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0국 시행 중인 '재판매보상청구권' 2년뒤 시행
음악은 스트리밍 한 번에도 저작권료가 발생한다. 미술은 수억 원이 오가는 거래에도 최초 거래 이후에 아무것도 없다. 이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미술계 이슈다. 과정은 길었지만, 해법은 마련됐다. 2027년 7월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Droit de suite)' 제도가 시행된다. '작품이 재판매될 때 원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작가에게 보상하는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왜 이 제도가 필요할까? KPI뉴스는 음악과 미술의 저작권 구조를 비교해 그 답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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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공연. [하이브 제공] |
음악은 '사용'할 때마다, 미술은 '소유'만 바뀌면 끝나
저작권 소유를 두고 논란과 분쟁이 있었지만, 김광석의 노래들은 사후에도 꾸준히 리메이크되거나 방송에 자주 사용되며 지속적으로 저작료를 발행하고 있다. '깊은 밤을 날아서', '광화문 연가' 등 이문세의 히트곡을 작사, 작곡한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도 방송뿐만 아니라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사후에도 천문학적인 수익을 낳고 있다. 16년 전 발매된 패티 김의 '그대 내 친구여'는 최근 복고 열풍과 함께 '역주행'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반면 미술은 한 번 팔리면 그걸로 끝이다. 작가는 최초 판매에서만 일정 수익을 받는다. 이후엔 해당 작품의 가치가 아무리 높아진다 해도 정작 오리지널 저작권자인 작가와는 무관하다. 몇천만 원, 수억 원, 더러는 수십억 원에 작품이 재판매되어도 작가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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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진행된 키아프 플러스2023(Kiaf +) 전시회. [이상훈 선임기자] |
재판매보상청구권, 왜 필요한가. 우려는 없나.
재판매보상청구권은 단편적이지만 이런 구조를 바꾸려는 파격적 시도다. 작품이 일정 금액(우리나라는 500만 원 이상) 이상에 재판매될 때, 작가나 유족에게 일정 비율의 수익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미 유럽연합, 프랑스, 독일, 호주 등은 이 제도를 도입하여 예술가 권리를 강화해 왔다.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Artist's Resale Right), 또는 흔히 추급권(Droit de Suite)이라 불리는 이 권리는 유럽에서 처음 시작됐다. 프랑스가 1920년에 세계 최초로 해당 권리를 도입했다. 당시 빈센트 반 고흐처럼 생전에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사후에 작품 가치가 폭등하면서도 그 수익이 유족에게 돌아가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이듬해인 1921년에는 벨기에가 프랑스의 뒤를 따랐고 이후 1948년 베른 협약에 재판매보상청구권 조항(Article 14ter)이 선택 사항으로 추가되면서 국제적인 논의와 인식이 시작됐다. 이 권리가 유럽 전역에 걸쳐 보편화한 결정적인 계기는 2001년 유럽연합(EU)의 재판매권 지침(Resale Rights Directive 2001/84/EC)을 채택하면서부터다. 이 지침은 모든 EU 회원국이 2006년 1월 1일까지 자국 법률에 재판매보상청구권을 도입하도록 의무화했다. 그 결과, 2006년에는 21개국이 이 제도를 시행하는 등 유럽 대부분 국가가 해당 청구권을 적용했고 현재는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이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미술가의 저작권 보호에 있어선 완전한 '후진국'에 속하는 셈이다.
관련 청구권이 시행되면 미술가는 어떤 혜택을 받을까. 예를 들어, 신진 작가 A가 100만 원에 작품을 팔았고 10년 후 작품의 가치가 상승에 경매에서 1000만 원에 팔린다면, 현재까지 A는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하면 일정 금원(재판매보상금 요율은 작가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통령령으로 향후 정해질 예정) 그 금원이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 건 불문가지일 터다. 행여 작가가 사망한 경우에라도 유족은 작가의 사후 30년(유럽연합 70년, 우리나라 음악저작권은 70년. 단 2013년 7월 1일 이전의 저작권은 사후 50년)간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는 단지 경제적 보상만이 아니라, 예술가의 창작 행위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나 그로 인해 과거 경제적 고통을 감수했을 유족에 대한 배려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우려도 있다. 갤러리, 경매업계 등 일부 유통 주체들은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신중론을 펼친다. "작가 확인 절차가 번거로워진다", "행정 비용이 늘어난다", "해외 투자자의 이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주요 논리다. 실제로 한국 미술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인 만큼, 유통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걱정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
사안은 다르지만, 과거 우리 사회를 강타한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사회적 논란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6년 1월,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 미국의 요구를 전격 수용, 스크린쿼터 일수를 기존 연간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는 결정을 했다. 당시 우리 영화계는 할리우드 영화에 국내 영화계의 씨를 말릴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 영화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젠 할리우드에서조차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당시의 결정은 현재를 만든 강력한 예방주사였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우여곡절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도 단단히 준비하는 요량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2026년 시범 운영을 통해 제도 정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작가 등록 시스템, 분쟁 조정 기구, 표준계약서 도입 등 보완 장치를 마련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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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 원조격인 백제문화제 행사 야경.[공주시 제공] |
그럼에도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
예술가의 창작은 단지 개인의 감성 표현이 아니라, 사회와 시대의 정신을 기록하는 행위다. 음악은 단기적 성과를 내기 쉽지만, 미술은 그 가치를 발현하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리는 게 보편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미술 유통 구조를 놓고 미술 작가들 사이에선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주인, 호인)이 받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도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품에 대한 수익이 오로지 유통 시장과 구매자에게만 돌아가는 구조는 분명히 불합리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다. 미술가들은 '경제적 사안'을 입에 올리는 걸 꺼린다. 하지만 미술도 경제적 독립이나 지원 없이 지속하기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미술가의 권익 보호, 즉 재정 자립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는 이제 '필요충분조건'을 넘어 미술계가 다룰 '시대정신'이다. 미술 창작자의 성장을 지원해 합리적인 미술 생태계를 마련하는 일은 '문화강대국'을 만드는 단초로 여겨야 한다.
음악과 미술에 대한 형평성을 따져봐도 당연지사다.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 시행은 예술 생태계를 위한 필연적 진화일 것이다. 누가 아는가. 한국미술(K-ART)이 또 다른 한류의 금맥일지.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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