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병사는 왜 예수상을 파괴했나

서승재 기자 / 2026-04-27 11:09:07
병사의 망치 한 방이 소환한 2000년 유대-기독교 역사
십자가, 기독교엔 구원의 상징…유대인엔 박해의 기억

쓰러진 예수상을 망치로 내려치는 이스라엘 병사. 사진 한 장의 충격은 컸다. 세계가 경악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 군인이라고 했다. 누군가 촬영해 SNS에 올렸고, 팔레스타인 언론인이 이를 캡처해 보도했다.

 

이스라엘 병사는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것일까. 종교적 적대감인가, 전쟁터의 충동인가. 개인의 돌출행동이라기엔 너무 기이하고 상징적이다그 병사가 왜 그랬는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성경과 역사에서 실마리는 찾을 수 있을 듯하다. 

 

▲ 군복을 입은 한 남성이 예수 그리스도상을 망치로 내려치고 있다. 사진 게시자는 19일(현지시간) 이 남성이 레바논 남부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 군인이라고 밝혔다. [유니스 티라위(Younis Tirawi) 엑스 계정 갈무리]

 

유대인과 기독교인 사이에는 2000년의 불편한 역사가 놓여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 같은 신, 같은 조상 아브라함이다.

 

기원후 1세기, 나사렛 출신 예수가 등장하면서 둘은 갈라졌다. 예수를 유대교 지도자들은 신성모독으로 고발했고, 로마는 반란 혐의로 십자가에 못박아 처형했다. 초기 기독교는 로마 제국 안에서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소수 박해집단이었다.

 

그러나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공인되고, 380년 로마 국교가 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권력을 쥔 기독교는 유대인을 "예수를 죽인 민족"으로 낙인 찍고 박해하기 시작했다. "그의 피가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아올지어다"(마태복음 27)는 구절은 오랫동안 그 정당화 논리로 사용됐다.

 

중세 내내 유대인은 박해를 받으며 게토에 격리됐고, 십자군 원정 과정에서도 유럽 각지의 유대인 공동체가 학살됐다. 반유대 서사는 나치 히틀러로 이어졌다. 히틀러는 이 오래된 서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1922년 연설에서 그는 예수를 유대인에 맞선 전사로 규정했다. "나의 기독교인으로서의 감정은 나의 주님을 전사로서 바라보게 한다. 그분은 홀로, 소수의 추종자들만을 곁에 두고, 유대인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그들에 맞서 싸우도록 사람들을 이끈 분이다."

 

이듬해 연설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맨 처음 할 일은 우리 조국을 유대인들로부터 구하는 것입니다……우리는 누군가가 그랬듯이 독일이 십자가가 매달려 죽는 것을 막고 싶습니다."
 

전기작가 존 톨랜드는 히틀러의 종교관을 이렇게 분석했다. "로마 교회를 혐오했음에도 그는 유대인이 신의 살해자라는 가르침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 단지 신의 복수하는 손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그는 양심의 가책 없이 절멸을 시도할 수 있었다."

 

히틀러의 이념은 기독교 신학이 아닌 인종주의에 기반했지만, 수천 년간 유럽 사회에 축적된 반유대 정서를 동력으로 삼았다. 그 결과가 600만 명 유대인 학살이었다. 

 

이렇듯 십자가는 기독교에겐 구원의 상징이지만유대인에게는 박해의 기억이 겹쳐 있는 표식이다. 그렇다고 이스라엘 병사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문제의 사진은서로의 상처가 어떻게 서로를 향한 공격의 언어로 바뀌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예수를 배신한" 유대인의 후손이다시 예수 형상을 파괴하는 사진 한장엔 2000년 역사가 투영돼있다. 2000년의 기억과끝나지 않은 갈등이 압축돼 있다유대인이, 그렇게 또 예수를 죽였다. 

  

KPI뉴스 / 서승재 기자 seungjaese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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