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유류세 인상 철회로 한발 물러서
프랑스 언론 "개혁 정책 계속될 것 예상"
지난달 프랑스에 불어닥친 '노란 조끼' 시위 강풍이 지난 주말 격렬한 시위로 이어지면서 마크롱의 개혁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강풍은 비단 유류세 인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어서 향후 마크롱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 정부가 지난 10월 중순 유류세 인상안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노란 조끼를 입고 나와 인상 반대시위를 벌였다. 노란 조끼 시위에 평범한 시민들까지 동참하면서 급기야 반정부 운동으로 번졌다.
마크롱 정부는 시위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력을 투입했다. 지난 8일 4차 시위에선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도시에 장갑차가 등장하고 전국에서 12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주 검거한 450명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노란 조끼 시위로 한달 동안 4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단순히 유류세 인상 반대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마크롱식 개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를 짓누르는 극심한 빈부격차, 높은 실업률 등 각종 문제점이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위에 위협을 느낀 마크롱 정부는 유류세 인상안을 전면 철회하고 시위대와 대화를 통해 진전시킬 조치를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란 조끼 시위대는 "우리는 빵 부스러기를 원하지 않는다. 바게트를 통째로 원한다"고 더욱 목청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 철회 결정을 전면 후퇴가 아닌 일보 후퇴로 보고 있다. 마크롱이 취임 이후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고집하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면 개혁 정책에도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위대의 중심이 백인 노동자 계층이다. 따라서 마크롱식 개혁의 향방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왜 프랑스 시민들은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왔나
마크롱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을 추진해왔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유류세 인상을 통한 차량 억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리터당 경유 가격은 1.5유로(약 1890원), 휘발유는 1.6유로(약 2022원)다. 지난해보다 각각 25%, 14% 상승했다.
정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내년 1월부터 추가로 3~5%를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프랑스는 유류세가 가장 높은 유럽 국가 가운데 하나다.
초기에 시위를 주도한 건 유류세 인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트럭운전사, 간호사, 재택 방문 복지사, 소규모 자영업자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에서는 노란 조끼를 차내에 놓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란 조끼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를 가장 먼저 구할 수 있도록 한 보호장치다.
시위대는 자동차 사고뿐 아니라 사회의 보호도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노란 조끼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 대도시 외곽이나 중소 도시, 농촌 지역 주민들이 노란 조끼를 입은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에서는 자동차만이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주요 일간 르몽드는 "소셜미디어에 퍼진 시위 관련 메시지로 평범한 시민들이 모였다"며 "이는 정당이나 노조가 주도하는 전통적인 시위와는 다른 노란 조끼 시위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 시위에도 강경태도 고수
이번 시위 사태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지난달 대국민 연설에서 "시위대의 불만은 이해한다, 하지만 유류세 인상은 '가야 할 길'이다"라며 정책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일방적인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누적된 불만이 일시에 폭발했다. 백인 노동계층을 포함한 평범한 시민들이 대거 시위에 동참했다. 리베라시옹은 "마크롱 정부가 부유세 약 40억 유로를 감면했고, 노동법을 개혁해 직업 안정성을 악화시켰다"며 중산층의 분노가 쌓인 이유를 설명했다.
부유세 폐지, 법인세율 인하, 노동법 개정 등 투자 활성화 정책들이 프랑스의 빈부격차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생도 시위에 나섰다. 툴루즈, 마르세유, 몽펠리에, 디종에서 수만명의 학생들이 교육 개혁 반대를 외쳤다. 지난봄 추첨으로 국립대에 들어가는 방식에서 대학교가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교육 개혁이 이루어졌다. 은퇴한 노인들도 참여했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금 지급액 증가폭을 제한하면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연금액이 역으로 깎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유류세 인상이 기폭제였다"고 지적했다.
마크롱식 개혁은 계속되나
프랑스 역대 정부 모두 공공 부문 개혁과 노동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시민들의 저항에 좌절했다. 그런데도 마크롱은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추락하는 지지율과 시민들의 반대에도 개혁을 밀어붙였다. 철도공사(SNCF) 노조원들의 복지 혜택을 줄이는 국철 개혁이 대표적이다.
마크롱은 개혁을 단행해 고비용·저효율의 '프랑스병(炳)'을 고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과 같은 반발이 계속되면 향후 예고한 연금 개혁, 공무원 감축 등의 추진력도 약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프랑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전망된다. 실업률은 9.1%, 청년실업률은 25%,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마크롱을 재경부 장관으로 등용한 올랑드 전 대통령은 "지금의 빈부격차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언론은 유류세 철회가 숨 고르기에 불과할 뿐 마크롱의 개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번주 초 마크롱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부 내용과 정확한 시점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사상 최저인 18%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번 행보로 정권 존립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예견했다.
마크롱의 개혁 정책은 전국으로 확산한 노란 조끼 시위로 일단 중단됐다. 마크롱의 1보 후퇴가 2보 전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전면 폐지로 이어질지 그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PI뉴스 / 남국성 기자 nk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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