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과제는 '불출마 등 희생 요구'…중진들과 밥만 먹어
당정관계 변화도 가물…"당은 당, 정은 정 역할 하는 것"
"민주당이 어떻게 진보인가"…이재명 때리기는 본격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15일 취임 후 3선 의원들과 첫 회동을 가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만남을 시작으로 선수별로 잇달아 회동할 예정이다.
오는 17일에는 4선 이상 의원과 오찬 간담회를 한다. 김기현 전 대표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과 중진들의 대면은 당 주류 세력의 4·10 총선 불출마·험지출마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여서 주목돼 왔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헌신'을 강조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 2일 신년 인사회에선 "우리 당의 자산과 보배들에게 필요한 헌신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한 위원장 취임 후 지금까지 호응하는 의원들은 전무하다. 그런 만큼 중진들과의 만남에서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만남에선 관련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3선들과 오찬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 자리에서 헌신을 요구할 만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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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3선 의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그는 "정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전수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부분 지방 순회를 하며 친분을 쌓은 분들"이라며 "당을 이끄는 과정에서 건설적인 조언들을 많이 줬고 내가 주로 많이 들었다"고도 했다.
일부 참석자는 '수직적 당정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아마도 국민들께서 달라진 모습들, 건강한 당정 관계로 다시 복원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지켜보시면 알겠지만 충분히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답했다고 안철수 의원 등이 전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선 "당정관계는 당은 당의 역할을 하고 정은 정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의해 일하는 거고 특별히 그 이상의 말을 할만한 원칙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취임할 때 3가지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준석 전 대표 탈당과 '김건희 특검법' 대응, 공천 물갈이였다. 한 위원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 쇄신 폭·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 위원장은 이준석·특검법,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특검법에 관해선 '용산'을 넘지 못해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이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자신에게 야당이 덧씌우려는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된다. 당 변화에 대한 국민 기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한 위원장이 취임 후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큰 오름세를 보였으나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30%대 머무르고 정권 심판론은 여전히 50%를 웃돌고 있다"며 "한 위원장 인기와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따로 굴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구원투수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에게 남은 과제는 공천 물갈이와 세대교체뿐이다.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들이 나와야 당의 활로가 생긴다. 한 위원장은 그러나 이날 중진 불출마 요구에 대한 시원스러운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인요한 혁신위'가 어렵게 살린 '희생·헌신의 혁신' 불씨가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당 쇄신 대신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했다. '여의도 정치'에 너무 빨리 물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최근 성희롱 발언으로 당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같은 사안이 국민의힘에서 제가 정말 아끼는 분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해보자"며 "나는, 우리 공천관리위는 두 번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라며 "저런 사안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특정인을 위해 이렇게까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력이 어떻게 진보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보수지만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 측근이자 친명계인 현 부원장은 성희롱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 중인 가운데 피해자 동의 없이 실명이 실린 3자 합의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앞서 이 대표가 최측근 정성호 의원과 현 부원장의 징계 수위를 의논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여당은 "이재명 사당화의 증거"라고 공격했다.
한 위원장은 또 "과거 민주당이었다면 내가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의 재판 확정 시 세비 반납 같은 정치개혁을 실천하겠다고 먼저 제시했을 때 피하고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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