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선 '무승부'…한국당, 1:4로 싸워 1승1패

김당 / 2019-04-04 08:02:40
'1호 친황계' 정점식 국회 진입…황교안, 대권 교두보 확보
민주당은 '본전', 평화-정의 교섭단체 복원…바른미래 책임론
민주당, 동진 교두보 확보 실패…한국당, 보수 통합 가속화

개표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결과는 '싱거운 무승부'였다.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에서 치러진 'PK(부산·경남) 목장의 결투'는 1승1패로 끝났다. 5개 정당 중에서 유일하게 두 선거구에 후보를 낸 자유한국당을 기준으로 하면 그렇다. 

 

▲ 4·3보궐선거가 실시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정의당 여영국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여영국 당선인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정병혁 기자]

창원 성산에서는 민주-정의당의 여영국 단일화 후보(45.75%)가 손에 땀을 쥐는 접전 끝에 한국당 강기윤 후보(45.21%)를 504표 차이로 막판에 극적으로 승리했다. 통영·고성에서는 당초의 예상대로 한국당의 정점식 후보(59.5%)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36%)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에 따라 의석 분포는 △민주당 128석(42.7%) △한국당 114석(38.0%) △바른미래당 29석(9.7%) △평화당 14석(4.7%) △정의당 6석(2.0%) △민중당 1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7석(2.3%)이 되었다. 이제 1년여 남은 20대 국회는 평화-정의당 연합 교섭단체를 포함한 4개 교섭단체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창원 성산에서 사실상 1: 4로 싸워 석패했다는 데서 '위안'
 

이번 4·3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미니총선'으로 불렸다. 의석수는 2석에 불과하지만 내년 총선의 승부처가 될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대로 간주되었다. 여야 지도부가 단 두 석의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경기 결과는 '1승1패 무승부'이지만 경기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1 대 4로 싸운 한국당의 '미세한 판정승'이다.


특히 여야 5당의 이해관계가 모두 얽혀 있는 창원 성산의 경우, 당초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민주-정의당 단일후보인 여영국 후보가 강기윤 후보를 10%p 정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보니 개표 초반부터 줄곧 강기윤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막판까지 손을 땀을 쥐게 했다. 


창원 성산은 기업과 공장이 밀집해 젊은 노동자들이 많이 살아 경남 지역임에도 진보 성향이 강한 곳이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고(故) 노회찬 의원이 이곳에서 당선된 것도 이런 지역적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정의당은 이정미 대표가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총력전을 펼쳤다.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유지를 받들어야 하는 정의당으로서는 극적인 막판 승리로 일단 한 시름 놓게 되었다.


한국당은 패배했지만 초반 열세와 막판의 축구장 선거운동 논란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남에서 진보성향이 가장 강한 선거구에서 사실상 1:4로 싸워 석패했다는 데서 위안을 찾을 수 있다. 한국당은 이곳에서 이재환 후보를 내세운 바른미래당과 후보 단일화로 연합한 민주-정의당은 물론, 정의당과의 연합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지원한 평화당과도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텃밭' 통영·고성 수성…황교안 '시험대'는 내년 총선으로 늦춰져
 

통영·고성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이군현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됐을 정도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통영 시장과 고성 군수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해 한국당에 '빨간불'이 켜진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에 '텃밭'을 지켜냄으로써 한 시름 놓게 되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오후 경남 통영시 봉평사거리에서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정점식 후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김순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문재원 기자]

한국당은 이곳에 '황교안 대표의 오른팔'로 통하는 공안검사 출신의 정점식 후보를 내세워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수성에 성공했다. 한국당으로서는 통영·고성을 비교적 여유있게 지켜냄으로써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 지역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을 모두 내줬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어 보인다.


황교안 대표로서는 결과는 1승1패이지만 '정치 신인'으로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둠으로써 어느 정도 현행 지도체제가 탄력을 받는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은 닦은 셈이다. 이에 따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총선은 황교안 체제를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황교안 체제의 성패는 내년 총선 결과에 달린 셈이다.


바른미래당은 창원 성산에만 후보를 냈지만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는 데 실패했다.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3.57%)는 민중당 손석형 후보(3.79%)보다 낮은 득표율로 민주당이 후보를 안낸 곳에서 4위를 했다. 손학규 대표가 이곳에서 숙식하며 사실상 '올인' 전략을 펼쳤던 만큼, 내상을 입은 손 대표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당의 이언주 의원은 이미 '창원 성산에서 10% 이상 얻지 못하면 손학규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친 바 있다. 바른미래당이 이 지역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얻지 못함에 따라 탈당의 원심력과 함께 한국당으로 통합의 구심력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과 단일화를 통해 실리보다 명분을 택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두 군데 모두 한국당이 가져갈 경우 뼈아픈 책임론을 면하지 못했을텐데, 막판의 극적인 승리로 겨우 '본전치기'를 한 셈이다. 다만, 정의당과 단일화한 창원 성산에서 겨우 승리했고, 통영·고성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내지 못함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동진(東進)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향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한국당에 끌려 다니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하려면 제4 교섭단체로 복원될 '평화와 정의의 모임'과의 연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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