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전초전' 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당권의 향방은?

김광호 / 2018-12-05 09:00:42
'비박' 단일화 김학용 vs '친박' 지지 나경원 대격돌
'3수' 나경원·'친화력' 김학용 '양강구도' 출사표
계파간 물밑작업 치열…내년 전당대회 향방 가를 주요 변수

12월 중에 치러지는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짙다. 그래서인지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을 앞세운 ‘비박계’와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을 지지하는 ‘친박계’의 물밑 계파 싸움이 치열하다. 

 

 

앞선 원내대표 선거에서 복당파인 김성태 의원을 내세웠던 비박은 원내 지도부를 수성해 차기 당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반면 친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위축된 당내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차기 원내 사령탑 후보로는 4선의 나경원·유기준(부산 동구서구) 의원과 3선의 김영우(경기 포천·가평)·김학용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 중 유 의원은 친박계로 꼽히고, 김영우·김학용 의원은 비박계 복당파, 나 의원은 중립 성향이다.


이번 경선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계파별 단일화 움직임이다. 먼저 움직인 쪽은 비박계⋅복당파 후보들이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복당파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든 강석호·김학용 의원을 만나 단일화를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석호 의원이 김학용 의원에게 양보하면서 두 후보간의 단일화가 이뤄졌다.

강 의원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그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김학용 의원과 단일화에 관한 많은 의견을 나눴다"며 "오늘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수대통합과 대여투쟁, 품격정치라는 대명제를 놓고 서로의 정견과 지혜를 모아본 결과, 현 시점에서 저보다 김 의원이 더 잘 해낼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비박계는 김학용 의원으로 표가 쏠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김영우 의원의 경우 "계파정치로 가면 당의 미래가 어두워진다"며 단일화를 거부했다. 


친박계에서는 유기준 의원과 나경원 후보의 단일화가 거론됐으나 유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유 의원은 나 의원에 대해 "족보가 다르다"며 "물과 기름이라 섞일 수 없다"고 단일화 요구를 일축했다. 유 의원은 3일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경선 판세는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나경원 의원과, 비박에서 내세우는 김학용 의원 간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두 후보는 저마다의 강점을 어필하며 당의 새 얼굴이 되기 위해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바른정당 복귀파인 김학용 의원은 바른미래당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보수통합으로 정면돌파에 나섰고, 비박계였지만 당에 남았던 나 의원은 "친박비박 용어를 금기어로 하자"며 양측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뉴시스]


3수 도전 나경원 "보수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 선출에 힘 모아달라"

 

유일한 여성후보로 원내대표 3수에 도전한 나경원 의원은 중도를 표방하면서도 친박계 잔류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잔류파이다.

나 의원은 지난 2016년 5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해 총 투표수 119표 중 43표를 얻으면서 69표를 획득한 범친박계 정진석 의원에게 패했다. 이듬해 12월 원내대표선거에 다시 도전했으나 친박계 정우택 의원과 맞붙여 7표차(총 투표수 119표 중 정 의원 62표, 나 의원 55표)로 석패했다.

연거푸 범친박계에 밀렸던 나 의원이 이번에는 친박 의원들의 지원사격을 끌어내기 위해 적극 손을 내밀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 11월 9일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을 감옥에 계실 정도로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친박계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화답하듯 친박계 재선의 김태흠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복당파는 전면에 나서지 말라, 친박 중진들도 자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친박인 김 의원이 복당파도 친박도 아닌 나 의원을 밀어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유기준 의원의 득표력에 대한 의구심과 친박계의 전면 등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차선’으로 나 의원을 택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후 나 의원은 28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파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며 "그 변화를 위해 원내대표 출마를 결심했다"고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나 의원은 특히 "나라가 어렵다. 얼어붙은 경제와 불안한 안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헌정질서의 파괴. 이제 우파의 진지는 오로지 의회"라고 원내 사령탑 후보로서 ‘의회 진지전’을 강조했다.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어려울 때 물러서지 않았던 용기와 헌신으로 당의 변화를 이루겠다. 지긋지긋한 계파 싸움을 끝내고 하나 된 목소리로 국민과 함께하겠다. 자유대한민국의 헌법가치, 의회에서 반드시 지켜내겠다."

그는 국민의 뜻에 따라 탄핵에는 찬성했지만 당이 어려울 때 잔류한 자신의 중립 이미지를 적극 선거에 활용하면서 여성 후보로서 ‘보수의 품격’을 강조한다. 그는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 선출에 힘을 모아 달라”며 “보수가 품격과 신뢰를 회복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 [뉴시스]


자타공인 친화력 김학용 "원내대표로 당의 선봉에 서서 싸우겠다"

 

김학용 의원은 20대 국회 국방위원장에 이어 환경노동위원장을 연달아 맡은 이력이 눈에 띈다.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 '안보'와 '경제'라는 상황 판단에서 일부러 해당 상임위를 자원했다는 후문이다. 환노위원장의 경우, 이번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한국당 몫으로 정해졌으나 한때 '지원자가 없다'는 소문이 돌았던 곳이다.

동료의원들이 김 의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친화력이다. 김 의원은 2016~2017년 연속으로 우수·최우수 의원연구단체로 선정된 '미래혁신포럼'을 대표의원으로 이끌고 있으며 '퓨처라이프포럼'에서는 연구책임의원을 맡는 등 여야의 경계를 뛰어넘어 활동해왔다.

또한 그는 당내에서 여당과의 원활한 협상력은 물론, 전투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8일 '통합과 전진'에 참석한 김 의원은 정견 발표를 통해 "내년 원내대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선봉에 서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선거 공약으로 회기 중 주1회 의원총회, 당내 민주화, 균등 인사, 맞춤형 의정활동 지원, 강력한 야권 연대 등을 약속했다. 친박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를 통한 통합 메시지도 내세운다. 그는 "단일화가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러닝메이트를 구할 것"이라며 "(내가 그동안) 비박계 개념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저와는 다른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있는 분 중에 하는 게 화합 차원에서 좋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나경원, 김학용 의원 주요 약력표.


차기 원내대표, 전당대회 룰과 당헌ㆍ당규 개정 권한 주어져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가 전당대회 ‘전초전’이 된 데에는 계파 싸움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차기 원내대표에게 내년 전당대회 룰과 당헌ㆍ당규 개정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당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는 당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지닌 최고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게 돼 있다. 당이 현재와 같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일 경우, 원내대표도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는 곧 차기 원내대표가 속한 계파의 대표 후보 출마자에게 유리한 전당대회 룰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국당 전당대회의 전초전 성격을 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의원들의 표심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경선의 결과에 따라 제1야당인 한국당의 노선이 바뀔 수도 있어 범야권을 비롯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광호

김광호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