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힘없는 여당 대표…추석 의료 대란 해법 감감

박지은 / 2024-09-10 15:50:39
한동훈, 의정갈등 중재로 차별화 나섰으나 용두사미될 듯
"협의체 조건없이 출범"…획기적 카드 없어 전망 어두워
韓 리더십 의구심 번질 수도…용산·친윤계, 협상 여지 안줘
민주 "정부여당 전향적 입장 밝혀야"…윤건영 "韓 당당해야"

추석 연휴가 코 앞인데 의정 갈등은 풀릴 기미가 없다. 전국 응급실이 비상이라 의료 대란 우려가 파다하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국민 불안감은 이만저만하지 않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의 정치적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국민 생명'을 명분으로 중재자를 자처한 한동훈 대표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한 대표는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라는 절충안을 내놓고 의정 타협을 시도했다. 의대 정원 증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히 주력해온 정책이다. 그런 만큼 한 대표가 작심하고 차별화에 나섰으며 결의가 굳다는 관측이 나왔다.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그러나 대통령실이 발끈하자 한 대표는 궤도를 수정했다. '증원 유예' 카드는 슬며시 접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환영했고 야당도 협조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의료계가 빠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증원 철회'는 의료계의 일관된 요구다. 하지만 의대 정원 논의는 진전된 게 없다.

 

의료계 '공적'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거취에 대해서도 한 대표는 언급을 피한다. 여권에선 박 차관 경질론이 확산 중이다. 비한계 나경원·안철수·김재섭·김용태 의원에다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사퇴 압박 대열에 동참했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박 차관이 의정갈등의 원흉이기 때문에 그를 경질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시작이라는 당내 공감대가 상당하다"며 "나도 동의한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그러나 "오해 사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하는 선에서 그쳤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10일 MBC라디오에서 박 차관 경질 여부를 여야의정 협의체의 의제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 정말 (박 차관 경질을) 원한다면 대화의 장에 나와 정정당당하게 정부 인사 조치를 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박 차관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의제 제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한 대표에게 협상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중앙과 지방이 함께 특별대책을 수립해 응급의료 체계가 차질 없이 가동되도록, 국민들께서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일 친윤계 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 등을 불러 만찬을 함께했다. 친한계가 배제돼 '한동훈 패싱론'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박 차관 경질 불가는 못박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보건복지부 장·차관 거취에 대해 "지금은 책임 등의 인사 조치를 거론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최근 비공개로 의료계 인사들을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계를 설득할 수 있는 획기적 카드가 없어 전망은 어둡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두가 조건 없이 신속하게 이 협의체를 출범해야 한다"며 당위성만 강조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더 이상 협상 여지가 없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거듭된 같은 질문에도 "말씀 그대로 이해해 주면 되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의 차별화가 또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이번에도 주저앉는다면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야당은 안 그래도 한 대표에게 "결정권이 없다"며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한 대표가 용산 눈치를 너무 보기 때문에 힘이 없다고 몰아세우는 중이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의혹 등 민감한 현안에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 제안,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는 그 일환이다. 그럴 때마다 용산은 불쾌감을 표했고 한 대표는 물러났다. 차별화 시도는 매번 소득 없이 끝났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 같은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밥도 안 주고 눈칫밥도 못 얻어먹는데 뭐 하냐"며 "한 대표는 당당하게 나서 이야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용산과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대여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 재조정에 대해 "정부는 무작정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사과, 관련자 문책,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가 여야의정 협의를 실질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조건"이라며 "정부여당이 전향적 입장을 조속히 밝혀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에서 "2025년은 안 되고 2026년부터 된다는 전제조건을 달면 의료계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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