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만난 여야, 손은 잡았으나 이견 여전…갈길 먼 협치

장한별 기자 / 2025-09-08 16:14:20
李, 취임 78일 만 여야 회동…"野도 주요 국가기관"
정청래·장동혁 악수했으나 특검·특판부 놓고 충돌
張 "특검 연장법, 거부권 요청" vs 鄭 "내란 종식"
張 "정치보복 끊을 적임자"…李 "진영 정치 않겠다"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구성 합의…실효성 불투명

이재명 대통령이 8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만나 '협치와 소통'을 당부했다.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오찬 회동에서다.

 

여야 대표는 이 대통령 손에 이끌려 악수를 했다. 장 대표가 지난달 26일 선출된 뒤 13일 만이다. 지난달 2일 취임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한달 넘게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접촉을 거부해왔다.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며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원만한 여야 관계를 바라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긴급한 현안을 처리하고 민생경제를 챙기며 개혁과제를 위한 입법을 마무리하려면 야당 협조가 절실하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여야 지도부 회동을 지시한 배경이다.

 

하지만 여야 대표 눈높이는 다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 동조 세력'으로 규정해 청산을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는 태세다. 양당이 서로의 지지층을 의식해 '강대강'으로 맞서는 일을 피하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특히 내년엔 지방선거가 있다. 이때까지 대결 정치와 경색 정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협치로 가는 길이 멀고 먼 셈이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서 "정치라고 하는 게 어쩔 수 없이 지지 계층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에 야당도 중요한 국가 기관"이라며 "서로 용인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내고 공통 공약은 과감하게 같이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먼저 모두발언에 나선 장 대표는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다.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 오늘 악수에 응해줘 감사드린다"며 '사람과의 악수' 발언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3대(내란·김건희·해병) 특검'을 통한 사정 드라이브를 직격했다. "특검이 겨냥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고 민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며 "지금 국민은 특검이 아니라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장 대표는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법안들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대표는 "특정 진영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 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며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사망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님과 악수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일단 분위기에 화답했다. 그러나 곧바로 "오늘의 죄를 벌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며 야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과 외환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비상계엄에 책임 있는 세력은 국민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한다"며 "제도권 정당은 내란 종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란다"며 "내란에 가담한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 부하 등 내란 세력은 철저하게 척결하고 처벌을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특검 연장법이나 특별재판부 추진에 대해 양보 불가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난 건 지난 6월 22일 이후로는 78일 만이다. 정치권에선 이날 오찬이 정치복원과 협치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이 대통령 면전에서 여야 대표 의견이 정면 충돌하면서 부정적 전망이 적잖다. 

 

두 대표 발언을 들은 이 대통령은 "야당은 하나의 정치 집단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국민의 상당한 일부를 대표하기 때문에 저는 그분들의 목소리도 당연히 들어야 하고 그분들을 위해 정치해야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를 끝내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장 대표 요청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오늘의 이런 자리가 쉽지 않게 마련됐지만 앞으로도 자주 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찬 뒤 장 대표와 단독으로 만났다. 오찬 전엔 정 대표를 따로 면담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오랫동안 되풀이돼온 정치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고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일방식 국정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에 "여야 어느 한쪽 또는 특정 진영 이익을 위해 정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박 수석대변인은 말했다.

 

이날 회동에선 여·야·정이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생경제협의체'(가칭)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장 대표가 제안하고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이 화답했다고 양당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하지만 전례를 보면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된 적이 거의 없어 실효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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