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후 더 나빠진 여야 관계…'협치' 난망 대결 정국

장한별 기자 / 2025-09-18 16:34:37
용산 "장동혁 '속았다' 유감"…국힘 "신의 버린 게 누구냐"
향후 회동도 비관적…극한 대결 부를 쟁점 많아 협치 난망
與 "조희대 수사받아야"…특위,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발의
국힘, 특검 압색 강력 반발…21일부터 장외집회로 맞대응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을 함께하며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두 대표 악수를 유도하며 '협치'를 당부했고 장 대표와 따로 만나선 국정 운영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며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영수회담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잠시 일었으나 열흘 새 여야 관계는 되레 더 나빠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핑퐁식 책임 공방을 벌이는 건 불신·반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장 대표에 대해 "생각보다 유연하고 대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되게 즐거웠는데 여의도 가니까 또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장 대표는 15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단독 회동 때와) 내용과 본질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며 "누가 속았다고 표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도 응수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 17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과의 신의를 저버린 행위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물러서지 않았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신의를 헌신짝처럼 버린 게 누구냐"고 맞받았다. 그는 "이 대통령이 '더 많이 가진 쪽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회동 직후 벌어진 일들은 정반대였다"고 지적했다. "특검법 강행, 인민재판부 설치 추진,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등 거대 여당의 정치보복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영수회담 후 여야 관계가 악화한 사례가 적잖았으나 이번에는 부작용이 심한 편이다. 상호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향후 만남에 대한 비관론이 퍼질 수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한 대결이 불가피한 쟁점들이 널려 있어 협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현재 최대 현안은 여당 주도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 문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전면에 나서 조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 중이다.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오찬에서 이 대통령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제보'가 전선을 달구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의혹을 부인했는데, 이 점도 민주당 공세의 빌미가 됐다.

 

정 대표는 광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억울하면 특검에 당당하게 출석해 수사받고 본인이 명백하다는 것을 밝혀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의혹을 고리로 사법부 개혁에 대한 관철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는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재판 중계를 의무화하고 유죄 확정 시 사면·감형·복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진짜 수사가 필요한 것은 지라시(사설 정보지) 공작"이라고 반격했다. 장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대표가 특검을 향해 대법원장을 수사하라고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대법원장 숙청 시도는 극단적 친민주당 유튜버의 가짜뉴스를 민주당이 국회에서 터트리는 구조가 지난 청담동술자리 공작 때와 똑같다"며 '청담동술자리2'라고 빗댔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의혹을 제기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녹취 음성이 AI로 제작된 것이라며 "가짜 뉴스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 특검) 수사도 대결 정국 요인으로 꼽힌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했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이 지난 16일 구속돼 위기감이 고조된 터라 결사 저지하겠다는 분위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원 명부 수호를 위해 국회 경내에 계신 의원들은 속히 전원 중앙당사 1층으로 모여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장외투쟁으로 맞대응할 방침이다. 2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특검 수사와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24, 25일 대전을 거쳐 27일 쯤 서울에서 집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부 상행선'을 타고 민심몰이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여야의 '강대강' 충돌에 놓고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된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측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지난 15∼17일 전국 유권자 1002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지지율)는 59%를 기록했다. 2주전 조사보다 3%포인트(p)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율도 하락했다. 직전 조사 대비 2%p 내린 41%였다. 국민의힘은 2%p 오른 22%로 집계됐다.


NBS는 전화면접으로 진행됐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5.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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