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파괴 등만 청구 가능한 것 아냐"
"독일 등은 권리분쟁을 쟁의행위에서 제외"
국힘, 노사정 대화 요구…이 대통령 "제도 안착 준비"
해외 주요 국가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외부에 의뢰한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는 결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다시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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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29일 행정안전부 정책연구관리시스템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지난 4월 한국사회법학회와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주요 쟁점과 과제 비교법적 검토' 연구 계약을 맺었는데, 이달 결과 보고서를 받았다. 책임연구자는 한국노동법학회 회장을 지낸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노조법 개정을 둘러싸고 노사정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연구 배경으로 제시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기업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김 교수는 "만일 손해배상 소송이 파업에 대한 보복 조처에 해당한다면 이는 사회권 규약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독일·프랑스의 경우 폭력, 파괴, 감금 등의 행위가 있을 때만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것은 아니며 영국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액 상한액은 약 15억8000만 원"이라고 전했다.
현행 노조법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 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이는 변함이 없지만 현행 법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건인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더해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맞서 부득이 가한 손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 교수는 최근 언론을 통해 "손해배상 면책 조항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연구 보고서에서 "독일의 경우 우리 노조법 제3조와 같은 민사 면책 조항이 없기 때문에 법 이론적으로 위법한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조, 조합 간부, 파업 참가 근로자는 각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과 그 연대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집단행동은 파업권의 정상적인 행사이어야 하고 파업권의 비정상적인 행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했다.
과거 프랑스에서 파업 참가자와 노조의 민사 책임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 의해 공인된 평등 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던 사례도 전했다.
쟁점 중 하나인 쟁의행위의 범위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국가별 역사적 배경, 전반적 노사관계 법·제도 관행 등에 따라 상이해 일률적 비교에는 한계가 있으나 독일 등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사법적 해결 절차가 마련돼 있는 권리분쟁을 쟁의행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경사노위는 '평가 결과서'에서 "향후 사회적 대화의 논의 시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을 강하게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사회적 대화를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노동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조법과 상법 재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와 노사정 대타협 공동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막혔다가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민의힘 제안대로 사회적 대화의 틀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법안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2·3조 개정 현장지원단'을 구성해 경영계·노동계 의견을 수렴하고 법 시행 초기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에 착수했다. 현장지원단은 원·하청 교섭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불법 노동행위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준과 수준을 맞춰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빈틈없이 준비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이내 공포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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