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교통 환경 개선하고, 의료보험제도 이용해야"

지난달 25일 경기도 포천에서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80대 노인이 정차 중인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긴급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70대 운전자 A 씨가 고속도로를 제한속도인 시속 50km보다 낮은 시속 30km로 운전하다가 뒤차에 들이받이는 사고가 났다.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는 결국 숨졌다. 사고 직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A 씨는 "뒤에서 추돌한 감은 있었지만 보이는 게 없어서 그냥 갔다"고 말했다. A 씨는 '사고 후 미조치'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고령운전자의 차량 운행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로 잇따라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물 인지 능력과 집중력, 돌발 상황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운전자들은 본인은 물론 다른 차량 운전자에게도 피해를 주면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8'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2%에 달했다. 이는 UN이 정한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넘은 것으로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인구 비율 20%인 초고령사회에도 곧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고령운전자들의 교통사고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2008년 1만155건에서 2017년 2만6713건으로 연평균 11%가량 늘어나 최근 10년간 무려 2.6배나 급증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와 부상자 수도 2008년 각각 559명, 1만5035명에서 2017년 848명과 3만8627명으로 51.7%, 156.9%씩 크게 늘었다. 각각 연평균 4.7%, 11.1%씩 증가한 수치다.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운전자의 사고 점유율도 2014년 9%, 2015년 9.9%였으나 2016년 11%, 2017년 12.3%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고령자 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사고 발생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고령운전자에 대한 대책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기억력 등을 진단하는 '인지능력 자가진단'이 포함된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2시간 이수토록 했다.
아울러 서울 양천구와 부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고령자에게는 1회에 한해 10만 원이 충전된 선급 교통카드를 지원한다.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 부산시는 5280명의 고령자가 지난 한해 운전면허증을 반납했다. 양천구는 지난 1월부터 시행한 결과 올 한 해 240명가량이 면허를 반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 달 만에 179명이 운전면허증을 반납해 목표치의 74%를 넘기게 됐다. 자진 반납한 운전자의 63%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였다.
한편에서는 노인들도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인인구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고령운전자에 대한 일괄적인 운전 제한은 근시안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으로 교통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보험제도를 이용할 것을 조언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개선해서라도 타 기관과의 의료정보공유를 통해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고령운전자의 질환이나 복용 약물 등 처방에 따라 적성검사를 수시로 요청한다거나 일정기간 면허를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 표지판 크기를 더 키우고 개수를 늘려 위치간격을 좁히고, 야간 조명이나 반사율 조절을 통해 고령운전자의 교통체계 가독성과 시인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교통안전복지과 관계자는 "도로표지판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면서 "여건이 가능한 상황인 만큼 각 도로를 관할하는 지자체가 표지판 크기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 조명식 표지는 작년부터 추진해 2022년까지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황정원·장기현 기자 hj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