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에 문재인·트럼프 사진 걸려

권라영 / 2018-07-29 11:30:18
첫 한국·미국 최고 지도자 사진 게시
"비핵화 속도 비판 의식한 것" 추측도

▲ 주중 북한대사관 정문 옆 대형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걸렸다. [연합뉴스 제공]

 

북한이 주중 북한대사관 앞 대형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걸었다.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은 외부에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유일한 공개의 장이다. 이곳에 한국과 미국 최고 지도자 사진이 게시된 것은 처음이다.

29일 오전 베이징(北京) 차오양구(朝陽區) 북한대사관 정문 바로 옆에 있는 대형 게시판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만난 사진들이 걸렸다.

교체 전에는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 사진이 있었다.

이 게시판 왼쪽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한 사진이 자리했다.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공동 성명에 서명하는 장면과 더불어 산책하는 장면, 부부 동반 기념사진이 게재됐으며 지난 5월 북측 통일각에서 전격적으로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 장면도 걸렸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첫 악수를 하는 사진은 이 게시판 오른쪽 맨 위에 걸렸다. 단독 회담하는 장면, 북미 공동 성명 서명 장면, 산책하는 장면도 있다. 주중 북한대사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산책하는 사진에 "트럼프 대통령과 산책을 하며 친교를 두터이 하는 김정은 동지"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지난 3월, 5월, 6월의 세 차례 정상회담 사진은 게시판의 가운데를 차지했다.

6자 회담 당사국 중의 하나인 러시아를 고려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예방한 사진, 한반도 긴장 완화에 역할을 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회동 사진도 포함됐다.

이 게시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광명성 4호 위성'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 발사 등 각종 무기 사진을 게시하며 북한의 무력을 뽐내왔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자 지난 4월 말에 북중 정상회담 사진으로 바꾼 바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방중 당시 북한대사관을 찾았을 때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등이 모두 끝난 상황인데도 게시판에는 관련 사진을 내걸지 않았었다.

이번 교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이 비핵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대내외 비판을 의식하고 북중, 남북, 북미 최고 지도자 간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사진을 내걸면서 북한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대사관을 방문했을 때까지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정전선언 65주년을 맞아 이들 지도자 사진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정전 협정을 종전 선언으로 바꾸고 대북 제재 등 고립에서 빠져나오고자 하는 북한의 의도가 담겨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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