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군비 증강은 이제 시작…K방산엔 날개

박철응 기자 / 2025-12-03 16:19:00
푸틴 "유럽 원하면 싸울 준비 돼 있다"
유럽 재무장, 중동 안보 자립 강화 흐름
EU, 5년간 1360조원 방위 투자 자금 조달
"K방산은 납기 준수, 가격 등 경쟁력 입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이 보이는 듯 하지만 세계 각국의 군비 증강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한 재무장에 뛰어들고 중동 지역도 안보 자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 가도에 있는 한국의 방위산업 기업들에겐 또 한 번 크게 약진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한 투자 포럼에서 "우리는 유럽과 싸울 계획이 없다고 수백 번 이야기했지만 유럽이 우리와 싸우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등과 종전안을 논의하기 직전 공개 석상에서 던진 날선 발언이다. 

 

▲ 지난달 1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어쇼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 UAE 공군 관계자들이 방문한 모습. [KAI 제공]

 

미국과의 종전안 협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일부만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영토 문제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애초 28개 항의 종전안을 마련했으나 내용이 러시아에 편향됐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반발해 19개 항으로 축소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때문에 유럽이 종전을 방해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한 것이다. 

 

·우 전쟁이 일단락되더라도 긴장 구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러시아는 5년 내 나토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세대 러시아 미사일은 음속의 몇 배속으로 날아가며 유럽 각국 수도는 몇 분 거리"라며 "동유럽, 서유럽은 없다. 우리 모두 동쪽 국경에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유럽은 그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집단안보 체제에서 독자적 방어 능력 강화로 기울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5월 1500억 유로(약 256조 원) 규모의 무기 공동구매 대출기금(SAFE) 신설에 합의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전쟁 종료 이후 군비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1950년 이후 발발한 76건의 전쟁 중 관련 데이터가 확인되는 11개 국가에서 전쟁 종식 다음 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지출 비중이 높아진 국가는 한국과 베트남, 이란 등 4개국이었다. 7개 국가들은 직후 연도에는 낮아졌지만 2년 차부터 5년간 전쟁 이전보다 국방 지출 비중이 높게 유지됐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유럽의 재무장, 중동 안보 자립, 아시아 군비 확장 기조는 구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 끝나지 않는 한 미국의 '안보 우산'은 점진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미국의 동맹국, 우호국들은 중장기적으로 군비 지출을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채 연구원 분석이다. 

 

·우 전쟁 발발 이후 한국 방산 업체들의 수출은 급격히 증가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2022년 각각 22.3%, 18.3%였는데, 올해는 58.4%, 70.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더 큰 시장이 예상된다. 유럽은 올해부터 5년간 최대 8000억 유로(약 1360조 원)의 방위 투자 자금 조달 계획이 있다. SAFE 자금 외에도 회원국 분담금으로 6500억 유로를 충당할 방침이다. 

 

한국 업체들은 그동안 입증해온 경쟁력을 내세우며 현지 생산 체제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폴란드와의 방산 수출 협정 이후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포, 장갑차, 미사일 등으로 전환되었다"면서 "폴란드로의 수출을 통해 한국 방산업체의 장점인 가격과 납기 준수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한화에어로는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 현대로템은 폴란드에서 생산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유럽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수주 기대도 나온다. 2020~2024년 무기 수입 상위 국가를 보면 카타르(3위), 사우디(4위), 이집트(8위), 쿠웨이트(10위), 아랍에미리트(UAE11위) 등이 포진하고 있다. 합산 점유율은 22.4%에 달한다. 

 

이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주변국의 잦은 교전으로 인해 군사적 갈등이 심화된 상황"이라며 "무기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주 국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개발 및 생산 계약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한화에어로를 필두로 한 사우디와의 대규모 방산 계약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현대로템 K2 전차의 다음 수출국으로 이라크가 유력하다고 꼽았다. 

 

대공 방어 시스템 수출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주요국은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어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컨셉을 차용하기 좋은 구조"라며 "(LIG넥스원의) 천궁-II는 납기, 가격, 호환성 면에서 경쟁 제품 대비 우위에 있으며 향후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도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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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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