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10·16 재보선…이재명·조국 '호남 쟁탈전' 격화

박지은 / 2024-09-23 15:54:29
기초단체장 4곳 중 텃밭 영광·곡성 놓고 당대표까지 출격
李 "영광서 지면 지도체제 전체 위기 올 수도" 지지 호소
曺 "분열 언동 자제…분노의 화살은 밖으로" 민주에 반격
與 '조용한 선거전'…금정·강화 잃으면 한동훈 리더십 타격

10·16 재보선의 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기초단체장 4명만 새로 뽑는다.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곡성군수가 대상이다. 

 

국회의원 선출이 없는데도 관심이 커지는 건 성적표에 따라 여야 대표의 리더십이 재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은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야당의 지역 대표성과 주도권이 달려 있어서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4·10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 지역구 28석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투표 1위는 조국혁신당이 차지했다. 양당이 1승 1패인 셈이다. 

 

이번 선거는 우열을 가리는 시험대로서 텃밭 쟁탈전 성격이 강하다. 나아가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 향배를 가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나 지게 되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그런 만큼 상호 경쟁은 감정싸움으로 치닫으며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양당 대표가 전면에 나서 혈투를 벌이는 배경이다. 조 대표는 일찌감치 영광·곡성군에 각각 월세방을 얻어 한달살이를 하며 선거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영광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선거 지원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영광으로 가는 길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나가 "이번 선거는 소위 '2기 지도부'를 맡아 처음 치르는 것"이라며 "소규모 보선이긴 하지만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10·16 기초단체장 재보선을 앞둔 23일 전남 영광군터미널시장에서 유권자를 만나 장세일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만약 결과가 조금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가 호남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성적표가 야권 지지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또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군수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닌, 정권에 다시 회초리를 들어 책임을 묻는 선거"라며 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안타깝게 일부 후보는 '경쟁 자체가 싫다. 내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적다'며 경쟁체제를 벗어나기도 했다"며 "이런 식이면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영광군수 후보 경선에서 중도 사퇴해 조국혁신당으로 이적한 장현 후보를 저격한 것이다.

 

조국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을 겨냥해 "조국혁신당에 대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비방하는 분이 있는데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호남에서 정치 혁신의 새 선택지를 희망하는 분들이 매우 많은데 그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 어떻게 상하기 시작하는 것인가. 이러한 열망을 외면하고 경쟁을 억압하는 것이 바로 상하기 시작하는 길"이라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각 당의 지지층을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는 언동을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분노의 화살은 서로를 향해서가 아니라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적 중대 시기에 국회 의결에 빠지는 소탐대실은 엄히 비판받아야 한다"며 "고인 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언급했다. 조국 대표가 지난 19일 '김건희 특검법' 등을 처리하는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고 선거 지원에 나선 것을 때린 발언이다. 

 

민주당 장세일 후보와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가 맞붙는 영광에서는 '호남 쟁탈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연휴 직전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지난 10, 11일 영광군 거주자 506명 대상 실시) 결과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현 후보는 30.3%, 장세일 후보는 29.8%였다.

 

뉴스1 등이 의뢰한 이번 조사는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0.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두 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조용한 선거전'으로 치르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윤일현(금정)·박용철(강화)·최봉의(곡성) 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했으나 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의례적인 공개 발언은 생략했다. 조용한 선거 이면에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학습효과'도 작용했다는 얘기가 돈다. 당시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가 대대적인 선거전을 벌였으나 참패한 뒤 사퇴했다.


이번에는 한 대표가 간담회 형식으로 '측면 지원' 형태의 활동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지지세가 강한 금정과 강화 중 한 곳이라고 잃는다면 한 대표에게 책임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친윤계의 거취 압박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한 대표는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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