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의 밤' 국회로 내달린 20대 유하영…'민주주의 투사'가 되다

장한별 기자 / 2025-11-28 11:13:01
20대 여성의 내란저항기 '세상에 지지 말아요' 출간
'12·3 내란의 밤' 겪은 광장에서의 생생한 서사
"단순한 회고 아닌 승리를 준비하기 위한 기록"
"민주주의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웃으며 투쟁"

2024년 12월 3일에 다들 무엇을 하고 있었나.

20대 청년 여성 활동가 유하영(28) 씨의 질문이다. 역사책에서나 봤을 법한 비상계엄을 처음 경험한 2030세대가 받았던 충격은 어땠을까?

27세 대학원생이던 유 씨는 자신이 겁쟁이였기에 "국회로 가면 죽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택시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가슴은 두려움에 떨렸지만 머릿속에선 "가야 한다"는 당위가 솟구쳤다. 때마침 눈에 들어온 외신기자는 뜻밖의 위안이었다. "옆에 있으면 죽지는 않겠네." 유 씨는 외신기자를 따라 내달렸다.

 

▲ 20대 청년 여성 활동가 유하영 씨가 지난 2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한별 기자]

 

'12·3 내란의 밤'은 유 씨가 광장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는 대장정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유 씨는 탄핵광장의 거의 모든 집회에 빠지지 않았고, 어느새 광장의 불을 밝히는 연설자로 변신했다. 겁쟁이에서 용감한 시민으로 변신한 것이다.

최근 책도 냈다. '세상에 지지 말아요'라는 제목으로, 계엄군 총부리가 국민을 겨냥했던 '내란의 밤'으로부터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광장의 생생한 서사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세상에 지지 말아요'는 가수 지민주가 2023년 발표한 민중가요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계엄 당일을 기점으로 윤석열 파면 이후까지 광장 민주주의 현장을 질주했던 기록을 담고 있다. 유 씨는 책이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승리를 준비하기 위한 기록"이라고 밝히며,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끈질김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책에는 연설 내용과 현장 사진을 덧붙여 치열했던 '빛의 혁명'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쉽게 얘기하기 어려웠을 자신의 가족사, TK 출신 첫사랑과의 망한 연애 경험담 등의 개인사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인 페미니스트와 오타쿠 얘기를 당당히 밝히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며 "실천 없는 이론은 죽은 지식"임을 깨달았다는 유 씨를 지난 26일 국회에서 만나 그의 광장 철학과 청년 세대를 향한 메시지를 들어봤다.

 

▲ 유하영 씨가 지난 26일 국회 정문 앞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장한별 기자]

 

ㅡ'승리를 준비하기 위한 기록'으로 책을 썼다고 하셨는데, 어떤 승리인가요?


"2024년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되고 다음날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라는 피켓을 국회에서 나눠주고 집회했던 게 기억에 남았거든요. 이건 윤석열 퇴진에 대한 승리였지 사회 대개혁이나 완전한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승리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떻게 투쟁했고 어떤 것을 바랐는지를 계속 기억하고 있어야지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계속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위한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ㅡ각 챕터가 노래 제목인데, 이렇게 쓴 계기가 있나요?


"작년 12월에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소녀시대 '다만세(다시만난세계)'가 어떻게 민중가요가 됐을까'라는 기사를 썼어요. 그 질문에서 모든 게 시작된 거죠.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다가 (출판사 대표가) 책을 쓰자고 하시는데 그냥 냅다 쓰라고 하셔서(웃음), '기획안이라도 주시고 (쓰라고) 하셔야지!'라고 생각했어요. 한 챕터를 쓰는 아니라 한 권을 써야되니까. 고민하다 광장에서 불린 노래로 쓰면 어떨까 해서,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ㅡ'남태령 연설'에서 "노조 없는 경찰은 그냥 민중의 곰팡이, 권력자의 지팡이일 뿐입니다"라고 발언하셨는데 현장에 경찰들도 있는 상황에서 부담되진 않았나요?
 

"저 멘트를 미리 준비하진 않았고 즉석에서 생각한 거예요. 저는 죽는 것은 무서웠지만 연행되는 것은 그렇게까지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 '쩌리 시민'으로서 유치장에 들어갔다 나오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생계에 당장 기여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투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20대 청년들 중에서도 자원이 많은 축에 속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는데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고, 아는 만큼 행동하려 노력했습니다."

 

ㅡ주변에 유하영 씨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도 꽤 많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일단 여대여서 여성분이 많기 때문에 (제 의견에) 동조하는 분이 많을 것 같지만, (우리 세대를) 통틀어서 보면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그들이 너무나 극렬한 반대주의자들이기 때문에. 일단 남동생이 이준석을 찍었고, 제 첫사랑이 TK 출신의 안티 페미니스트였어요. 그래서 최근 연인 간의 젠더 갈등을 언론이 조명하길래 '나 진짜 할 얘기 많은데, 전 남친한테 연락이라도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농담입니다(웃음). 근데 결국에는 당연히 포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포용이 '우쭈쭈' 하고 말을 다 들어주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닌 건 아니다라고 해야되고. 그래서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태도가 좀 실망스러운 게 있어요. 그러니까 저런 식(마냥 여자랑 남자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는 것)으로 하면 절대로 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ㅡ2030 세대의 젠더 갈등을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세대들은 여자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성세대 남성들을 싫어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도전을 할 수 없으니, 밑에 있었는데 치고 올라오는 여성들을 깔아뭉개려고 하는 전형적인 약자 혐오로 가는 것이죠. 이것을 특정 정당에서 잘 이용하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까지 곁들여 특정 정치인 비판 프레임으로 묶는 것이 먹히는 것 같습니다."

ㅡ유하영 씨가 생각하는 '진보'란 무엇이며, 페미니즘의 최종 목적지는 무엇인가요?
 

"진보는 역사를 발전하게 하는 것이며,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분배와 평등을 지향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진보인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의 최종 목적지는 '가부장제 철폐'라고 생각합니다. 가부장제는 여성에게만 억압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강력한 가부장이 되어야 한다는 규율을 학습시키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ㅡ연설의 마지막 인사로 항상 "사랑합니다. 투쟁"을 외치는 이유가 있나요?

 

"시위 현장에서 야유와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에게 어떤 분이 환하게 웃으며 '사랑합니다'라고 하신 것을 보고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희는 혐오로 우리에게 맞서지만 우리는 사랑으로 응답해가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2024년 12월 14일에는 '우리는 사랑으로 연대하는 세대다'라고 한 시민 발언자도 (시위 현장에) 계셨는데, 이런 것들과 맞물려 사랑으로 투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유하영 씨가 지난 2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한별 기자]

 

ㅡ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 기지촌 여성 인권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바로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기보다는, 프리랜서 활동가이자 연구자로서 여러 여성 단체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활동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ㅡ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있다면?
 

"저는 진짜 민주주의를 찾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꼭 말하고 싶어요. 그것이 세상에 지지 말자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희망도 잃지 말고 사랑도 잃지 말고 그렇게 웃으며 투쟁하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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