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물리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게재
포스텍은 기계공학과 진현규 교수, 박상준 박사, 물리학과 이현우 교수, 이호준 연구원 연구팀이 서로 다른 구조가 섞인 자성 물질에서 전자 흐름이 예상보다 훨씬 강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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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텍 물리학과 이현우 교수, 기계공학과 진현규 교수. [포스텍 제공] |
이 연구성과는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물리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됐다.
물을 흘려보낼 때 파이프 내부가 매끄러울수록 물이 잘 흐르듯, 전자 역시 물질이 깨끗하고 질서정연할수록 더 잘 이동한다는 것이 그동안 과학계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포스텍 연구진이 이 상식을 뒤집는 결과를 내놓았다. 오히려 특정하게 배열된 '무질서한 구조'가 전자의 흐름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현상은 '가로 방향 전자 수송'이다. 일반적으로 전류나 열은 가해준 방향을 따라 흐르지만 자성을 띠는 물질이나 위상학적으로 특이한 성질을 가진 물질에서는 흐름이 옆 방향으로 휘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은 자기 센서, 차세대 전자소자,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 발전 기술 등에 활용될 수 있어 활발히 연구되어 왔다.
기존에는 이 효과를 크게 만들려면 전자가 강하게 휘어지는 특이한 양자 물질이나 결함이 거의 없는 고품질 단결정 소재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물질 내부가 최대한 '정돈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두 종류의 자성 물질을 화학적으로 완전히 합치는 대신 각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유지한 채 물리적으로 섞었다.
그 결과, 비정질(무정형)과 결정 구조가 뒤섞인 복합 물질에서 전자가 옆 방향으로 흐르는 효과가 각 물질 단독일 때보다 훨씬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실험과 이론 계산 모두에서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의 비밀은 전자 이동 경로에 있다. 복합 물질 내부에서 전자는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고 서로 다른 물질 영역을 따라 구불구불한 경로를 그리며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전자의 흐름이 옆 방향으로 더 크게 휘어지면서 가로 방향 전자 수송이 증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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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합 물질 내의 특정하게 배열된 무질서한 구조가 전자의 경로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가로 방향 수송 현상을 증폭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나타낸 그림. [포스텍 제공] |
이는 기존 이론의 중요한 가정을 깨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복합 물질의 성질은 구성 물질들의 '평균값' 정도로 나타난다고 여겨졌는데 물질이 섞이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물리적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특정 희귀 물질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흔한 자성 물질 조합에서도 가능하다는 점도 입증했다. 실제로 철 기반 자성 물질을 이용한 실험에서 일부 고품질 양자 단결정 물질에 버금가는 성능이 나타났다.
이는 값비싼 특수 소재가 아니라도 높은 성능의 전자 수송 물질을 설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진현규 교수는 "희귀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도 높은 성능을 내는 저비용 소재 설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스핀트로닉스 및 열전 에너지 변환 분야 응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현우 교수는 "무질서를 피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물질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연구"라고 밝혔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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