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면적·고급 마감재 도입…표준건축비가 발목
건설업계 "단가 현실화·재정 지원 없으면 공수표"
정부가 고품질의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19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집'을 만들기 위해 면적을 넓히고 주거 품질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사업비다. 현재 공공건설임대주택의 가격 산정 등에 활용되는 표준건축비가 실제 건설원가 상승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형 평형과 고급 마감재, 층간소음 저감 구조 등을 구현하려면 건축비 기준 현실화와 정부 재정 투입, 주택도시기금 지원 확대 등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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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청년과 중장년 등 다양한 무주택 계층이 부담 가능한 임대료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보편형 공공임대' 주택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건설형 17만5000가구, 매입형 1만8000가구를 약정하는 등 총 19만 가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고품질화'다. 소형 위주 공급에서 벗어나 전용면적을 넓힌 중형 위주로 공급하고, 평면 구조 역시 3·4베이(Bay)로 개선하는 한편 마감재를 고급화하겠다고 밝혔다.
입지 역시 역세권과 도심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우선 선정하고 입주 문턱도 대폭 낮춘다. 소득과 자산 기준을 완화해 물량의 50~70%를 청년층에 우선 배정한 뒤, 나머지 물량을 중장년층 등 일반 무주택자에게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1인 청년 가구에도 원칙적으로 전용 30㎡ 이상의 주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문제는 고품질화를 뒷받침할 '건설 비용'이다.
공공이 관여하는 아파트 건축 비용 기준은 크게 둘로 나뉜다. 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건축비'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민간 일반 분양 주택지는 시행사와 시공사 간 계약 등에 따라 정해진다.
정부가 발표한 '보편형 공공임대'에는 현행법상 '표준건축비'가 적용된다. 표준건축비는 2023년 2월 이후 3년 넘게 동결되어 현재 평당(3.3㎡) 약 37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는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변동을 반영해 매년 3월과 9월 정기적으로 조정한다. 국토부가 지난 15일 고시한 전용면적 60∼85㎡, 16∼25층 이하 주택의 지상층 기준 기본형건축비는 ㎡당 232만8000원이다. 3.3㎡당 약 768만 원이다.
10년 전만 해도 두 건축비 간의 격차는 평당 150만 원 선이었으나, 현재는 무려 400만 원 가까이 벌어졌다. 정부가 임대주택의 품질을 분양주택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포부를 내놨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비와 인건비가 크게 올라 사업을 진행할수록 손실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구조에서 어떤 건설사가 적자를 감수하고 임대주택 공사에 참여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핵심은 좋은 품질과 넓은 평형을 위해 비용을 얼마나 더 쓸 수 있도록 책정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기존보다 공사비를 더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기본형건축비나 표준건축비 모두 넉넉한 수준이 아니다. 마감재를 고급화한다는 것은 곧바로 공사비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건축비 현실화·금융 지원 등 추가 조치 필요
'보편형 공공임대' 주택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체계적인 후속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묶여 있는 표준건축비의 현실화 및 가산 제도 신설이다. 3년째 동결된 표준건축비를 원가 수준으로 즉시 인상하거나, 분양주택처럼 자재·인건비 상승분이 자동으로 연동되는 정기 고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역세권 입지나 고급 마감재, 가변형 평면 적용에 따른 추가 비용을 명시적으로 인정해 주는 '공사비 가산 항목'을 제도화해야 고품질 시공이 가능해진다.
정부의 추가 재정 투입과 금융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고품질 상품 제작에 따른 공사비 상승은 분양가와 임대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서민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인상된 건축비 차액을 정부 예산과 주택도시기금 지원으로 메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토지공사(LH)나 한국주택공사(SH) 등 공공 시행 주체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자 및 융자 한도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도심 땅값 부담을 완화할 '용적률 인센티브'도 고려대상이다. 건축비 상승 부담을 절감하려면 토지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역세권이나 도심 부지에서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용적률을 법정 최고 수준까지 허용해 줌으로써 사업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품질 보편형 임대주택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기존 주거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보편형 임대주택을 역세권과 도심에 공급하려면 높은 토지 확보 비용과 지자체·주민 간 이해관계 조정이 필수적"이라며 "계획 물량 대비 실제 착공·입주 실적을 매년 엄격히 공개하고, 사업 지연 지역은 대체 공급수단을 신속히 가동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함 랩장은 "무엇보다 취약계층과 보편형 임대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중산층까지 공공임대 혜택을 넓히는 과정에서 정작 주거취약계층의 입주 기회가 줄어들어서는 안 되며, 보편형 임대 확대와 함께 취약계층 전용 물량과 주거급여 지원도 별도로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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