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 저물어 간다

남국성 / 2019-01-07 13:45:25
최저임금 상승·노사분규로 기업 이탈 가속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도 큰 원인으로 작용

기업들이 탈(脫)중국행 열차에 올랐다. 삼성은 휴대전화 생산기지 가운데 하나인 톈진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을 필두로 미국 장난감 기업 '해즈브로', 일본 카메라 브랜드 '올림푸스', 미국 신발 브랜드 '스티브 매든'이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제3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 미국 장난감 기업 해즈브로, 일본 카메라 브랜드 올림푸스, 미국 신발 브랜드 스티브 매든이 중국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각사 홈페이지]

 

외국 기업만이 아니다. 중국 기업들 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자전거, 타이어, 플라스틱, 섬유 기업이 대표적이다.

기업 이탈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경제 생태계의 변화다. 기업들을 처음 중국으로 불러모은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라는 강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고 중국의 노사 분규는 해가 지나가며 증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도 변수다. 2019년 3월 1일까지 휴전인 상태이지만 언제 다시 촉발될지 모른 다. 중국이 더는 안정적인 시장이 아니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의 강점 사라져

 

무엇보다 중국 경제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라는 성장 공식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016년 전국 31개 성의 월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10%에 근접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가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중궈징지저우칸은 지난해 "2017~2018 년 동안 최저임금이 지역별로 경쟁이라도 하듯 속속 올랐다"고 보도했다.

 

상하이는 최저 5.22%, 지린성은 최대 20.27% 상승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률이 5~6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사 분규도 증가하고 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중국 노동자 인권단체인 중국노동자통신(CLB)에 따르면 2015년 노동자 시위가 2700건으로 전년보다 약 2배 늘었다.

 

▲ 폭스콘 선전 공장에서 잇따른 투신 자살 사건이 일어나자 사측은 건물 주변에 철조망을 쳤다. 선전 공장 직원 두 명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BBC 영상 캡처]

 

전체 노동자 시위 가운데 제조업 시위가 약 20%다.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 선전 공장에서 2010년 노동자 자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급여, 초과근무, 비인간적인 노사관계를 규탄하며 노동자 10명이 투신자살했다.

 

중국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역으로 노동자들을 억압해 논란이 됐다. 2018년 10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등 9곳의 학생들이 자스커지 노동자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로봇 제조 기업 자스커지(Jasic Technology) 선전 지사의 노동자 1만여명은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 경찰은 사회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이들을 구속했다.

 

▲ 중국 선전에 위치한 로봇 제조 기업 자스커지 노동자 1만명은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 [구글맵]
 

미·중 무역 전쟁도 중요한 변수다. 미·중 무역 전쟁이 휴전 중이지만 여전히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 중국과 무역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말을 인용해 "공허한 약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미국산 콩 수입이나 쇠고기 수입은 큰 진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이견이 반복되면서 전문가들은 휴전 협상 이후에도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생산지는 인도·베트남 등 제3국가

 

지난달 25일 인도 일간지 '더 힌두(The Hindu)'는 폭스콘이 인도 타밀나두주 스리페른부두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아이폰 모델 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더 힌두는 "폭스콘이 이미 기존 설비와 분 리된 새로운 정비라인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폭스콘은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로 중국에 거점을 두고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이 확대되면 기존 저가 모델에서 벗어나 최신 모델까지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최신 모델은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생산됐다.

 

▲ 중국 폭스콘 선전 공장 노동자들이 애플 제품을 만들고 있다. [BBC 영상 캡처]

 

폭스콘만이 아니다. 애플의 또 다른 위탁생산업체인 페가트론도 2019년 가동을 목표로 중국 현지 조립 공장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제3국으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페가트론은 폭스콘과 함께 아이폰 최신 모델을 생산했다.

 

애플이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상황에서 애플의 주력 위탁생산업체들의 탈(脫)중국행을 두고 외신들은 애플의 거점이 중국에서 인도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는 중국의 성장 공식을 이어받았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는 2014년부터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추월했다. [자료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2019년 영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대국 5 위에 오른다고 전망했다. 인도 독립 72년 만에 인도가 영국을 넘어서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이미 2015년 중국을 넘어섰다.

 

유엔(UN)은 이같은 추세가 2030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젊고 저렴한 노동력이 인도 경제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 인구의 54%가 25세 이하 청년층이다.

 

기업들 떠나며 실업률 갈수록 높아져

 

기업들이 속속 떠나면서 중국 내에서는 대량 실업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11월 도시 실업률이 4.9%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통계를 관리하는 상황에서 실제 실업자 증가폭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 경기 둔화, 미·중 무역 전쟁 등 악재가 2019년에도 이어진다면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 1978년 시장경제 문을 열고 급속한 발전을 이룬 중국은 이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개혁개방 40주년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정부는 경영에 어려움이 있는 기업이 감원하지 않거나 감원 규모를 줄이면 실업보험료의 50%를 돌려주는 내용을 포함한 고용대책을 발표했다.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대량 실업을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이탈은 외부 요인도 있지만, 내부 요인도 존재한다. 최저임금 인상, 노사 분규가 대표적이다. 중국이 경제 생태계의 변화를 거부한다면 인도 또는 제3국가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시대가 2019년을 마지막으로 저 물 수 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PI뉴스 / 남국성 기자 nk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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