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프렌드쇼어링 강화로 진입 가능성 확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 잇따라 현지 공장 투자
국내 산업 기반엔 먹구름…"단순 하청국 위험"
미국 행정부가 우방국끼리만 거래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원칙을 바이오·제약 분야에도 적용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은 이에 발맞춰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한국 내 산업 기반과 생태계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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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서 열린 셀트리온 생산시설 개소식에서 기우성(왼쪽부터) 셀트리온 부회장, 토드 윙지 셀트리온 브랜치버그 대표이사, 박경옥 셀트리온홀딩스 수석 부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토마스 킨 주니어 연방 뉴저지 하원의원, 앤디 김 연방 뉴저지 상원의원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
7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3년 6022억 달러(약 872조 원)에서 2030년 1조 달러(약 1448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의 절반가량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전세계 관련 투자액의 55%를 차지할 정도다.
이 같은 글로벌 핵심 시장에서 변화와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 코트라는 전날 '트럼프 행정부 2기 미국의 바이오·제약 공급망 재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과 프렌드쇼어링 정책 강화에 따라 한국은 미국 공급망 내 중간 제조·조달 거점으로의 전략적 진입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치료제, 진단기기 등의 공급 차질을 경험하며 보건 분야를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재정립했다. 의약품·원료의약품(API)·의료장비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국 내 생산과 조달 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행정명령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 역시 배경에는 중국 견제가 깔려 있다. 코트라는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통해 의약품·원료의약품 수입의 국가 안보 영향을 평가 중"이라며 "향후 중국·인도산 원료의약품 및 완제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및 수입쿼터 설정 등 무역규제 조치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지난해 말에는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바이오 기업의 미국 내 활동을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이 발효됐는데,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는 사업 확대의 여지가 커진 셈이다.
코트라는 "미국 내 원료의약품 제조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은 글로벌 c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 생산 역량과 우방국 지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지난해 발효된 기술과 제조설비 인허가 간소화 행정명령도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행정부가 고가 혁신신약에 대한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한국에는 기회다. 비용 효율성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복제약(바이오시밀러·제네릭) 판매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을 제2의 생산지로 삼는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생산시설 개소식을 개최하며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미국 내 핵심 생산 거점이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개소식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향후 연구센터까지 포함한 종합 위탁개발생산(CDMO) 생산기지로 확장시켜, 송도 본사와 함께 글로벌 성장의 큰 축을 맡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2억80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들여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회의 확장이지만 한국 내 산업 기반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김현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관련 보고서를 통해 "국내 업체들의 해외 이탈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AI·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전략에 큰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면서 "단백질, 항체, 백신 등 고분자 바이오 물질을 대량 생산해 온 국내 초격차 공정과 기술이 생산시설 이전과 함께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고부가가치 생산공정 설비가 미국으로 대거 이전될 경우, 한국은 지금까지 축적해 온 고분자 CMO(위탁생산), CDMO 역량을 상실하고 저분자 화합물만 생산하는 단순 하청국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프렌드쇼어링은 한국 바이오 기업에 '미국 진출의 문'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국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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