 원으로 21.7%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 부과가 반영된 것이다. 더 많이 팔아도 이익은 줄어든다. 2분기에는 일부 기간만 포함됐지만 이제는 고정된 조건이 됐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171만 대다. 이 중 한국에서 97만 대, 멕시코 공장에서 17만 대가 들어갔다. 대당 관세는 6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판매가를 유지하며 유사한 판매량을 기록한다면 연간 관세 비용은 현대차 5조1000억 원, 기아 4조 원으로 SK증권은 분석했다. 

 

향후 시장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각 업체들이 관세를 감안해 가격을 올리면 미국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가 뒤따를 수 있다. SK증권은 현대차그룹이 판매가격을 10% 올리고 미국 수출 물량이 20%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관세 비용은 현대차가 연간 3조7000억 원, 기아 2조8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만큼 매출 규모가 축소되는 셈이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 중 20~30%가 관세 비용으로 나갈 것이란 예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을 위해 관세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에 자동차가 대표적 타깃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도체와 함께 자동차가 주력 수출 품목인 한국 산업계에게는 재앙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이날 발표한 수출 대기업들의 올해 하반기 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업종의 채산성 악화 전망 응답 비율이 각각 53.8%, 66.7%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 38.7%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공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노동계는 대량 해고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이익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미래변화대응TF 위원은 전날 국회 토론회에서 "현대차그룹은 해외에 생산 기지를 건설할 때 협력업체 및 부품사들이 동반 진출해 현지 생산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전략을 오랫동안 추진해 왔다"면서 "고용과 경제 생태계 문제는 완성차만의 문제가 아닌 자동차 산업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23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은 38%였으나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생산량이 증대되면 2027년엔 60~68%까지 높아질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이 위원은 "기술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울산공장 전기차 라인의 일시 가동 중단 사례와 국내 자동차 총생산량 감소는 노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협 조사에서 주요 수출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대한 기업들의 응답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이 53.3%로 압도적 1위였다.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침체'가 14%, '미중 통상 갈등 심화'는 12.7%였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불러온 악재들이다.

 

과거 대공황을 야기했던 잘못을 답습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하나금융연구소 '하나금융포커스' 기고에서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는 상황이 확산될 경우 1930년대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의 회귀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1930년 평균 59%의 고율 관세를 도입했고 유럽과 캐나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미국산 제품에 30~50% 수준의 보복관세 부과로 맞대응했다. 관세전쟁은 경기 침체와 맞물려 1934년까지 세계 무역량을 66%가량 감소시켜 대공황을 악화시켰다. 이후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계기로 관세 인하 흐름이 시작됐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자유무역 질서가 정착됐다. 

 

송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이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지난해 기준 GDP 대비 수출입 비율이 90.93%에 이르며 미·중에 대한 높은 무역 의존도로 인해 트럼프식 관세 정책에 취약하다"고 했다. 그는 "자유무역의 가치와 현실적 이해가 충돌하는 시대에, 보다 정교하고 실용적인 통상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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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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