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은 '상호관세', 자동차·반도체 등은 '품목관세'
"위헌 판결 나면 대박?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
위헌 판결 나도 무역법 등 활용해 다시 시도할 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 일부를 위헌으로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 대상은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별 관세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위헌 판결이 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 법령에 근거한 '플랜 B"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한국 기업들의 수혜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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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AP 뉴시스] |
1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현지 관세법 전문가인 김진정 변호사는 전날 코트라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현지) 법조계와 금융시장의 시각은 비교적 일관되게 행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단순한 전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장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과 헤지펀드들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관세 환급 권리를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상호관세가 위헌 판단을 받을 경우 환급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현금이 걸린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대법원은 6대3의 보수 우위 구도로 평가되지만 지난해 보수적 법관 일부도 세금 부과는 의회의 핵심 권한이란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앞서 1, 2심은 모두 위헌으로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 시점으로 점쳐졌던 지난 9일과 14일(현지시간)에는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달 중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오는 16일 미국 관세 소송 환급 대응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판결 대상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세계 각 국가별로 일괄 적용하는 '상호관세'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IEEPA는 '이례적이고 예외적 위협'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 관세 등 방식으로 거래를 규제하는 것이다. 1977년 제정돼 주로 적성국이나 테러지원국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활용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일방적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았다.
이와 달리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때 품목별로 부과하는 규정이다. 지난해 한미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췄고, 자동차 품목 관세도 같은 관세율로 맞췄지만 근거로 삼는 법이 다르다. 따라서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현대자동차가 냈던 관세를 환급받거나 향후 관세 부담을 더는 효과는 발생치 않는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별 관세는 연방대법원 판결에 해당되지 않고, 상호관세 부과 품목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기업별로 관세 부담을 수입업자와 어떻게 부담했느냐에 따라 사정이 제각각일 것"이라며 "위헌 판결이 나오면 관세 환급 받고 대박이 날 것이란 얘기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자동차는 품목 관세이므로 15%의 현재 수준을 상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역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서 미국 상무부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작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 후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 역시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별 관세다.
또 위헌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다른 법령을 근거로 삼는 이른바 '플랜B'를 가동할 것이란 예측이 일반적이다. 단기적 무역 불균형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관세 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한 무역법 122조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최대 15% 범위에서 관세를 150일간 유지할 수 있다. 정부 기관의 사전 조사 등 행정절차 요건이 없는 대통령의 긴급 권한이다.
우선 시간을 확보한 후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또는 무역협정상 권리 침해), 무역법 201조(국내 산업 피해) 등 정부 조사가 필요한 법률을 활용해 또 다른 관세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명확한 현실 진단 후 환급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진정 변호사는 "어떤 관세가 쟁점이고, 어떤 관세는 계속 유효한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전략 수립의 출발점"이라며 "전면적인 위헌 판결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환급은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환급을 받기 위해서는 수입자 또는 실질적 관세 부담자가 적극적으로 절차를 밟아야 하며, 상당한 행정적 및 법적 대응이 수반될 수 있다"고 짚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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