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농가 터전 잃은 듯한 절망감...천안시 종합적인 지원대책 절실
"이번 폭설로 비닐하우스는 물론 포도나무도 부러지는 바람에 내년 거봉 농사는 완전히 망쳤어요. 비닐하우스 철거비용도 500만 원이 넘을 것 같은데 그저 한숨 밖에 안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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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시 입장면 용정리에서 비닐하우스가 붕괴된 포도농장을 바라보고 있는 농장주 안행규씨.[KPI뉴스] |
29일 오후에 방문한 충남 천안시 입장면 용정리 2600㎡에 달하는 포도농장엔 수십개의 비닐하우스가 단 한 곳도 남김없이 붕괴된 상태였다. 말없이 현장을 지켜보던 농장주 안행규(75)씨의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엔 낙심한 표정이 가득했다.
안씨는 내년엔 300주에 달하는 거봉포도나무에서 연소득 6000만 원 이상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이번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주저앉으며 포도나무까지 거의 부러져 포도농사에 대한 의욕을 상실했다.
천안 입장은 국내 거봉포도의 시장점유율이 43%에 달할만큼 포도 재배 면적이 넓은 곳이다. 그래서 '입장포도'는 거봉포도의 대명사로 불린다.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한 입장면엔 최근 몇년 새 공장과 물류시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포도재배농장과 포도 판매장이 산재한 '포도의 고장'이다.
하지만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기록적으로 쏟아진 된 첫 눈은 천안 입장면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유독 입장면에서 눈이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공장 지붕이 붕괴되고 축사 지붕이 내려앉아 젖소 3마리가 폐사할만큼 위력을 보였다. 인근 주민은 "언론엔 22.9cm의 눈이 내렸다고 보도됐지만 실제론 30cm이상의 폭설이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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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설로 수십동이 무너진 입장면 가산리 엄주봉씨 비닐하우스.[KPI뉴스 자료사진]. |
특히 입장면에서도 연곡리, 산정리, 용정리, 가산리 독정리 등 거봉·샤인머스켓 주산지엔 '쑥대밭'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멀리서보면 흰눈이 쌓여 표시가 나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비닐하우스가 물기를 머금어 무거워진 '습설'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무너진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대기중 수증기를 머금은 습설은 눈이 쉽게 뭉치고 쌓였을 때 무게가 한겨울 건조할때 형성되는 '건설'보다 2∼3배 무거워 습설이 20㎝ 이상 쌓이면 구조물에 과도한 하중을 줄 수 있어 비닐하우스는 쉽게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농업기술센터 성거입장지소는 이 지역 70여 포도농가에 약 6만6115㎡ 면적의 포도농장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정확한 집계가 나오면 피해면적과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산리에서 1만2000㎡의 포도농사를 짓는 엄주봉(72)씨 농장도 피해가 막심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씨에 찾은 포도농장 비닐하우스는 거의 대부분 붕괴된채 눈속에 파묻혀 몹시 을시년스러웠다.
이웃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오규만(75)씨는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면서 포도나무도 다치기 때문에 내년 포도농사는 끝난 것과 다름없다"며 "풍수해 보험을 들은 농가는 다소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보험을 들지 않은 농가는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이번 포도농가의 폭설피해로 '포도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금이 갈까 크게 우려하면서 천안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대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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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동의 비닐하우스가 쓰러져 있는 가산리 포도농장.[KPI뉴스] |
입장면에 공장을 경영하는 김 모 사장은 "갑작스러운 폭설로 농민들은 큰 정신적, 경제적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그동안의 노력과 수고가 한순간에 무너진 상황에 직면한 포도농가는 터전을 잃은 듯한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포도농가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회복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직장인인 이 모씨는 "농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천안시와 관련 기관들은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민간의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농민들의 상실감을 덜어주는 것은 금전적 지원만이 아닌,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입장면 70여곳에 달하는 포도농가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했으나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자가 폭설로 큰 피해를 입은 포도농장 4곳을 찾았지만 이 곳 농장주들은 공무원들은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장면 담당자에게 피해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 박성진 성거입장지소장은 "이번 폭설로 인한 피해는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입장면과 성거면 일대에 최소 19ha의 포도농장이 타격을 입었다"며 "손상된 포도나무가 많아 내년 거봉포도와 샤인머스켓의 수확에 큰 영향을 줄것 같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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