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이재용 뇌물 사건의 '킹핀'되나

손지혜 기자 / 2019-04-26 11:05:19
이재용에 칼끝 겨눈 검찰…수사 종착역은 경영권 승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뇌물죄 재판에 중대 변수 전망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삼성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사건의 '킹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11월 14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당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위원장 김용범)는 2015년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정병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수사가 파죽지세다. 검찰은 이 사건의 진실을 어디까지 밝히고 단죄할 것인가. '삼바 분식회계'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려고 '분칠'하는 통상의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의 의도적·조직적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짓고 검찰로 넘긴 데는 이런 함의가 담겨 있다.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 '고의성'의 내용을 밝혀보라는 것이다.


이미 검찰 수사의 초점은 분식회계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수사의 칼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 과정의 '고의성'에 맞춰져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삼성물산 핵심 관계자들의 사무실, 삼성바이오 상장을 관할한 한국거래소,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주관사였던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잇따라 압수수색하는 흐름이 말해준다.


작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삼바 분식회계'수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분식회계)→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이어지는 과정 전반을 파헤치는 중이다. 외형은 분식회계 수사이지만 본질은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 과정의 부정 의혹 수사인 것이다.


이런 수사 흐름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뇌물죄 상고심을 앞둔 이 부회장에게 불길한 것이다. 현재로선 별건으로, 분식회계 사건 수사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분식회계 수사의 결론은 경영권 승계 현안의 존재 여부를 가리는 중대 기로가 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 현안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상당 부분을 무죄로 뒤집었듯 수사 결과에 따라 뇌물죄 판단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법조계에선 삼바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 뇌물 사건의 '킹핀'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볼링에서 스트라이크(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리는 것)를 하려면 킹핀(맨앞의 핀)부터 먼저 쓰려뜨려야 한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삼성의 방어논리가 우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출발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그룹은 2015년 5월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두 회사의 합병을 결의했다. 그 해 7월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은 성사됐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했다. 제일모직은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내세워 합병비율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삼성바이오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고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후 삼성바이오가 회계장부에서 콜옵션을 고의로 누락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는데, 바이오젠은 합작 당시부터 에피스 지분을 '50% - 1주'(49.99%)'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했다.


콜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로, 주가가 오르면 이익이 커진다. 삼성바이오로서는 부채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는 이 같은 콜옵션 계약 내용을 2012~2014년에는 공시하지 않았다. 부채를 감춘 것이다.


2015년 분식회계는 '합병 사후 합리화'?  


2015년 삼성바이오는 갑자기 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회사)에서 지분률이 더 낮은 관계회사(공동지배회사)로 변경했다.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단독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회계기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었다고 보고 이 과정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지었다.

당시 이 같은 회계처리 변경으로 에피스 지분 평가액이 장부가에서 시장가로 바뀌면서 매년 수백억 원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는 1조9000억원 흑자 회사로 깜짝 반전했다. 에피스 지분의 장부가는 2900억 원이었지만 시장가로는 4조8000억 원이었다. 단 번에 회계상 4조5000억 원의 투자이익이 생겨난 것이다.


종속회사나 관계회사는 지분 보유목적이 단순 투자가 아니라 경영 참여이므로 지분평가를 시장가가 아니라 장부가로 하는 게 회계 원칙이다. 그러나 지배력 변경으로 종속회사가 관계회사가 되거나, 관계회사가 종속회사가 될 경우는 당해년도에 한해 지분가치를 시장가로 인식한다. 기존주식을 매각했다가 전체를 재매입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콜옵션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회계처리에도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회계장부에 콜옵션 부채를 반영하면 모회사 삼성바이오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고, 통합 삼성물산 부채도 대거 늘어난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공개한 삼성 내부문건에는 삼성바이오와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1안 △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2안 △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분의 1가량으로 재평가하는 3안을 논의하고 이 가운데 2안을 선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은 회계처리 변경이 결국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사후 합리화'가 아니었느냐는 해석을 낳았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은 "합병의 마무리 작업이 결국에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라고 지적했다. "합병 과정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이뤄졌고 이런 과정이 알려지는 것을 무마하려는 대응들이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청탁과 특혜 있었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박영수 특검의 공소장에는 이 부회장이 2016년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바이오 신산업 분야 회사인 삼성바이오의 상장, 관련 환경규제 완화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는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 부탁했다고 적시돼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후인 2015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해 적자기업도 성장성이 높다면 상장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 관련성도 중대 포인트다. 법조계에서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의혹과 직결된 문제로, 이 수사가 삼성의 진짜 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의 논리엔 이미 균열이 생겼다. 삼정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지난해 금감원 조사와 금융위 산하 증선위 조사, 올해 초 서울행정법원의 증선위 제재 집행정지 재판에서 삼성바이오 쪽 요구로 '사전에 합작 계약서를 입수해 콜옵션 조항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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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혜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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