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은 국회의원, 떠나라! 국민소환제 찬반논란

남궁소정 / 2019-06-25 11:31:34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 4건…김병욱‧박주민‧황영철‧황주홍 발의
국민소환제, "제도 만능주의" VS "완벽한 제도 없어"
15년째 말로만 '국민소환제'…자기 목에 방울 못 달아

'고비용 저효율' 국회를 개선하는 대안으로 '국민소환제'가 떠오르고 있다. 국회의원의 한 달 수당만 약 1200만 원 내외. 세계 최고 수준의 세비와 보좌진 수, 여기에 각종 의전과 불체포·면책특권까지 있지만, 국회는 '개점 휴업'과 파행만 거듭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열려야 하는 2·4월 임시국회는 열리지 않았다. 1일 열릴 6월 국회도 20일에야 개의했다. 여야는 24일 오후 국회 정상화에 어렵게 합의했지만 2시간 만에 한국당이 합의를 거부하며 다시 무산됐다. 당분간 반쪽국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4월 이후 처리된 민생법안은 0건이다. 법안을 처리하는 본회의는 올해 단 3번 열렸을 뿐이다.

'국회법'은 국민과 국회의원이 맺은 일종의 계약서다.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의원이 계약을 잘 지킬 것을 기대하며 4년간 권력을 위임한다. 문제는 계약이 불이행돼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는 것. 국민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국민소환제'는 정치권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됐다.


▲ 2017년 8월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제정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가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찬반 온도 차 큰 '국민소환제'

국민소환제(recall)는 국회의원이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위법행위를 한 경우 지역주민이 투표를 통해 해당 의원을 해임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제도다. 산업계의 '리콜제도'처럼, 정치라는 서비스와 정치인이라는 상품을 소비자인 유권자가 만족해하지 않으면 소환해 파면할 수 있다.

여론은 국민소환제를 지지한다. 4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청원글은 청와대 답변 기준인 한 달 내 20만 명을 돌파했고, 5월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p) 국민소환 찬성 응답이 무려 77.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렇다면 여론의 요구처럼 국민소환제를 법제화하는 일은 가능할까. 먼저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 보면, 국민소환제는 △헌법상 대의제 자유 위임 원칙과 어긋날 뿐만 아니라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의사 결정을 초래하고 △여론을 이용한 정적 제거를 가능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신율 교수(명지대 정치학)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의 직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한 상태에서 국회가 안 열린다고 국회의원을 소환할 순 없다"며 "좌와 우 대립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국민소환제는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찬성 측은 △국회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실질적인 견제를 강화할 수 있고 △법에 명시되는 것만으로도 국회의원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으며 △여론의 높은 관심, 더이상 국회 공전은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16년 12월 가장 먼저 법안을 발의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UPI뉴스〉에 "국민소환제의 부작용을 우려할 순 있지만 완벽한 제도는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운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적으로 소환이 됐거나 코너에 몰리는 등 악용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 안하는 국회, 어떻게 할 것인가-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대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산적한 과제

20대 국회 들어 현재까지 제출된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은 총 4건이다. 6월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병욱‧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황영철 자유한국당(법안 발의 당시 바른정당 소속) 의원이 2016~2017년에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20일 국회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과 같이 주민소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민소환제 법안 논의가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정치선진국에서도 국민소환제도는 채택하지 않는 데다 헌법 및 정치철학 문제를 동반한 다양한 해결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자신을 옥죄는 법안을 입법 과정에서 지고지순하게 만들 가능성도 거의 없다.

국민소환제도는 세계적으로 볼 때 보편적이지 않다. 모든 선출직에 국민소환제를 채택한 나라는 베네수엘라뿐이다. 영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국가 단위 국민소환제를 도입했지만, 그 대상을 '범죄를 저질러 구속·구금돼 10회 또는 14일간 기일출석 금지 명령을 받은 하원의원' 등에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국민소환제를 반대하는 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24일 민주평화당이 주최한 '일 안하는 국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국회처럼 주권자의 의사와 유리된 국회도 많지 않다"며 "외국과는 다른 기준에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시민의눈 국민소환제 추진본부 관계자들이 2018년 3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소환제 개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와 보수 야당의 대결구도 역시 문제다. 청와대 복기왕 정무비서관이 6월 12일 관련 청원 답변으로 국민소환제를 통한 국회의원 견제 필요성을 말하자,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청와대가 삼권분립을 침탈하면서까지 야당 탄압 주문을 외우며 사실상 국민 선전 선동에 나섰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소환제가 정쟁의 대상이 된 순간 20대 국회 통과를 위한 합리적, 건설적 토론은 어려워진다.

2017년 1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헌법개정 시 국민소환제 도입의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헌법상 자유 위임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 '신임투표의 남용'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과의 충돌' 문제 등도 국민소환제 추진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다. 신율 교수는 "제도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도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순 없다"며 "국회의원이 실정법을 위반할 경우 재판을 빠르게 하는 식의 대안으로 국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실 국민소환제는 2004년부터 국회마다 법안이 발의될 만큼 해묵은 이슈다. 하지만 늘 여야 정쟁과 헌법적 문제 등을 이유로 미뤄지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되기 일쑤였다. 국회의원들이 ‘말로만 국민소환제’를 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과연 자기 목에 방울을 달 고양이가 세상에 있을까? 20대 국회에서 국민소환제라는 방울을 달 고양이가 출현할지, 늘 그렇듯 임기 만료로 해당 법안이 폐기될지 두고 볼 일이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남궁소정

남궁소정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