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잡고보니 국회의원들?

김당 / 2018-10-21 00:30:14
[단독] 예산감시 시민단체, 백재현·이은재·황주홍 의원 검찰 고발키로
'정책연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의원들 24일 고발 및 수사의뢰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를 추진해온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20일 〈UPI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세금을 도둑질한 범죄 증거가 드러난 백재현·이은재·황주홍 의원 3인을 24일 오전 11시께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 예산감시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가운데)가 19일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연구용역비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타파 캡처]


예산감시 시민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와 함께 입법 및 정책개발비 사용내역의 정보공개를 추진해온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와 관련 의혹을 탐사보도해온 〈뉴스타파〉는 정책개발비를 유용한 것으로 드러난 의원 3인을 검찰에 형사고발하고, 혐의는 있지만 증거가 불충분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립유치원 비리가 후반전으로 접어든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한 가운데 ‘세금 도둑’을 감시해야 할 일부 국회의원이 실은 바로 '세금 도둑'이라는 의혹에 휩싸이게 되면서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할 조짐이다.

앞서 지난 19일 예산감시 3개 시민단체와 뉴스타파는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0억원대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한 국회의 진상조사와 예산 환수,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형사고발 대상 정치인의 실명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이들은 앞서 정보공개 청구소송 등을 통해 국회 사무처로부터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년치 국회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지출증빙 자료를 공개 받았다. 이에 따르면 국회의원 151명이 총 338건, 12억원대의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은 국회의원실에서 건당 500만원 이내에 발주할 수 있는 연구용역으로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예산감시 시민단체와 뉴스타파는 의원들이 진행한 연구용역 가운데 ▲연구용역비를 지급했다가 돌려받았거나 연구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전문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내부자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용역을 발주한 경우 ▲용역보고서가 표절 등에 해당하는 경우 등이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의원실 보좌관 지인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뒤 돌려받거나(이은재-황주홍 의원), 선거운동원이 만든 유령단체에 수천만원을 몰아준 사실(백재현 의원) 등이 확인됐다. 이밖에 연구보고서 표절과 명의도용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 등 특수 관계자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되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은재 의원이나 황주홍 의원의 경우 용역비를 계좌로 입금한 다음 다시 받는 이른바 ‘깡’이라는 행위를 한 것” 이라며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원실의 보좌진이나 전현직 인턴, 입법 보조원, 아르바이트 대학생이나 지인에게 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한 경우 연구용역 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들은 전액 예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사기행위를 해 국민세금을 빼먹은 행위는 무겁게 처벌받아야 한다”며 “추가 범죄 혐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소규모 정책 연구용역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용역비를 지급했다가 돌려받은 경우 등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의원들은 검찰에 형사고발하고, 연구보고서 표절과 명의도용, 가족이나 지인 등 특수 관계자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의원들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용역 보고서 원문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행정심판도 내주에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은 해당 보고서 등을 추가로 검토할 경우 정책개발비를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례가 더 있을 거라는 판단이다.


▲ 예산감시 시민단체 3곳과 뉴스타파가 공동으로 기획한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 시리즈 가운데 백재현 의원편 [뉴스타파 캡처]


형사 고발하기로 한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명시갑, 3선)은 지난 2012~2017년 한국경영기술포럼이라는 단체에 8건의 정책 연구용역을 맡겼다. 건당 500만 원씩, 모두 4000만 원의 국회 예산이 지급됐다.

하지만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이 단체는 사업자, 법인 등록도 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단체였다. 이 단체 책임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려 연구비를 타낸 고모씨는 지난 총선 당시 백재현 의원의 선거운동원이었다. 고씨가 수행한 8건의 연구 용역 가운데 2건은 다른 기관의 연구 보고서를 통째로 표절한 것이었다.

백 의원은 지난 2010~2016년 또 다른 정체불명의 단체인 한국조세선진화포럼에 5건의 연구용역을 맡겼다. 백 의원은 이 단체 책임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모씨에게 총 1500만원의 연구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 단체 보고서에서도 표절과 명의도용 등이 발견됐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서울 강남구병, 재선)은 제3자 계좌를 차용해 국회 예산을 1000만원 이상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예산감시 3단체에 따르면 이은재 의원은 지난 2016년 9월 ‘국가정보활동 관련 국내외 입법례 및 판례 동향’이라는 소규모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 수행자는 ‘자유기고가’ 홍모(50)씨로, 연구비 500만원이 지급됐다.

이 의원은 지난 2017년 11월에도 홍씨에게 ‘1947년 이후 미국정보공동체 개혁에 관한 연구 번역’ 업무를 맡기며 500만원을, 또 비슷한 기간 ‘미국의 정보기관과 연방의회의 감시기능강화 관련 번역’ 연구를 맡겨 220만원을 지급했다. 불과 1년 사이 홍 씨에게 모두 1220만원의 연구비가 지급된 것이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홍씨는 위 3건의 연구를 하지 않았고, 이은재 의원실에 계좌만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이다.


▲ 예산감시 시민단체들이 24일 검찰에 형사 고발하기로 한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예결특위 위원이고, 황주홍 평화당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다. [뉴시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 재선)은 지난 2016년 9월, 밭농사 발전을 주제로 한 정책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국회 정책개발비 400만원이 들어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정책보고서 표절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황주홍 의원실에 해당 정책연구를 수행한 연구자와 소속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의원실은 공식 답변을 통해 “해당 정책연구의 연구자는 시민단체 소속”이라면서도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책개발비 지출증빙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문제의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연구자는 황 의원실에서 답변한 시민단체 소속이 아니라 강원대 박사과정의 최모씨가 기재돼 있었다. 최씨의 전공은 밭농사와 관련이 없는 의생명공학 분야였다.

게다가 문제의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는 1년 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를 출처와 인용없이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세금 400만원이 표절 정책연구에 쓰인 것이다. 황 의원은 20대 국회 하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다.

이밖에도 한국당 강석진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군)은 지난 2016년 5건의 정책연구용역과 3건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국회사무처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의원실 업무를 돕던 비정규직 인력들에게 천여만원의 용역비를 편법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의 지난 2016년 정책연구 용역비 집행 내역을 보면, 같은 해 7월부터 11월까지 매달 1건씩 모두 5건의 정책연구 용역을 맡기고 1천50만원의 국회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5건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하나같이 연구자의 전공이 주제와 동떨어지거나 전문성이 크게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무소속 서청원 의원(경기 화성갑)은 정책연구용역을 해당 분야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에게 맡긴 사실이 확인됐다. 서 의원실은 지난 2017년 ‘북핵 위기를 반영한 대북 정책 개선 방안연구’라는 정책 연구를 진행했다. 용역을 수행한 장모씨는 황당하게도 토목 엔지니어링 업체의 상무로 재직 중이었다.

서청원 의원실이 지난 2016년 9월에 진행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정책 연구 역시 연구 주제와 무관한 비전문가가 맡았다. 서 의원실이 연구를 수행했다고 지출 증빙 서류에 기재한 사람은 89년생 윤모씨인데, 뉴스타파가 확인 결과 윤씨는 한 토목회사에 과장으로 재직중이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20일 UPI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명백한 범죄행위가 확인된 백재현·이은재·황주홍 의원 3인은 형사 고발하고, 범죄혐의는 있지만 증거가 불충분한 강석진·서청원 의원 등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공감대가 모아졌다”면서 “오는 24일(수) 오전 11시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약식 회견을 갖고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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