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극단적 선택'…인명경시 풍조 확산 우려

강혜영 / 2019-03-13 11:53:31
13일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투신
미투 지목된 배우 조민기 등도 수사 받던 중 극단적 선택

직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송명빈 마커 그룹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13일 오전 투신했다. 

 

이처럼 수사를 앞두거나 수사를 받던 유명 인사들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최근 수년 새 유행처럼 번지면서 안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인명경시' 풍조를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 직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지난 1월 3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세월호 유가족 불법 사찰 의혹을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작년 12월 7일 오후 2시께 서울 송파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 전 사령관은 군국기무사령부(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민간인 사찰을 총괄 지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으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 재직 시설 대학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배우 조민기(53) 씨 역시 경찰 소환을 앞두고 지난해 3월 서울 광진구 구의동 A 아파트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 씨는 '학생들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차장급)는 2017년 11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투신해 숨졌다. 변 검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투신했다.

이 밖에 해외 자원 개발 비리 의혹에 수사를 받던 전 새누리당(옛 자유한국당) 의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도 2015년 4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북한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 전 회장은 사망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왜 수사의 표적이 됐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수사를 받게 된 유명 인사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적극적으로 입증하기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원인으로 평소 사회적으로 존경과 인정을 받다가 하루 아침에 범죄 혐의자 처지로 전락한 데 따르는 자존감 하락과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에 대한 미안함 등을 꼽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원하는 수사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경찰이나 검찰이 강압수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으나최근에는 이런 관행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 법조계 주변의 시각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준다거나 인권을 의도치 않게 침해하는 일이 벌어지는지, 경찰이 스스로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지, 즉 인권 감수성이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피의자가 구속돼야만 정의가 실현된다는 인식도 위험할 수 있다. 섣부른 여론재판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1심, 2심, 3심이라는 사법 제도에 따라 정의가 차분하고 냉정하게 실현되길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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