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무임승차 방지'…EU·캐나다 '속도' vs 韓 '숙면 중'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3-07-10 18:05:57

EU, '정책 프레임워크' 도입 촉구 결의
입법 가속화하며 망사용료 논쟁 종착역으로
캐나다는 빅테크 뉴스 콘텐츠 무료 사용 경고
한국은 7개 관련법안 국회서 장기 계류 중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소송도 결론 미지수

구글과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의 '무임승차'를 막는 움직임이 유럽 등 주요국에서 속속 가시화하는데 한국은 잠잠하다. 관련법이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적 공방도 어느덧 10차 변론에 이르렀지만 판결 여부는 미지수. 2019년 시작된 두 사업자간 분쟁은 정치적 변수까지 더해지며 예측불허의 미로로 빠져들고 있다.

▲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각사 로고. [UPI뉴스 자료사진]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 제19-1부(부장판사 김유경·황승태·배용준)는 오는 12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채무부존재 확인'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 대한 제 10차 변론을 진행한다.

이번 재판에서 양사는 망 사용료를 둘러싼 대가 감정 방식에 대해 각자 주장을 펼친다. 양보 없는 기싸움이 예고돼 있다.

지난 5월 9차 변론에서도 감정 방식이 주요 쟁점이었지만 넷플릭스 측이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아 논의가 미뤄졌다. 이번 10차 변론에서는 양사의 추가 자료 제출과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어느덧 10차'…판결도 법안 처리도 묘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018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도쿄로 망 연결지점을 변경할 당시 합의가 있었느냐를 두고 대립 중이다.

넷플릭스측은 '무정산 유지' 원칙 하에, SK브로드밴드는 '선조치, 후정산' 원칙 하에 작업이 이뤄졌다고 맞서며 양보 없는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법적 공방은 입장차가 크고 이를 뒷받침할 계약서가 없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10차 변론도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망 이용대가 산정을 뒷받침할 입법도 국회에서 사실상 '잠들어' 있다. 법안 발의는 일찍 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차별 금지 의무화 △부가통신사업자의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화 △서비스안정성확보 의무대상사업자의 계약 체결 의무화를 포함해 7개의 법안들이 '숙면 중'이다.

尹 정부 변수와 정치 이슈, ICT 입법에는 걸림돌

여기에 현 정부와 넷플릭스의 '미묘한' 연결고리가 더해져 법안처리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때만 해도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납부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지만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가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에 대해 '콘텐츠 산업 관련 일자리 창출'과 '콘텐츠 제작 인프라 확충', '제작 기술의 고도화' 기회로 평가하면서 망 이용대가 지불 관련 법제화 작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가 넷플릭스와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여당도 망 사용료 관련 입법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인식이다.

여야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건을 두고 치열하게 대결하는 점도 ICT 관련 법안의 입법에는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EU, 입법 가속화하며 망사용료 논쟁도 종착역으로

한국과 달리 EU(유럽연합)와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은 빅테크들의 무임승차를 막는 입법을 구체화하고 있다.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는 지난달 '대규모 트래픽 발생기업(Large Traffic Generator, LTG)'의 망 이용대가 부담(Fair Contribution)을 골자로 '정책 프레임워크(policy framework)' 도입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통신망 구축 자금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정책적 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업계는 이 결의안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입법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회가 빅테크 기업들의 망 사용료 부담 책임을 확인함에 따라 입법 추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EC가 제출한 법안에 대해 유럽의회가 본회의 표결을 거쳐 EU 정상회의에서 추인되면 입법 절차는 완료된다. 망사용료 논쟁이 마침내 종착역을 향해 가는 모양새다.

캐나다, 빅테크 콘텐츠 무임승차 경고

캐나다는 빅테크들의 콘텐츠 무료 사용을 경고했다. 캐나다 의회는 지난달 22일 뉴스 콘텐츠의 공짜 사용을 방지하는 온라인뉴스법(Online News Act)을 통과시켰다.

온라인뉴스법은 디지털 플랫폼과 뉴스 매체 간 공정한 수익 배분 보장을 주 내용으로 한다. 법에는 뉴스 매체의 단체 교섭을 보장하고 디지털 플랫폼과 뉴스 매체가 상업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중재를 통해 이를 해결토록 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언론사들의 뉴스를 공짜로 사용하는 것을 막고 뉴스를 통해 유발한 트래픽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치다.

메타와 구글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법이 통과된 이상 시장 변화는 불가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해법이 마련되고 있는데 우리는 별다른 돌파구가 안 보여 답답하다"며 "공정한 비용 부담과 거래 관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의 조속한 입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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