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판매 중단 은행 여럿…우리은행 "손실 미미해 판매 지속"

황현욱 / 2024-01-31 17:27:53
H지수 폭락 여파…농협·하나·국민·신한, ELS 판매 잠정 중단하기로
31일 기준 H지수 5183.36 포인트…최고점 대비 57% 낮아
"잠정 중단일 뿐…은행 창구서 ELS 사라지진 않을 것"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함에 따라 대형 은행 여럿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은행 창구에서 ELS 상품이 사라지는 결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각 사]

 

신한은행은 지난 30일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고 내달 5일부터 ELS(주가연계신탁(ELT), 주가연계펀드(ELF))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LS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편입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닛케이225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근 10년간 최고점에 이르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능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국민은행도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9일 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고,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4일부터 ELS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H지수 ELS를 선제적으로 판매 제한해 타 은행 대비 판매 및 손실 규모가 미미하다"며 ELS 상품을 지속 판매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본사 전경.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전부터 ELS 판매창구를 PB 창구로만 제한하고, 판매인력도 필수 자격증을 보유하고 판매경력이 풍부한 직원으로 한정하는 등 상품 판매 창구와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이 투자상품 관련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 결과가 도출되면 그에 맞춰 판매정책을 정비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은 언제 판매가 재개될지 불투명하지만, 지금은 혼란을 막기 위해 중단하는 게 맞다"라며 "우리은행의 판매 유지 선택은 불완전판매 방지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30일 기준 5대 은행에서 집계된 H지수 확정 손실은 3114억 원으로 집계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요 은행들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게 된 배경은 금융당국이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치고, 홍콩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된 영향이다. 

 

앞서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어떤 창구에서 어떤 상품을 파는 게 소비자 보호 실질에 맞는 건지 이번 기회에 고민을 한번 잘해 보겠다"고 말해 은행에서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금 보장형 ELS는 은행에서, 원금 비보장형 ELS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며 "고령자 대상 ELS는 은행이 아닌 증권사가 팔도록 조정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금융권 'H지수 ELS'의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은행 15조9000억 원(24만8000계좌), 증권 3조4000억 원(15만5000계좌)이다. 투자자별로는 개인 17조7000억 원(91.4%), 법인 1조6000억 원(8.6%)이다.

 

▲개인투자자 연령·채널별 판매 현황. [금융감독원 제공]

 

이 중 65세 이상 고령투자자는 5조4000억 원(30.5%)으로 집계되며 투자자 중 고령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은 오프라인(대면·90.5%), 증권사는 온라인(비대면·87%) 중심(계좌수 기준)으로 판매했다.

지난 30일까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집계된 H지수 확정 손실은 3114억 원으로 집계됐다. 31일 기준 H지수는 5183.36 포인트를 기록하며 지난 2021년 2월 1만2229 포인트 대비 57.61% 하락했다.


은행 창구에서의 ELS 상품이 아예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투자 결과가 잘못됐으니 무조건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투자자 선택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 영업점에서 ELS 판매에 대해서는 꾸준히 불완전판매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라며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잠정 중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그러면서도 "이번 문제의 본질은 ELS 기초자산의 문제"라며 "이번 일로 은행 창구에서의 ELS 판매 폐지까지 진행되면 소비자 선택 권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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