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의결 아닌 '정치적 권고'…대상자도 안 밝혀
'2호 안건'에 의원정수 10% 감축·불체포특권 포기
김기현,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제안 오면 검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쇄신 카드'를 뽑아 들었다.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 등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결단하라고 공식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혁신위가 채택한 '1호 안건', 즉 당원권이 정지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취소 건의는 수용됐다.
그러나 이번 제안은 걸림돌이 만만치 않아 관철될 지 불투명하다. 당사자 반발과 저항이 예상되고 주류·비주류 간 역학 관계가 작용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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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혁신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차 회의를 갖고 '2호 안건'을 논의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회의후 브리핑을 통해 "당 지도부 및 중진,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걸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우리 당은 위기"라며 "더 나아가 나라가 위기인데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희생의 틀 아래에서 결단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엔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하는 분들은 많은 이득을 받았는데 이제는 국민에게 모든 걸 돌려주고 정치인이 결단을 내려 희생하는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 소통을 많이 한 분들도 수도권에 나와야 한다"며 "그 길로 안 갈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는 혁신위 '의결'이 아닌 인 위원장의 '정치적 권고'다. 이런 점에서 쇄신 카드는 힘을 받기 어려워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혁신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하지 못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당에서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만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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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오른쪽)이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회의에서 전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
당 안팎에선 인 위원장이 구체적 대상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지도부'는 투톱인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진'은 당내 최대 '지분'을 차지하는 영남권 3선 이상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은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을 지목한 것으로 읽힌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중진'의 기준,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이 누구냐고 묻자 "그런 건 없다"며 당에서 스스로 논의할 부분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김 혁신위원은 "혁신은 국민적 지지와 동의가 필요하고 혁신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큰 부분과 관련해 위원장이 우선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발표한 것"이라며 "당 지도부와 중진들,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의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위원들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과연 공천심사위원회에 구체적인 룰로 강제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 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면서도 "실제로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친윤 핵심 인사들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수 위원들이 일부 문제를 제기했다"면서도 "이를 공식 안건 의제로 올려서 토론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공식 논의하거나 의제로 심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혁신위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은 혁신위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희생'에 대해 "충분히 공감되지 않고 오히려 반발만 일으켜 우리 당의 분열된 모습으로 노정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워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혁신위원회는 회의에서 국회의원 희생을 키워드로 한 '2호 안건'으로 4가지 사안을 의결했다.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및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및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다.
김 혁신위원은 정원 10% 감축 의결 배경으로 "(코인 논란) 김남국 의원 등 일하지 않는 모습들을 봤을 때 국민 평균 정서상 10% 감축해도 국회가 돌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가 '2호 안건'을 수용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숫자를 현재 300명에서 270명으로 10% 감축하는 안을 당론으로 확정해 야당과 협상하게 된다.
인 위원장이 당초 '2호 제안'의 하나로 검토하겠다고 했던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는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다.
김 대표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여러 가지 논의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해오면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제안을 수용하면 해당 의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아직 정식으로 보고를 받지 않아 제안되는 내용을 보고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혁신위와 사전에 의논한 바 없다"고 밝혔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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