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징용 피해자들에겐 사과와 배상 여러건
미쓰비시 머티리얼 '3765명 총 80억엔지원'
중국 정부와 언론 '日에 시종일관 강경 대응'
일본 정부가 일제시기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놓고 중국인의 판결은 존중하면서도 조선인 배상엔 분통을 터뜨렸다.

일제 시기 무수한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했던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은 최근 우리나라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리자 즉각 강력한 반발에 나섰다.
지난 31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장관(차관급)은 기자회견에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쌓아온 한일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나카소네 히로후미 전 외무상은 같은 날 자민당 외교부회 회의에 참석해 "한국은 국가로서의 몸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으며 "징용을 둘러싼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된 것이다. 이를 뒤집는 것은 국제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신일철주금 등 철강업체들로 구성된 일본철강연맹의 카키기 아츠시 회장(JFE 스틸 사장)도 이날 "한일 관계의 기초가 되는 한일 청구권 협정의 해석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다"라고 했으며, 역시 강제노역에 앞장섰던 미쓰비시 중공업의 미야나가 슌이치 사장도 기자회견에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이 과연 '있을 수 없는 일'일까. 일부 외무성이 국제 재판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오는 가운데, 과거 중국인 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측이 사과와 배상을 한 전례가 여러 건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인 피해자들, 日 법원서 패소해도 배상 받아
지난 2009년 10월 중국인 노무동원 피해자 360명은 태평양 전쟁 시기 강제동원을 자행했던 일본 전범기업과 극적인 화해를 이뤘다. 가해자인 니시마츠건설 측은 일본 특유의 애매한 수사(修辭)가 아닌, 명백하고 직접적인 사죄를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실천했다. 단계적으로 보상금도 지급했다.
금액은 총 2억 5000만 엔(당시 한화 약 32억 원). 피해자들은 1943년에서 45년 8월 종전 때까지 니시마츠건설에 의해 일본 히로시마현 야스노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으로 끌려갔던 노무자 또는 그 유족이다. 도쿄에 본사를 둔 니시마츠건설은 댐과 터널 등 대형 토목공사를 주로 벌이는 중견 기업이다.
또 다른 중국인 183명도 2010년 4월 이 기업과 화해를 이뤄냈다. 니가타현 시나노가와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혹사당했던 노무자 출신이다. 이들 역시 사과와 함께 화해금 1억 2800만 엔(한화 약 15억 2000만원)을 받아냈다. 니시마츠건설은 야스노 발전소 노역 피해자들과 과거사를 정리한 것을 계기로 시나노가와 발전소 피해자들에게도 깨끗이 보상했다.
물론 중국 피해자들의 승리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앞서 1998년 중국인 피해자 대표 5명이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제기해 시작된 민사소송은 패소로 끝났다.
1심에선 청구시효인 10년이 지났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2심에서는 "현저한 인권침해에 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권리 남용"이라는 판결을 받아내 승소했다.
니시마츠건설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3심까지 끌고 갔고, 2007년 4월27일 도쿄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에 해당)는 '중일공동성명'에 따라 중국인 개인은 피해보상 청구권이 없다며 최종적으로 니시마츠 손을 들어줬다.
◇일본의 판이한 반응…소극적 대응 일관한 한국 정부 책임은
이번 신일철주금 피해자들에 대한 판결은 한국 대법원에서 내린 판단이기 때문에 중국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같은 강제징용 피해자를 두고 중국과 한국을 대하는 일본 측 태도가 판이하다는 점이다.
판결 이후 신일철주금 측은 입장자료까지 내며 "판결이 한일청구권 협정과 당사가 승소한 일본 법원의 확정판결에 반한다"며 반발했다. 아베 총리도 직접 나서 "1965년에 완전히 해결된 일"이라고 못박았다.
일본 측 반응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중국과 한국 정부의 대응 자세나 방식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니시마츠건설의 사례를 보면, 이 회사가 처음부터 순순히 사죄하고 보상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다.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 강제동원 사실을 전면 부인하거나, "그건 국가에서 한 일이고 기업과는 관계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그런 식으로 자국의 최고재판소까지 소송을 끌고 가 기어코 승소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태도를 바꿔 최고재판소의 '화해 권고'를 전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게다가 니시마츠 측은 당초 원고가 5명에 불과했음에도 히로시마 야스노 발전소 피해자 360명 전원에 대해 배상을 결정했다. 한 발 더 나가 니가타현 시나노가와 발전소 피해자 183명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화해 조치를 단행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와 언론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측에서 타당하게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관영 CCTV(중국중앙방송국) 등 언론매체에서도 이 사건을 일본 법원에서 심리할 때부터 추적 보도하며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KPI뉴스 / 김문수 기자 moonsu4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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