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제로페이', 과속에 '불투명' 추진, 왜?

오다인 / 2018-12-03 10:25:40
6·13 직후 비공개 회의 3회 개최…핀테크 업계 '황당'
총사업비 없이 추경부터…뒤늦게 투자사업심사 의뢰
기본계획 용역, 1인 업체에 2차례 쪼개기로 수의계약

박원순 서울시장의 민선 7기 핵심 사업인 '제로페이'가 급하게 추진되면서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1월2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약국에서 제로페이 가입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제로(0%)'로 만든다는 취지다. 방식은 간단하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판매자의 QR코드를 인식시키면 계좌이체로 결제된다. 간단히 '모바일 직거래 결제시스템'이라 한다. 당초 가칭은 '서울페이'였다.

소상공인은 서울시 사업체 82만개 중 66만개(84%), 종사자 507만명 중 128만명(25%)을 차지한다.

박 시장은 6·13지방선거를 두달여 앞둔 지난 4월 15일, '제로페이'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준비를 많이 해서 (당선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 당선 직후인 6월 14일과 6월 20일 자문회의, 6월 27일엔 결과회의를 열었다. 1차 자문회의에는 12명(내부3·외부9), 2차는 14명(내부5·외부9)의 시·은행·카드·핀테크(IT금융서비스)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결과회의에는 11명(내부8·외부3)이 참석했다.

"그들만의 회의…관련 소식 들은 바 없어"

그러나 "관련 사업을 준비하던 중 '제로페이'로 인해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핀테크 관계자 A씨는 "그런데 세 차례 회의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황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시 사업은 회의를 공개적으로 열어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도 '제로페이'는 추진 과정이 폐쇄적이었다"는 것이다.

'제로페이' 추진 과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시의회에서도 나왔다. 이호대 서울시의회 의원(기획경제위원회)은 지난 7월 중순 제282회 임시회에서 "협의 과정이 불투명해 특정 업체를 몰아준다는 오해를 사고, 민간 시장에 관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7월 10일 '서울페이추진반'(이하 제로페이추진반)을 신설하고, 7월 25일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이날에야 '제로페이' 기본계획이 처음 공표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래 제로페이추진반 반장은 "모든 내용을 공개하면 좋겠지만 사업 특성상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수수료와 관련해 금융모델을 바꾸는 일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먼저 풀어보고자 하는 생각에 (비공개) 자문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로페이' 사업 과정이 공론화되면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어 내부에서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총사업비 77여억원…추경 30억원 받은 뒤 뒤늦게 투자사업심사 의뢰

서울시 지방재정투자사업은 총사업비가 40억원 이상일 경우 투자사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제로페이'를 추진하던 지난 7월 총사업비는 제시하지 않은 채 추경 예산 30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이호대 서울시의원은 시정질의에서 "총사업비도 모르는 사업에 예산을 어떻게 책정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추경예산이 통과되고 난 뒤인 10월 15일에야 서울시는 2022년까지 총사업비를 77억6700만원으로 책정한 투자사업심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이후 10월 24일 심사, 11월 5일 결과통보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김형래 반장은 "추진 초기에는 '제로페이' 전체 예산이 얼마나 투입될지 확정되지 않아 추경에 30억원만 제시한 것"이라며 "당시 서울시 재정관리담당관으로부터 심사를 안 받아도 된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제로페이'는 당초 지자체 시범사업을 목표로 공공 투자는 초기에 국한된다는 개념이었다"며 "내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추가 예산이 결정됐고, 심사 대상에 해당돼 (10월에) 의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본계획 용역 총 3072만원…한 업체에 2회 나눠 수의계약

'제로페이'는 기본계획 수립도 비공개적으로 진행됐다. 공공사업은 비용이 2000만원 이상이면 입찰 공고를 내야 한다. 제로페이 기본안 용역에는 3072만원이 들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기본안 용역을 지난 6월 1536만원, 지난 8월 1536만원 등 정확히 절반씩 두 번으로 쪼개 한 1인 업체와 수의계약하면서 입찰을 내지 않았다.

이 업체는 지난 6월 25일~7월 24일 '지급결제시장 환경분석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이후 지난 8월 2일~9월 1일 '모바일 지급결제 플랫폼 허브(Hub)시스템 기본구상안 마련 용역'을 맡았다. 사업명은 다르나 내용은 기본안으로 같다. 각 용역은 4주 만에 마무리됐다.

서울시는 수의계약 이유에 대해 "짧은 시간 내 실행력이 높은 구상안을 마련하고자 유사사업 경험이 많은 핀테크 업체에 관련 조사·분석 등을 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2회에 걸쳐 수의계약한 이유에 대해서는 "첫 용역이 끝나고 나서 추가적인 용역이 필요해 의뢰하게 된 것"이라며 '쪼개기' 의혹을 부인했다.

업체 이름도, 이력도 모두 "공개 못해"

서울시 관계자는 "업체 전문성은 대표 이력 등에서 충분히 입증된다"며 "기본안 용역을 외부 입찰로 진행할 경우 되레 소상공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의 인적사항 등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고, 이력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이에 이 업체 전문성 등을 확인하고자 관련 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하자 "이 업체가 명시된 보고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 용역을 공개입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같은 조항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비공개의 근거로 든 조항은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다.

'제로페이'는 12월 중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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