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1년새 63만 명 감소, 이탈 현상 증가
3기 신도시 확정 분양가, 최대 2억 폭등…청약 포기 우려↑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청약통장 해지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에만 전국에서 60만 명 이상이 통장을 깨고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존 청약통장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 기간을 연장하고 이자율 혜택을 강화하는 등 가입자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당첨 이후 필요한 대규모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 |
| ▲ 3기 신도시 인천계양 6블록 조감도. [LH 제공] |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이달 말 끝날 예정이었던 청약 예·부금 및 청약저축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 신청 기한을 내년 9월 30일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특정 유형 주택으로 제한돼 있던 기존 입주자저축의 한계를 없애고, 가입자들에게 종합저축 전환 기회를 지속해서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종전의 '청약저축'은 공공주택(국민주택)에만, '청약예금'과 '청약부금'은 민영주택(부금은 전용 85㎡ 이하)에만 신청할 수 있어 가입자들의 청약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를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바꾸면 국민주택과 민영주택 구분 없이 모든 주택 유형에 청약할 수 있게 된다.
금융 혜택도 대폭 늘어난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가입 기간에 따라 연 2.3~3.1%의 금리가 적용되는데, 개편에 따라 기존 통장의 가입 기간이 그대로 이체 금리 산정에 합산된다. 이에 따라 종전 통장을 이미 2년 이상 보유했던 가입자라면 종합저축으로 변경하는 즉시 최고 연 3.1%의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미지수다. 청약통장 이탈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인 '치솟은 분양가'와 '자금 조달 부담'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74만52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8월 말(2637만3269명)과 비교해 불과 1년 만에 63만2745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가입자 수는 최근 1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 청약 통장 해지가 장기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서도 올해 1~7월 신규 가입(183만6000좌)보다 해지(216만5000좌)가 32만9000좌나 많아 통장 소멸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 |
| ▲ 최근 1년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 추이.[한국부동산원] |
청약 당첨돼도 2억 오른 분양가 감당 안 돼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로 꼽히던 공공분양 및 3기 신도시마저 본청약 확정 분양가가 폭등하면서, 어렵게 당첨되고도 본청약을 포기해야 하는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표한 3기 신도시 본청약 공고에 따르면, 가장 최근 청약을 진행한 인천계양 A6블록 전용면적 84㎡의 확정 분양가는 7억1433만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2023년 9월 사전청약 당시 제시됐던 추정 분양가(5억2770만 원)보다 35.4% 치솟은 금액이다. 불과 3년 만에 1억8000만 원이 뛰었다.
또 다른 3기 신도시 단지인 고양창릉 S4블록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전용 84㎡의 기본형 최고가 기준 확정 분양가는 8억6719만 원으로, 지난 2022년 7월 사전청약 당시 제시됐던 추정 분양가(6억6761만 원) 대비 약 2억 원(29.8%) 폭등했다. 전용 59㎡와 74㎡ 역시 사전청약 시점보다 각각 1억5000만 원, 1억8000만 원 이상 크게 올랐다.
사전청약 당첨 이후 불과 2~3년 만에 분양가가 1~2억 원씩 치솟으면서, 자금 마련 능력이 부족한 일부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을 앞두고 당첨 지위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수분양자들을 더욱 몰아붙이는 것은 한층 까다로워진 대금 납부 조건이다. 고양창릉 S4블록의 경우 중도금 비율이 60%까지 뛰어올랐다. 보통 일반 공공분양의 중도금 비율은 40% 수준이지만, 최근 공사비 폭등과 사업비 조달 부담이 커진 LH가 법정 최대 한도까지 중도금 비중을 끌어올린 것이다.
여기에 금융권 규제로 인해 "중도금 집단대출이 미정이며, 불가할 경우 자력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공지까지 명시됐다. 전용 84㎡ 기준 입주 전까지 순수 자력으로 마련해야 하는 중도금만 약 5억2000만 원에 달한다. 대출이 무산될 경우 무주택 서민층의 대규모 청약 포기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믿었던 공공분양마저 수억 원의 추가 자금을 요구하면서, 청약통장을 들고 장기간 대기해 온 무주택 서민과 2030 세대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가점 경쟁에서 밀리는 청년층이 노릴 수 있는 '추첨제'나 '공공분양'마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고분양가와 자금 조달 부담 여파로 청약통장 해지자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3기 신도시 본청약이 본격화되는 시기에는 내 집 마련 수요가 다시 몰리며 가입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무주택자라면 혹시 모를 기회에 대비해 청약통장을 일단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다만 이번 국토부 정책에 따라 통장을 종합저축으로 전환할 경우, 전환 시점부터 거주 지역의 거주기간 산정 조건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본인의 청약 전략에 맞춰 유의해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