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부정적 효과 더 크다"…국민경제자문회의 용역

박철응 기자 / 2025-12-31 15:03:06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분석
"입점업체 이윤 오히려 줄어들 수 있어"
"소비자와 라이더에 비용 전가 가능성"
"위헌 소송 시 다툼의 소지 존재"

대통령 자문기관이 의뢰한 연구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보다 강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상한제는 실효성이 낮고 소비자와 라이더에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라 주목된다. 상한제에 대한 위헌 소송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온라인 플랫폼 분야 상생협력을 위한 정책 방안 연구 : 배달앱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박 교수는 보고서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예상되는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고 해외 사례에서도 수수료 상한제 도입의 한계가 나타난 바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배달앱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 [뉴시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경제 관련 정책에 대한 대통령 자문을 수행하기 위해 헌법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이다. 박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 멘토로 불리는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보와 함께 '진짜 성장,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책을 지난 9월 출간한 전문가다. 

 

박 교수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을 직접 규제하기 보다는 플랫폼-입점업체 간 추가 협의를 통해 입점업체의 배달서비스 이용 선택권 확대, 매출 상위 업체에 대한 중개수수료 인하, 정보공개 확대 등을 이끌어내고 거래 조건 협의 의무화를 통해 향후 부당한 수수료 인상을 방지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추가 협의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때 가서 상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 견해다. 

 

그는 당장 수수료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입점업체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봤다. 플랫폼 업체들이 광고 요금 인상, 과금 형태 변경, 노출 범위 및 부가서비스 유료화 등 다른 방식으로 이용 대가를 추가하거나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사례를 들었다. 배달의민족은 정액제 광고 상품 '울트라콜'을 폐지하고 정률제 수수료 체계로 변경하면서 클릭당 과금 방식 광고 상품을 출시했다. 쿠팡이츠는 상생요금제 발표 이후 주문당 과금에 월정액 9만9000원을 추가하는 상품을 시범 출시했다. 

 

입점업체 수수료 인하로 인한 플랫폼 수익 감소분만큼 소비자와 배달라이더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짚었다. 박 교수는 "소비자-음식점-배달라이더의 이익이 상호 연계돼 있다"면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던 무료 배달이나 할인 혜택이 줄어들거나 배달라이더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라이더 수입이 줄어들면 대리운전이나 택배 등 다른 플랫폼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고 라이더의 수가 줄면 소비자 후생과 플랫폼 이익은 추가로 감소할 수 있고 나아가 입점업체의 수익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 도입된 수수료 상한제 효과에 대한 연구들은 전체적인 사회 후생을 낮췄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입점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률 증가 효과를 능가할 경우 소비자 후생 감소와 함께 결과적으로 입점업체의 이윤도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 시장과 소상공인 중심 산업에서의 혁신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적정한 수수료 상한 설정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봤다. 

 

민간 기업의 가격 설정 행위에 대한 규제이므로 재산권 침해 또는 계약의 자유 침해로 헌법소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짚었다. 과거 도서정가제,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 전월세 상한제, 전력도매대가(SMP) 상한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박 교수는 "대부분 사례에서 헌법재판소는 해당 제도 시행으로 인한 공익이 크고 수단이 과도하지 않았다고 봐서 합헌으로 결정했으나 플랫폼 수수료 상한을 규제하는 제도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다툼의 소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 보호라는 공익적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동시에 소비자 이익 침해 가능성이 있고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 축소를 위해 직접적 가격 규제가 아닌 자율적 합의 등의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는 이미 10여 건의 수수료 상한제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병덕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배달수수료 상한제 입법 방향 토론회에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된 상생 방안과 입법 과제를 점검·추진하고 이강일 의원이 발의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법안도 함께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강일 의원은 지난 10월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광고비의 상한을 정하고 영세 중소 입점업체에 대해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의 배달플랫폼 거래 공정화 법안을 발의했다. 

 

당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인 오세희 의원은 토론회에서 "수수료 상한 논의는 규제가 목적이 아니다. 플랫폼·입점업체·라이더가 함께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구조를 바로 세우는 최소한의 공정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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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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