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몰래 신고했는데…경찰, 대놓고 "신고자 누구시죠?"

황정원 / 2019-01-21 09:40:34
흉기 지닌 남성 신원 확인만 하고 귀가 조치
경찰, "시스템 오류로 신고 내용 잘못 전달돼"

버스 안에서 흉기를 든 남성이 행패를 부려 승객이 신고를 했지만, 출동한 경찰이 신고자가 누구냐며 공개적으로 묻고 별다른 조치 없이 흉기를 지닌 남성을 돌려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 경찰청 [UPI뉴스 자료사진]


2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을 지나던 마을버스 안에서 한 남성이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내 수차례 허공에 휘두르며 다른 승객들에게 "가까이 오지 마라"며 욕설을 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A씨는 이 모습을 보고 112에 문자메시지로 "파란 패딩을 입은 남자가 욕설하며 커터칼을 들고 있다"며 신고했다.

A씨는 "다음 정류장에서 경찰관들이 버스에 올라 '신고자 계십니까?'라고 큰소리로 외쳤다"며 "해당 남성이 자리를 이동해 제 옆자리에 앉아 대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고자를 찾지 못한 경찰이 버스에서 내리자 A씨는 뒤따라 내린 뒤 신고자임을 밝히고 사건 정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남성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 뒤 간단히 신원 확인만 하고 그대로 돌려보냈다.

A씨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 있는 상황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공개적으로 신고자부터 찾아 두려움을 느꼈다"고 경찰의 허술한 대응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112 신고 문자 시스템의 오류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있다'는 신고 내용이 현장 경찰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 측은 A씨의 신고 내용 중 '커터칼을 들고 있다'는 뒷부분이 누락된 채 '파란 패딩을 입은 남자가 욕?'이라고만 전달됐다고 밝혔다. 또 첫 신고 이후 A씨가 '우리가 신고한 걸 모르게 해 달라'고 보낸 문자도 현장 경찰관들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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