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대치 연말 정국…법정시한 넘긴 예산안 운명은 10일로

박지은 / 2024-12-02 16:06:20
巨野 일방 국회 운영, 小與 무기력 대응…정치실종 고착
감사원장·검사 3인 탄핵안 국회 본회의 보고…4일 표결
禹의장, 2일 예산안 상정 미루며 "10일까지 처리해야"
與 "날치기 철회 우선" vs 野 "양보 못해"…협상 불투명

여야의 벼랑 끝 대치로 연말 정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안마다 대화·타협 대신 당리당략·정쟁을 앞세운 탓이다. 거대 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과 소수 여당의 무기력한 대응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정치 실종 시대'가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예고대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을 위한 국회 절차를 밟는 중이다. 감사원의 반발, 경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최 원장 탄핵소추안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헌법 기관인 감사원장 탄핵 추진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들이 상정되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진다. 오는 4일이 디데이다.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170석의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 감사 부실 △국정감사 위증·자료 미제출 등을 탄핵 사유로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33명이 탄핵 반대 집단 성명을 발표했으나 민주당은 "한심하다"고 비꼬았다.

 

탄핵안이 보고되자 여당 의석에선 "그만 좀 탄핵해" "뭐가 무서워 탄핵하나" 등 항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감사원장 탄핵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특히 최 원장은 문재인 정권 때 임명돼 탄핵이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 

 

감사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헌법상 독립기구의 수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당장 멈춰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감사를 하고 있다"며 "감사원이 전 정부 정치감사를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무정지부터 시키고 보자는 식으로 남발하는 마구잡이식 탄핵 소추는 무책임한 정치 폭력"이라고 성토했다.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선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당초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이날 우려됐던 정면충돌은 오는 10일로 미뤄졌다. 

 

민주당은 국회 예결위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처리해 정부·여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처리까지 밀어붙이려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사회권을 쥔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미룬 것이다. 

 

우 의장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정 불발로 예산안 처리는 또 법을 어기게 됐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우 의장은 "현재로선 예산안 처리가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여야 정당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야는 예산안 협의를 이어갈 시간을 벌었으나 시각차가 커 난항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감액 예산안 일방 처리에 대해 민주당이 사과하고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협상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민주당도 강경하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비서실·검찰·경찰·감사원 등) 특수활동비는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 의장에게 유감을 표했다.

 

앞서 양당 대표는 상호 비방하며 여론전을 주도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 마비의 목적만 보이고 디테일로 들어가 보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질타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시각은 국민을 볼모로 인질극을 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구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4조8천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한 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이후 연간 사용된 예비비가 1조5천억원을 넘은 예가 없다고 하는데 무려 5조원 가까운 예비비를 편성하나"라며 "이거 아무 때나 아무 용도로 꺼내 쓰겠다는 거 아닌가"라고 따졌다.

 

현안 중 '채상병 순직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는 여야 참여의 모양새로 굴러가게 됐다. 민주당이 추진하는데 대해 국민의힘이 이날 참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조가 아닌 '견제'가 목적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추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단독 국정조사 운영이 또 다른 기형적인 형태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국회 차원의 노력에 국민의힘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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