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국 상임위 의결 거쳐 2월 전대에서 당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김병준 위원장)이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지도체제를 결정했다. 비대위가 고심 끝에 당대표가 당내 인사, 공천 등에 막강한 의사결정권를 갖는 단일지도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오전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지도체제는) 현행 체제로 간다"고 밝혔다. 김용태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다수가 현행 체제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단일지도체제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 의총에서 단일 지도체제를 좀 더 많은 의원이 지지했다"며 "최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반영하는 과정으로 확정한 것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11일 원내대표 경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소신은 집단지도체제"라면서도 "소신만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좀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여지를 남겼었다.
막강 권한 당대표 경쟁은 더욱 치열…의원들 셈법 복잡
한국당 비대위가 단일지도체제를 결정함에 따라 17일 전국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내달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분리 선출하게 된다. 다만 현행 체제에서는 분리 선출하기로 돼있는 여성 최고위원을 성별 구분 없이 남성 최고위원과 동시 선출하게 된다.
한국당이 2020년 총선 공천권을 비롯해 당대표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단일지도체제를 고수함에 따라 당대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출마를 고심하는 의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단일지도체제에서 당 대표는 인사와 공천 등 의사결정에 있어서 독보적인 권한을 갖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 수 있다. 당 대표 중심으로 결정과정을 단축해 당 운영의 효율성도 높다. '보수 대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다양한 보수 세력을 일사불란하게 이끌기 위해선 당 대표 중심의 단일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이유다.
하지만 당 대표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는 대신 제왕적 권력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2002년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했던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제왕적 총재', '제왕적 1인 지배정당' 등의 비난을 들었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단일지도체제 하에서 '1인 독주'란 비판을 받았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당을 운영하는 순수 집단지도체제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계파가 지도부에 참여할 수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합의를 거쳐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도 민주적이라는 평이다.

다만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당내 '계파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2016년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옥새 파동'은 이 같은 약점을 잘 보여준다. 당시 지도부였던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은 충돌을 거듭하며 계파 갈등을 드러냈고 '봉숭아학당'이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당개혁위원회는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절충한 혼합형 지도체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혼합형 지도체제는 집단지도체제처럼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해 선출하되 실질적으로 대표가 지도부를 이끄는 단일지도체제 방식을 차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단일지도체제가 효율적" vs "집단지도체제가 분열요소 적어"
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과 그 전의 한나라당 시절부터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 그리고 다시 단일지도체제로 지도체제를 변경해왔다([그림] 보수정당 지도체제 변화 참조).
한국당은 이번 비대위에서 지도체제를 놓고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섰으나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지도체제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김병준 비대위는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김병준 위원장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현행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정우택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도 리더십을 강조하며 단일지도체제를 외치고 있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지난 2일 "총선을 앞두고 당내 의견의 충돌과 격화가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단일지도체제가 훨씬 더 실효성이 있고 신속하게 갈등을 수습해갈 수 있는 효율적인 체제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다음날 보수 텃밭인 대구를 방문해 "당 대표 도전은 염두에 두고 있지만 지도체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지켜보고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선 '집단지도체제' 선호가 조금 더 우세했지만…
그동안 당내에선 '집단지도체제'가 조금 더 우세한 듯했다. 한국당 정당개혁위원회가 작년 10월 소속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6·13 지방선거 당선자와 낙선자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개혁에 대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64.1%가 '집단 지도체제'를 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한국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열린 지난 9일 김진태·심재철·조경태·주호영 의원과 함께 차기 당 시스템은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을·4선)은 "총선을 앞두고 집단지도체제가 되어야 당의 분열 요소가 적을 것"이라며 "야당은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경 의원(경남 진주시을·4선)도 "모든 만악의 근원은 공천제도"라며 "전략공천과 지도체제가 잘못 합쳐지면 당내 분란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4선)은 "지도체제의 문제보다는 대표가 당을 어떻게 이끌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당 대표의 역량을 강조했다.
유기준 의원(부산 서구동구·4선)은 9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많은 의원이 집단지도체제를 이야기하는데, 미리 지도체제를 정해놓고 의원총회를 통과의례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들린다"며 "의원들의 의지를 반영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 의원은 이날 "뽑은 대표가 세종대왕이면 좋겠지만 연산군이 나오는 경우는 지난번에 보니 제재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없었다"면서 폭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유 의원은 연산군이 누구인지 지칭하진 않았지만 '홍준표 트라우마'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도체제가 최종 의결되는 17일 전국 상임위에서 '폭군을 막을 견제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 시절에 전국 상임위가 친박계의 실력행사 속에 열리지 못하기도 있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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