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우 교수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변해야 산다"

유태영 기자 / 2024-03-15 17:37:03
"쿠팡에 1위 자리 뺏긴 이마트…정용진 회장이 되찾아야"
"알리, 10년전 쿠팡이 했던 방식대로 점유율 확대 노력"
"이제 '싸고 좋은 물건' 강조하기 보다 '가치소비' 주목해야"

전문가는 특정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사람을 뜻하지만 이들을 불신하는 시선도 있다. '현장경험'이 부족해 전문가 조언이 탁상공론에 그치곤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런 우려와는 거리가 먼 유통 전문가다. 2000년대 초 신세계 그룹 이마트에서 시작한 그의 유통업계 현장 경험은 일본계 글로벌 기업 아이리스코리아 마케팅 부서장까지 약 20년간 지속됐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가 15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 한 공간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올해 유통업계를 전망하고 있다. [유태영 기자] 

 

그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아주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전공 석·박사학위 과정을 마쳤다. 2022년 2월 아주대 경영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동대학 겸임교수로 일하면서 기업 컨설팅 자문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말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성장을 이끈 쿠팡의 '로켓배송'과 네이버쇼핑의 '도착보장'으로 대표되는 풀필먼트 연구로 국내 물류 발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 한국물류대상'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현장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셈이다. 

UPI뉴스는 15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 한 공간에서 이종우 교수를 만나 올해 유통업계 주요 쟁점에 대해 인터뷰했다. 그는 "올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위 자리를 내준 쿠팡을 따라잡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변해야 산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원년이다. 어떤 변화 예상되나.


"쿠팡에 빼앗긴 1위를 탈환하는 게 가장 우선이 될 것이다. 먼저 오프라인 매장을 되살리는 것부터 해야 한다. 현재 국내 이마트 점포가 140개 정도 있는데, 마트가 마트 같지 않다는 게 현재 부진의 핵심이다.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ㅡ지난해 온라인 쇼핑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온라인 쪽으로 무게추가 완전히 기울어졌다. 쿠팡이 이마트를 제친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료배송'을 필수적으로 해준다는 것이다. 무료배송을 받으려면 몇 만원 이상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계속 소비하게 된다."

ㅡ지마켓·옥션 실적이 부진하다.


"매각할 수도 없으니 답은 '혁신'뿐이다. 예전엔 온라인 쇼핑몰이 싼 물건을 파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그렇게 해선 고객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배송도 무료로 해야되고 OTT(Over the top) 서비스 등 쇼핑 이외에도 즐길 콘텐츠도 마련해야 한다."

ㅡ이마트는 '체험형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마트에 오는 소비자들은 체험하러 오는 게 아니다. 무언가를 보고 즐기려는 니즈(needs)가 있는 소비자들은 백화점을 가고 복합 쇼핑몰을 간다. 마트는 기본적으로 식품을 사러 가는 곳이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체험형 매장은 스타필드로 충분하다."

ㅡ최근 알리가 1.4조 투자계획을 밝혔다. 국내에 미칠 영향은.


"국내 고객들이 같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직구 시장은 밴더나 셀러가 중간에서 마진을 챙기는데 알리는 그 과정을 줄여서 가격 경쟁력이 커졌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와 함께 건전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ㅡ부작용은 무엇인가.


"국내에서 공산품을 파는 '스몰 브랜드' 몰락 위험이 커졌다. 알리가 국내 투자를 통해 얼마나 고용창출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겠지만 당장 국내 업체들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가 15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 한 공간에서 UPI뉴스와 만나 2024년 유통업계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유태영 기자] 

 

ㅡ쿠팡이 지난해 첫 연간 흑자 달성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쿠팡이 처음에 소셜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을 때는 새로 생겨난 수많은 소셜커머스 기업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 소프트뱅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고 풀필먼트센터(통합물류센터)를 확장하고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한 뒤 퀀텀 점프했다. 이젠 다른 나라로도 영토를 넓히는 한편 공모가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주가를 회복하는 것이 과제다."


ㅡ쿠팡에게 '알리'가 위협적인 존재인가.


"충분히 위협적이다. 알리는 10년 전 쿠팡이 했던 것처럼 수수료를 포기하고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주로 중국에서 만든 공산품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선다. 쿠팡이 어떻게 대처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점유율을 알리가 가져갈 수 밖에 없을 거다."
 

ㅡ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강연을 종종 하는데, 해주고 싶은 말은.


"고객의 쇼핑 스타일이 바뀐걸 모른 채 아직도 MD에게 '싸고 좋은 물건'을 찾으라고 한다. 단적인 예로 요즘 MZ세대들은 3000~4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난 뒤 스타벅스에서 6000원짜리 커피를 마신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가격보다 맛을, 브랜드를 추구한다는 거다. 이젠 MD의 덕목은 '고객이 좋아하는 가치를 갖고 있는 제품'을 찾는 것이다." 

 

ㅡ올해 유통업계 관전 포인트는.


"올해는 쿠팡에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뺏긴 정용진의 신세계그룹이 1위 자리 탈환을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고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핵심 포인트다. 또 쿠팡 입장에선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 가도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웅크리고 있었던 네이버가 유통업계에 큰 '한 방'을 가져올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네이버 쇼핑이 처음 '도착보장'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는데 변화가 느린 것 같다. 네이버 쇼핑은 다른 오픈마켓보다 위탁수수료가 3분의 1가량 싸기 때문에 셀러가 가장 많이 등록돼 있다. 이점을 활용해 지금보다 공격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이면 충분히 유통업계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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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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