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용산, 공천 주도권 다툼 본격화…한동훈 홀로서기 시험대

박지은 / 2024-02-05 15:42:26
한동훈 "김경율 불출마 아쉽다…본인 생각 강해 존중"
대통령실 요구에 순응한 것이냐는 물음에 "잘못된 해석"
金 "韓이 공천 주도권 여지 가져갔다는 해석에 동의"
대통령실 "尹대통령, 공정·투명한 공천 당에 누차 당부해"

국민의힘이 4·10 총선 공천을 놓고 대통령실과 힘겨루기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그늘'에서 얼마나 벗어나느냐가 공천의 '질'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명분이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86 운동권 심판론'을 앞세워 친한(친한동훈) 인사나 영입 인재를 험지에 투입해 수도권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5일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아 한 노인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진 출신 다수가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후반기 국정 운영을 꾀하겠다는 바람이 강하다. 그런 만큼 권력 1·2인자의 공천 주도권 다툼은 불가피한 것이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서울 마포을 출마 입장을 밝혔다가 '사천 논란' 끝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숙고 끝에 내린 저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제2, 제3 김경율이 속출한다면 여당과 대통령실은 공천 잡음으로 '적전 분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한 위원장은 5일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 김 위원 불출마의 '자발성'을 부각했다. 대통령실과 무관하다는 것을 애써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 불출마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지만 본인의 확고한 결정이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과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주말 정도에 그 말씀을 하면서 취지를 표명해 제가 잘 들었다"고 답했다. '김 위원 불출마 결정이 대통령실 요구에 순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인 제안, 압력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못박았다.

 

그는 "오히려 (제안이) 있었다면 저는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대통령실 메시지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자신의 사퇴로 한 위원장이 공천 주도권을 가져갈 여지를 줬다는 해석에 대해선 "그 의견에 대해 동의하냐, 안 하냐라고 하면 동의한다"고 답했다. "제가 의도했냐 안 했냐와 관계 없이 그와 같은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는 것이다.

 

이태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로) 한 위원장도 사천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본인도 불편한 부분들을 털어버리고, 한 위원장한테 힘도 실어주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민했지 않았겠나"라고 짚었다.

한 위원장으로서는 대통령실이 공천 문제를 제기한 김 위원이 출마를 접으면서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반면 '용산' 참모와 장관 출신이 험지가 아닌 '양지'에 몰리는 건 윤 대통령에겐 짐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권 화두인 '희생·헌신'에서 비교가 될 수 있어서다.

 

지역구에 도전한 용산 참모는 30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가 텃밭인 영남권과 서울 강남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당 소속 현역 의원들과의 맞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서울 강남구을),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구갑) 등이 꼽힌다.

대통령실이 이날 대변인실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여당 우세 지역에 지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누구도 특혜를 받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당에 누차 당부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당 공천관리위원을 맡은 장동혁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쟁력 있는 분들이 당을 위해 험지에 출마해주시면 감사하지만 공천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배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공천 신청자에 대한 부적격 심사와 경쟁력 평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설 연휴 직후인 오는 13일부터 후보별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진종오 전 사격 국가대표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뉴시스]

 

이례적으로 공천 심사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한 위원장의 결정에 정치권 시선이 쏠린다.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공언한 한 위원장이 얼마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사격 황제' 진종오(45) 대한체육회 이사를 4·10 총선 인재로 영입했다. 진 이사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나서거나, 수도권의 우선추천(전략공천) 대상 지역에 출마하는 방안을 놓고 당과 협의 중이다.

한 위원장은 환영식 행사에서 "대한민국 문화체육계를 이끌어갈 이런 분이 국민의힘에서 그 뜻을 펼치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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