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2심 법원, 서류 필체 달랐는데도 인정 안해"
전직 직원 조사서 "관행 따라 내부 직원이 대리 작성"
S증권 "법원에서 모두 결론 났다"…추가 해명은 안 해
대전에 사는 김모씨와 박모씨는 지난 2011년 S증권 직원으로부터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가입을 권유받았다. 두 사람은 각각 2억 8000만 원, 3억 원 씩 총 5억 5000만 원을 투자했다.
안타깝게도 해당 상품 투자금은 반 토막 났다. 두 사람은 "S증권으로부터 제대로 상품 정보를 듣지 못했다"며 2015년 2월 회사와 직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불완전 판매였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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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사 건물들 모습. [뉴시스] |
관련 재판에서 S증권은 두 사람의 서명과 날인이 담긴 '투자자 정보 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두 사람은 해당 문서에 인적사항과 서명만 확인했을 뿐 투자자 정보 확인서 내 '투자정보란'은 자신들이 기재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S증권 직원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는 얘기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재판부는 '투자정보란'에 적은 것과 인적사항을 기재한 필체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의뢰를 받은 A감정평가법인은 '자필 부분 등에서 특징이 고루 다양하게 관찰된다'며 S증권이 제출한 증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2016년 6월 1심 재판부는 S증권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항소심) 재판에서는 전혀 다른 사실이 확인됐다. 대전고법 재판부로부터 감정평가를 의뢰받은 B감정평가법인은 투자정보란에 기재된 것과 고객명(주민등록번호) 필적이 서로 다른 필기도구로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별도로 의뢰한 제3의 감정평가법인도 '두 필체가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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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심(항소심) 재판부 의뢰로 관련 서류를 감정한 B감정평가법인 감정결과서 [제보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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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심(항소심) 재판부 의뢰로 관련 서류를 감정한 B감정평가법인 감정결과서 [제보자 제공] |
두 사람은 "S증권이 가입자에게 인적사항(고객명 포함)과 서명을 미리 받아놓고 투자경험 여부 등 나머지는 나중에 채워 넣었다"고 강조한다.
피해자 김씨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박모씨는 3일 KPI뉴스에 "투자정보란 기재 여부가 재판에서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2년 이상'이라고 적었느냐에 따라 고위험투자상품 가입 여부에 대한 정당성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년 이상'이라고 기재하면 ELS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가 관련 상품의 위험도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두 사람의 투자자 정보 확인서에는 투자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2년 이상'이라고 써있다. S증권 측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기재한 내용"이라는 입장이나 두 사람은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2017년 2심 재판부도 S증권 측 손을 들어줬다. B감정평가법인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두 사람은 소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재판은 그렇게 끝났다.
김씨 등은 2심 재판부가 필적감정 평가로 관련 내용을 확인했음에도 판결문에 특별한 언급 없이 S증권 측 승소를 결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재판부는 추가로 진행한 필적 감정에 대해 "각 증거를 보태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김씨 등은 최근 새로운 내용도 제시했다. 10여년 전 ELS 상품 가입 권유 당시 판매 직원들과 함께 근무한 전직 삼성증권 직원이 2년 전 수사당국에 밝힌 진술이다.
관련 서류에 따르면 전직 S증권 직원은 조사에서 "상품 신청 접수를 담당한 직원이 관행에 따라 고소인에게 '투자시작년월 또는 투자경험기간'란에 일자를 직접 기재하게 하지 않고 직원이 고소인(피해자측)을 대신해 기입했다"고 증언했다. 해당 ELS 판매에 관여한 두 명의 S증권 직원 중 한명은 현재 퇴사한 상태다.
S증권 관계자는 "이미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된 사안"이라며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 후 드러난 전직 직원 진술과 관련해서는 "(고객)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이라서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재심 청구가 불투명하다. 박씨는 "검찰은 여전히 'S증권이 관련 서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중요 증거를 내밀었는데도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정확히 확인키는 어렵지만 재판부가 필체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을 증거로 채택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필체 감정 사건을 다수 맡았던 우재법률사무소 이재범 대표변호사는 "법원 내 민간의 필체 감정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기류가 있기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도 "이번 사안은 자신들의 의뢰로 나온 증거를 법원 스스로가 채택하지 않은 점, 항소심 법원이 원심과 다른 기준을 갖고 판단한 것을 볼 때 이례적인 판결인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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