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 6개 법안 거부권 행사...野 "마지막 경고" 탄핵 유보

박지은 / 2024-12-19 12:47:38
농업4법 등 모두 재의요구…"헌법·미래 최우선 고려 결심"
20년 만에 '권한대행 거부권'…대행직 맡은 지 닷새 만
민주 "韓대행 선 넘지 마라…韓에 윤석열이 겹쳐 보여"
내란·김건희 특검법이 관건…거부권 행사시 탄핵 가능성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9일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들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이다. 

 

거부권 행사 시 탄핵할 수 있다고 경고해온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했다. '마지막 경고'라며 "선 넘지 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탄핵은 유보했다. 특검법 등 나중을 위해 '압박 카드'를 아낀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대통령 권한 행사가 필요한 사안들은 여럿 있다. 우선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문제도 기다리고 있다. 내년 1월1일까지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둘 다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쟁점이어서 한 권한대행 고민이 깊다. 선택에 따라 '탄핵 정국'이 더 요동칠 수 있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고 전했다. "이 법안들에 영향을 받는 많은 국민들과 기업, 관계부처의 의견도 어떠한 편견 없이 경청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6개 쟁점 법안에 관해 재의를 요구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한 뒤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 건 지난 2004년 고건 전 총리 후 20년 만이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 지 닷새 만이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까지였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거부권 행사 안건은 대통령이 재가해야 효력이 생긴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돼 있어 한 대행이 재가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재표결을 통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이 이뤄진다.

 

민주당은 한 대행을 향해 "엄중 경고한다"며 으름장을 놨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며 "선을 넘지 말고 국민의 분노를 확인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한 권한대행에게서 윤석열이 겹쳐 보인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니다. 나아가 내란 사건 피의자"라며 "한 권한대행이 내란 수괴와 그 잔당들을 위해 부역할 수 있다는 점을 한시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내란 대행으로 남으려고 하냐"며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께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민 공복으로 남을지 내란 공범으로 전락할지 지켜보고 계신다"며 "김건희 특검법, 내란 특검법도 조속히 공포하라. 시간 끌기는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시키는 일 역시 없어야 한다"며 "국회가 추천 절차를 마치는 즉시 재판관 임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당장 탄핵을 추진하는 대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특검법 거부권 행사까지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면 정국 혼란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국정 안정을 주도해 수권 정당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이재명 대표로서도 한 권한대행 탄핵은 내키지 않는 선택이다. 이 대표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의 하나인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고 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 단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즉시 탄핵에 착수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런 만큼 조만간 열릴 의원총회 등을 통해 탄핵 추진 시점이 정해질 수 있다. 조 수석대변인은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결론 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까지 행사되면 탄핵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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