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비리 드러나는 신협…구멍난 중앙회 감독 역량

김기성 / 2024-01-26 15:37:23
허위 공사로 횡령, 대출 미끼로 금품수수 잇따라
신협, 불법 대출 부문에서 상호금융권 1위
신협 중앙회의 통제 역량 강화가 선결돼야

불법 대출과 배임·횡령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 신협에서 연초부터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신협은 농협과 수협 등과 함께 서민금융과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상호금융권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PF 문제로 금융권 전체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저한 감시와 통제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 신협중앙회 본사 사옥 [신협중앙회 제공]

 

신협 간부, 공사업체와 짜고 6000만 원 '꿀꺽'

 

부산의 한 신협에서 간부가 인테리어 업체와 짜고 공사비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협의 전무인 A 씨는 조합 보유의 건물에 대해 허위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것처럼 꾸며 돈을 빼돌린 것이다. A 씨는 공사업체에 법인카드로 공사비를 결제해 준 뒤 이 업체로부터 결제금을 되돌려받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작년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모두 5830만 원을 횡령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사에 따른 견적서를 받지 않거나, 자금 집행과 관련한 내부 결재도 받지 않았다. 수천만 원이 지출되는 계약과 관련한 사무관리가 허술하게 진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횡령사고가 발생해도 알 수가 없었다. 검찰이 사건을 인지하고 작년 8월에 A 씨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하자, 신협은 뒤늦게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18일 A 씨를 면직 조치했다.

 

신협 간부 2명 불법 대출, 금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또 다른 부산의 한 신협에서는 전 이사장 B 씨와 전무 C 씨가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대출 편의를 봐 주고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B 씨는 2020년 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건설사업을 하는 D 씨에게 개인 돈 6억 원을 빌려줬다. 그 대가로 상가를 우선순위로 분양받고 빌려준 돈의 20%인 1억2000만 원을 수익금으로 받기로 했다. 또 B 씨는 투자금 6억 원을 먼저 회수하기 위해 D 씨가 운영하는 건설사에 자신 아들을 직원으로 올려 급여 형태로 변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무 C 씨는 건설업자에게 대출을 해 주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5억4000만 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신협, 상호금융 가운데 불법 대출 가장 많아

 

신협의 불법 대출은 작년 국정 감사 기간에도 문제가 됐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신협과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지난 5년 동안 적발된 불법 대출은 모두 70건에 달했다. 그 가운데 신협이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 28건, 수협 3건의 순서로 나타났다.

전체 불법 대출의 규모는 5023억 원에 달했는데 역시 신협이 3783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협은 조합원들의 출자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라 대출한도가 규제된다. 예를 들어 동일인 대출한도는 자기자본의 20%, 자산 총액의 1% 내로 규정돼 있다. 비조합원은 대출은 해당 사업연도에 취급한 전체 대출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신협의 불법 대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비조합원에 대한 대출 한도를 어긴 경우가 무려 2천억 원이 넘었다는 사실이다. 상호금융으로서의 본질을 망각하고 일부 신협의 간부나 직원들이 직위를 악용해 '돈 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협법 개정안 통과돼도 중앙회의 지도 감독 역량 확충해야

 

신협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정치권도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국회에는 신협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신협 임직원의 횡령·배임에 대한 제재 규정이 핵심이다. 현행법에는 임직원의 횡령·배임에 대한 행정처분 조항이 없어서 제재를 부과하기 어려웠다. 

 

개정안에는 횡령·배임 금지 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한 신협의 임직원과 중앙회 임직원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이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여야의 이견이 없는 무쟁점 법안이어서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제재규정이 생긴다고 불법 대출, 횡령·배임이 근절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과 경영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역량이 부족한 이사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조합을 통제하는 신협 중앙회가 지도 감독 역량을 키우는 문제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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