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회찬의 유산 이끄는 2인

임혜련 / 2018-09-27 07:01:38
김종대 의원 "자유한국당, 촛불집회 이후 태도 바뀌어"
이종걸 의원 "선거제도 우선 개편해 정의당 입장 반영해야"

2018년 7월 23일 노회찬 의원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국회엔 아직 그가 발의한 법안이 남아있다. 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57건의 법안 중 39건이 국회에 남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노회찬의 유산이다.

 

▲ 지난 7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면 외벽에 정의당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고(故) 노회찬 의원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127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맨 처음 발의했던 ‘호주제 폐지법’부터 마지막에 발의한 ‘특활비 폐지법’까지 대부분의 법안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고 더 나은 공직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에는 노 의원이 남긴 유산을 이어가려는 동료 의원들이 여럿 있다. 노 의원과 많은 법안을 공동 발의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다. 

▲ 김종대 정의당 의원 [뉴시스]


2016년 정의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김종대 의원은 노회찬 의원과 같은 당 의원으로 활동했다. 김 의원은 노 의원이 발의한 모든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군사전문가인 김 의원은 방산업체 노동자에 관한 법안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공동 발의하고 토론회를 연 노 의원과 뜻을 모아 정치활동을 했다.

김 의원은 노 의원과 함께 했던 동료로서 국회에 남은 계류 법안과 노 의원의 유지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이 대해 이야기했다.

 

▲ 촛불집회에 참석한 고 노회찬 의원 [뉴시스]


“촛불시위 지나고 나니 태도가 바뀌었다”

김 의원은 노 의원의 법안 대다수가 국회에 계류될 수밖에 없던 이유로 보수당의 태도 변화를 지적했다. 화장실 가기 전과 다녀온 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노회찬 원내대표가 발의한 법안들은 주로 개혁입법이다. 박근혜 정권을 탄핵하고 촛불광장에 시민이 모일 무렵엔 새누리당까지 같이 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해 여야 5당이 참여하는 개혁 법안이 16개 존재했었다”며 ”국민의 힘이 무서울 땐 개정한다고 해놓고 촛불시위가 지나고 나니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이탈 조짐이 보였고 통과된 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설치법 제정 관련 당정청회의 [뉴시스]


김 의원은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예로 들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가 벌어지고 국정농단을 보며 (공수처법이) 정말 필요한 법이구나 해서 새누리당도 함께 하겠다고 한 것인데 태도가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촛불 시민이 정권을 바꾸었으나 노회찬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나마 다행인 것이 국회 특활비 폐지는 나름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이 마지막으로 대표 발의한 특활비 폐지는 최근 거대 양당의 합의 하에 ‘전면폐지’됐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대해서도 “다소 변형된 법안이 통과됐으나 크게 보면 노회찬 의원의 뜻이 상당 부분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큰 당을 이끄는 예인선 역할 하겠다”

계류 법안에 대한 정의당의 향후 계획을 묻자, 김 의원은 정의당을 “양당의 독과점 정치에서 항상 존재 자체로 개혁을 견인하는 의제 설정 정당”에 비유했다. 일종의 예인선이라는 것이다.

 

예인선은 고장난 선박을 항구로 잡아끌어주고 항구에 도착하면 사라지는 배이다. 그는 정의당에 대해 “민주당의 왼편에 서서 집권당의 소매를 개혁으로 잡아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지만 항상 먼저 의제를 제기하되 공을 차지하지 못하는 예인선과도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의당의 의제설정은 정국을 이끌어왔으나 실질적 통과는 큰당의 몫이란 패턴을 보여 왔다”며 “정의당은 법안 발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엔 큰 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계류법안의) 취지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선 “저보다 훨씬 앞서가신 선배이자 거인이라고 할 수 있는 노회찬 대표의 유지를 받아들여 주변을 설득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고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는 시민들 [YTN 화면 캡처]


“노회찬재단의 주된 사업은 교육 활성화”

정의당은 노회찬 의원의 49재에 맞춰 ‘노회찬재단’ 설립안을 공개했다. 약자를 살피고 정의를 추구했던 노 의원의 뜻을 이어받고 제2의 노회찬을 양성하겠다는 취지이다. 김 의원은 노회찬 재단에 대해 ”재단은 노회찬 의원의 가치를 기리는 지속적 기구로서 추진되는 것이고 그 주된 사업이 교육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교육’을 강조하며 청년들이 약자를 배려하고 미래 정치에 대한 희망, 진보에 대한 가치를 내재화하는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년 정치학교는 현재 내 꿈을 설계하며 정치에 진입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며 청년들의 교육과 체험을 위해 의원실이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정의당은 이 과정에서 일종의 멘토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왼쪽)과 그의 50년 지기인 생전의 노회찬 의원 [뉴시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회찬 의원과 경기고등학교 동창이자 50년 지기 친구이다. 고인과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각별한 사이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노 의원의 법안 발의에 가장 많이 참여한 의원이기도 하다. 노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계류된 법안 39건 중 이 의원은 12건을 공동 발의했다.

“민주당 정체성과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가급적 공동발의”

이 의원은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노 의원과 뜻을 모아 많은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이유를 묻자 “국회의원들은 공동발의 요청을 받을 때는 대표발의자가 누구인지부터 살펴본다”며 이렇게 답했다.

 

“노회찬 의원은 오랜 친구이면서 전적으로 신뢰하는 동지였다. 그리고 진보노선의 외길을 걸었지만, 정책과 노선에서 유연성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당의 정체성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법안들은 가급적 공동 발의하려고 했다.”

 

▲ 고 노회찬 의원과 이종걸 의원의 졸업사진 [JTBC 화면 캡처]

이 의원이 노 의원과 공동 발의한 법안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조세특례제한법, 법인세법, 상법 등이다. 대부분 법제사법위와 기획재정위 소관 법안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노 의원이 법사위와 기재위에서 주로 활동하였기 때문에 발의 법안도 그런 내용이 많을 것”이라며 “저와는 오래전부터 사법 개혁, 재벌 개혁, 사회적 약자인 ‘을(乙)’의 권익 보호에 입장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야3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들이 개헌연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틀을 만들어야”

하지만 노 의원이 남긴 계류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노 의원이 발의한 법안 대부분이 여야 간의 이견이 크고 사회적으로도 강력한 반대 여론이 존재하는 쟁점법안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집권당의 법안도 쟁점법안이 되면 대부분 막혀서 임기말에 폐기되거나 핵심 내용은 타협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섭단체도 아닌 정의당이 법안 통과를 위한 추진력을 갖기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 이전에 선거제도를 개편해서 정의당이 득표한 비율에 걸맞게 의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원내교섭단체의 구성 요건을 완화해 정의당의 입장이 입법 과정에 강력하게 반영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현재 정의당에서 추진 중인 ‘노회찬재단’의 설립 제안자로 참여하며 노 의원의 정치를 이어가려 한다. 이 의원은 “제가 소속한 당은 민주당이지만 재단에서 요청하는 일에는 적극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재단 참여를 통해 노 의원의 뜻을 구현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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