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줌인] "공은 둥글다"…'파파리더' 윤덕여의 도전

김병윤 / 2019-01-01 10:08:33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인터뷰
여자월드컵 사상 첫 8강 도전

 

▲ 윤덕여 감독 [문재원 기자]

 

2019년.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이번에는 여자축구다. 프랑스에서 6월에 열린다. 신화를 쓰려한다. 우승이 아니다. 8강에 오르는 거다. 8강이 무슨 신화냐고. 기적이면서 신화다. 이해가 안 된다고. 이해가 될 것이다. 여자축구의 현실을 알고 나면. 여자축구를 남자축구와 비교하지 마라. 초등학생과 프로의 차이다. 국내 여자축구팀은 몇 개일까. 72개 팀이다. 초등학교부터 실업까지 통 털어. 선수는 몇 명일까. 1600여명이다. 선수들은 점점 줄어간다. 월드컵출전 선발대상은 얼마일까. 모두 해야 실업소속의 200여 명이다. 200명 가운데 23명을 뽑는다. 기가 찰 일이다. 말이 안 나오는 현실이다. 여자축구 강국 미국은 어떨까. 등록된 선수만 300만명이다. 한국보다 2만배나 많다. 부러운 현실이다. 아니다. 창피함이 앞선다. 


이런 환경의 여자축구가 대장정에 나선다. 사상 첫 여자월드컵 8강 진출의 꿈을 안고. 한국 여자축구는 2015년 캐나다 월드컵 16강에 올랐었다.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정말 아무도 예상 못했었다. 전 세계 매스컴이 찬사를 보냈다. 한국낭자들의 선전에 감동 받았다고. 한국 여자축구는 잡초였다. 관리 받는 양 잔디가 아니었다. 모진 시련을 겪고 자라난 야생화다. 척박한 땅에서 칼바람 추위를 견디며 고개를 내밀었다.


이런 팀을 만들어낸 명장이 있다. 윤덕여 감독이다. 요즘 박항서 감독을 파파리더십이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맞다. 원조는 아닌 것 같다. 파파리더십의 원조는 윤덕여 감독일 게다. 윤덕여 감독은 2012년 12월 여자축구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취임했다. 벌써 6년이 넘었다. 최장수 국가대표 전임감독이다. 윤덕여 감독은 선수들을 딸로 대했다. 그라운드에서 욕이 없어졌다. 화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실수를 해도 웃어 넘겼다. 실수한 선수에게 밤에 문자를 보냈다. 기 죽지 말라고. 선수는 죄송함에 울었다.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다. 가식이 없는 진정함으로 선수들을 보살폈다. 선수들이 놀랐다. 감독님이 왜 저러시지. 저 분은 어떤 감독님이야. 언젠가는 욕을 하지 않으실까. 예상은 빗나갔다.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선수들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윤덕여 감독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존경심도 생겼다.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선수들은 감독을 위해. 모두 하나가 됐다. 그 힘으로 캐나다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다.


이제는 또 다른 시작이다. 8강이라는 더 높은 목표가 생겼다. 그 길은 험난하고 힘들 거다. 아니다. 어쩌면 쉬울 수도 있다. 명장 윤덕여 감독이 있어서. 윤 감독을 따르는 23명 태극낭자들의 투혼이 있어서. 윤덕여 감독은 승부욕이 대단하다. 현역시절 팔이 부러졌을 때도 붕대만 감고 끝까지 뛰었다. 그 상처와 수술자국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윤덕여 감독은 한국월드컵 출전사상 퇴장 1호기록을 갖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수비수로 출전해 퇴장을 당했다. 거친 수비로 상대선수들의 기를 꺾어 놨다.


조용하면서 강한 승부사 윤덕여 감독에게 프랑스 월드컵에 관해 알아본다.

 

▲ 2018년 4월 16일(현지시간) 요르단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5,6위 결정전에서 우리나라 여자축구 대표팀이 필리핀을 5-0으로 대파하며 월드컵 본선 2회 연속으로 2019프랑스월드컵 진출티켓을 거머쥐었다. [뉴시스]


한국대표팀이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는 평가이다. 예선 조 편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쉽지 않다. 우리가 3그룹에 있다 보니 1, 2 그룹 팀들이 강하다. 유럽 2팀은 피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됐다. 우리는 이미 2015년 캐나다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었다. 그때도 우리가 16강에 오르리라 예상한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해냈다.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16강 진출에 대한 염원이 커서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선에서 맞붙을 각 팀의 전력을 분석해 달라.


개막 첫 경기를 개최국인 프랑스와 한다. 힘들 거라 생각한다. 객관적 전력에서도 프랑스가 앞선다. FIFA랭킹도 3위다. 자국리그가 매우 활성화 돼있는 팀이다. 실력 외의 여건도 불리하다. 프랑스는 5만여 홈 관중의 뜨거운 응원을 받을 거다. 그라운드 적응도 불리하다. 개막전이라 전 세계에 중계된다.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 만한 요소이다. 좋은 점도 있다. 프랑스와 개막전을 잘 치르면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축구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공은 둥글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꼭 해줄 거다. 


2차전은 아프리카 대표 나이지리아다. 랭킹은 한국(14위)보다 낮은 39위다. 랭킹은 낮지만 무시하지 못한다. 아프리카 대표로 여자월드컵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경계는 해야 하지만 꼭 이겨야 될 상대이다. 예선서 맞붙을 프랑스, 노르웨이보다는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 받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도 우리를 똑같은 상대로 꼽고 있을 거다(웃음). 여하튼 나이지리아를 꼭 이겨 승점 3점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16강, 8강도 바라보게 된다. 


노르웨이는 북유럽의 강호이다. 랭킹도 우리보다 한 단계 높은 13위다. 신장이 크고 매우 빠르다. 체격 조건이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힘이 장사이다. 우리 선수들이 몸싸움을 하면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개인기도 좋다. 특히 발롱도르 여자부문 수상자인 아다 헤게르베르그의 존재는 위협적이다. 현존 여자축구 선수 가운데 최고의 선수 아닌가.


개최국 프랑스와 개막전을 치르게 됐다. 부담은 없는가?


개막경기라 부담이 큰 거는 사실이다. 어쩌겠는가. 피할 수 없는 걸. 즐겨야 한다. 우리 선수들 대부분이 월드컵을 경험했다. 극복을 잘할 거라 확신한다. 캐나다 월드컵 때처럼은 안할 거다. 개막전이 브라질 경기였다. 긴장을 많이 했다. 우리 실력을 전혀 못 보여줬다. 0대2로 완벽하게 졌다. 우리 실력의 50%도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16강전에서 프랑스와 만났다. 0대3으로 졌다. 실력차이가 컸다. 인정한다. 선수보호 차원에서 핵심선수인 지소연을 내보내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선수들이 누구인가. 대한민국 여자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자라 생각한다. 지고는 못산다. 지며는 다음에 꼭 이기려 한다. 나는 굳게 믿는다. 대한민국의 딸들이. 나의 딸들이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드릴 거라고.

2015년 캐나다월드컵 16강 진출로 팬들의 기대치가 높다. 솔직하게 예상성적을 밝혀줘라. 


감독부터 선수까지 모두 큰 대회에서 부담감을 내려놔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나부터 긴장이 된다. 월드컵출전 팀은 우리보다 못한 팀이 없다. 모든 팀이 우리를 1승 제물로 생각한다. 나로서는 그런 제물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1승1무1패이다. 그래도 만약을 생각해야 한다. 매 경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와일드카드에 대한 준비도 해야 된다. 골득실. 다득점 등 경우의 수를 준비해야 한다. 본선 16강전은 예선6개조 1,2위 팀이 자동으로 진출한다. 나머지 4개 팀은 예선 3위 6개 팀 중 성적순으로 4개팀이 합류하게 된다. 이런 경우의 수도 준비할 것이다. 

 

▲ 2018년 4월 16일(현지시간) 요르단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5,6위 결정전에서 우리나라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경기 전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훈련계획과 평가전 스케줄은?


1월10일 선수들을 소집한다. 11일 중국에서 열리는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한다. 1월21일 들어와 일단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2월20일 소집해 호주에서 열리는 4개국 대회에 참가한다. 이 대회가 매우 중요하다. 참가국이 대단한 강팀들이다. 개최국 호주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뉴질랜드가 출전한다. 모두 월드컵 출전국이다. 우리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 이후 우리는 A매치 평가전을 한 번도 못했다. 호주 대회는 우리에게 좋은 경험을 주리라 확신한다. 부족함을 메꿀 기회도 줄 것이다. 4월에는 국내에서 4개국 대회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정식을 겸해서. 정말 감회가 새롭다. 여자축구도 출정식을 한다니. 예전에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따른다. 출정식을 끝내면 5월7일 마지막 소집을 한다. 월드컵 개막 한 달 전이다. 2주간 국내에서 훈련한다. 전지훈련지에서 2주간 훈련하고 6월2일 프랑스 입국예정이다.

경기장과 전지 훈련지를 점검하고 왔는데 시설과 환경은 어떤가?


한마디로 모든 게 부러웠다. 프랑스와 개막전 경기는 파리 생제르맹 홈구장이다. 4만8000명 수용규모이다. 라커를 비롯해 모든 시설이 환상적이었다. 온탕, 냉탕이 구비돼 있더라. 마사지 받는 침대도 7개나 되고. 왜 세계축구 명문 클럽인가 알겠더라. 이런 명문 구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뛴다는 것도 행운이다. 전지훈련지로는 오스트리아를 가봤다. 훈련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시설을 갖췄다. 전지훈련지 선정은 변수가 남아있다. 협회에 전지훈련 상대로 스웨덴을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스웨덴은 여자축구 강국이다. 노르웨이의 가상 상대로 최고의 팀이다. 평가전 상대가 스웨덴으로 결정되면 최고의 그림이다. 그때는 스웨덴으로 전지훈련을 갈 수도 있다.

선수들과 연락은 해봤나?


아직 안 해봤다. 조 추첨하러 갔을 때 영국에 있는 지소연과 통화만 해봤다. 소연이 각오가 대단하더라. 캐나다 월드컵 때 잘못해 아직도 분이 안 풀린다고 하더라. 이번에 대표로 뽑히면 죽기 살기로 하겠다고 했다. 대표 팀에 뽑힐 선수들 모두가 소연이와 똑같은 미음일 것이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한국 여자축구의 새로운 금자탑을 세워 주리라 믿는다. 

 


새해가 왔다.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팬들에게 출정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가 살아났다. 그 열기를 올해는 여자축구가 이어가고 싶다. 여자축구가 아직은 팬들의 사랑을 못 받고 있다. 모든 게 부족하다. 그래도 우리 여자선수들 정말 고생 많이 한다.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황무지를 일궈가며 이 자리에 서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운동장을 달린다.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애처롭기 한이 없다. 선수들 얼굴을 보면 기특하다. 귀엽기도 하다. 


검게 그을린 얼굴을 보면 자랑스럽다. 올해는 여자월드컵의 해이다. 감독으로서 약속드린다. 새로운 감동을 드릴 것이다. 6월 월드컵 중계만 보시지 말아 달라. 6월 전에 열리는 국내 여자축구 대회가 많다. 그 장소에 한 번 나가셔서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 올해는 돼지해이다. 우리 선수들이 돼지의 행운을 가져다 드릴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모든 가정에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란다.

 

K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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