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과 통화' 해명 이종섭…"술집 갔지만 술은 안 마셨다" 연상

박지은 / 2024-05-30 14:42:46
李, 채상병 이첩 당일 尹과 전화 3통…경호처장 등과도 통화
통화 부인하다 기록 나오자 입장 변화…"항명수사와 무관"
장성철 "李 거짓말 논란이 사태 더 키워…특검 명분만 쌓여"
"피의자, 호주대사 임명부터 잘못"…민주 "사건 몸통은 尹"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의혹을 살 만한 정황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과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변곡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쓰던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해 점심시간에 길게는 13분 43초, 짧게는 52초 간 이 전 장관과 대화했다. 이 전 장관이 그간 통화 자체를 부인해왔기에 그의 모든 주장은 신뢰성을 의심받게 됐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5일 인천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22대 국회가 개원한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다고 밝히며 대여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지시를 어기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직후였다. 

 

당일은 이른바 'VIP 격노설'의 단초가 된 국가안보실 회의가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과 통화 전후로 대통령실 경호처장, 행정안전부 장관, 국가안보실장·1차장·2차장 등과도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 측은 전날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지시나 인사 조치 검토 지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 대통령실 관계자,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과의 통화를 이상한 시각으로 보면 곤란하다"며 "제기되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 측은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개시와 인사 조치,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 기록 회수는 모두 국방부 장관의 지시와 그 이행의 결과물이었다"고 말했다.

통화 내역 공개로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와 재이첩 과정에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구심이 번지자 적극 해명에 나선 모양새다.

이 전 장관 측은 통화 자체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혐의자에서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통화가 없었다'는 취지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VIP 격노설'과 관련해서도 지난 24일 공수처에 제출한 3차 의견서에서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이 전 장관은 앞서 작년 9월 4일 국회에서 "대통령 격노라든지, 혐의자를 제외하라고 외압을 했다든지 이런 것은 (박정훈 전 수사단장) 변호인 측에서 허위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격노설 자체를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통해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인적·물적 증거들이 잇따르고 있다. 공수처는 해병대 간부 회의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격노설을 들었다는 다른 간부의 진술을 확보했고 김 사령관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관련 녹취 파일도 복구했다.


이 전 장관 측의 입장 변화는 증거를 통해 드러난 통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새로운 방어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대통령과 통화는 했으나 누굴 빼라는 지시는 없었다"는 이 전 장관이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트로트가수 김호중씨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술을 먹고 교통사고를 낸 뒤 달아난 김씨는 사건 초기 '음주운전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경찰 수사과정에서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술집에 간 건 맞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결국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씨 거짓말은 들통났고 소속사 차원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던 사실도 파악됐다.

 

대통령 통화에 대한 이 전 장관 해명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외압 자체도 문제지만 의혹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면 더 큰 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성철 공감센터 소장은 "각종 의혹도 문제지만 거짓말 논란이 사태를 더 키우는 것 같다"며 "채상병 특검 명분만 더 쌓여간다"고 꼬집었다.

 

여권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4·10 총선 국면에서 외압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와서 보면 뭔가 구린 게 있으니 부랴부랴 인사권을 행사해 이 전 장관을 외국으로 내보내려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개인폰을 사용해 전화한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제가 장관을 짧게 해서 그런지 13개월 동안은 (이명박) 대통령과 직접 전화 통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VIP 격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실뿐 아니라 정부 고위관계자, 집권 여당 의원들까지 긴박하게 움직였던 거 아닌가"라며 "사건 수사 은폐, 조작의 몸통은 윤 대통령"이라고 몰아세웠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지은

박지은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