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개명, 절연(絶緣) 의미하나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7-10 13:41:57

조승연으로 개명…'가족과의 인연 정리' 관측 대두
'땅콩 회항' 이후 오너 일가 폭언 파문 등 악재 이어져
한진칼 경영권 놓고 조원태와 대결…'3자 연합' 실패
한진칼 지분정리…조양호 회장 추모행사 4년째 불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이름을 바꿨다는 소식이 재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법원에 자신의 이름을 조승연으로 개명하겠다고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상속 과정에서 벌어진 형제간의 싸움 끝에 빚어진 일이어서 조 부사장의 개명이 혹시 가족과의 '절연(絕緣)'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까다롭던 개명 허가 2005년 대법원 결정 이후 쉬워져 

과거에는 이름을 바꾸려 해도 자신의 이름이 흉악범과 같다든지 놀림감이 될 만한 이름이 아닌 이상 법원에서 개명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05년 대법원이 개인의 성명에 대한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성명권의 남용이나 악용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개명으로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든가 채무를 피하려는 등의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명이 허가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개명이 흔하지는 않지만 주위에서 본인의 이름을 바꾼 사람을 종종 볼 수 있게 됐다. 

사실 인터넷 세상에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여러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본인 인증을 하는데 한동안 혼선이 있을 수 있고 은행계좌 각종 증명서 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름에 특별한 불만이 없다가 느닷없이 이름을 바꾸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나름 이유가 있다. 점집이나 작명소에서 본 이름풀이 결과가 너무 안 좋아서 개명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미신일 수 있지만 본인에게는 이름을 바꿔야할 만큼 절실한 일이다. 또 특정 종교와 관련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가 그 종교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된 사람에게도 개명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땅콩 회항'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대중에 이름 알린 조 전 부사장

그렇다면 조현아 부사장은 왜 자신의 이름을 조승연으로 바꿨을까? 물론 법원에 제출한 개명허가신청서에 그 이유를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본심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조 부사장이 지난 10년 동안 겪었던 뜻하지 않은 일련의 사태, 특히 동생인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빚은 상속 싸움에서 개명의 이유를 찾고 있다.

조 부사장은 고 조양호 대한항공 선대 회장의 큰 딸로 나이 35세에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 오르고 40세이던 2014년에는 대한항공 부사장 자리에 오를 만큼 대표적 '금수저'이지만 그렇다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은 아니었다. 대중에게 조 부사장의 이름이 각인된 것은 불행하게도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이었다. 경영인으로 막 날개를 펴려는 순간 돌이키기 힘든 과오를 저질렀고 그 결과 대한항공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좌절에 맞닥뜨린 것이다. 

조 부사장의 좌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의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한 달 뒤 여동생인 조현민 당시 한진칼 전무의 '물 컵 갑질'과 오너 일가의 폭언 파문 등으로 또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고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동생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경영인으로 뜻하지 않게 좌절을 겪던 조 부사장이 가족들과 반목하게 된 것은 고 조양호 선대 회장이 작고한 이후다. 새로운 총수로 등장한 동생 조원태 회장과 갈등을 빚게 된 것이다. 막내 동생 조현민은 경영에 복귀했지만 자신은 철저히 배제됐고 특히 대한항공 내 조 부사장의 측근들이 회사에서 떠밀려 나간다는 소문을 접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은 지주사인 한진칼의 경영권을 놓고 동생 조 회장과 대결을 벌이게 된다. 고 조양호 회장이 후계구도에 대한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은 채 갑자기 별세하자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일가 4명은 법정비율대로 상속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6.49%로 남동생 조원태 회장과의 지분 격차가 0.03%포인트에 불과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과 함께 소위 '3자 연합'을 결성해 치열한 경영권 분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3자 연합'은 2번의 정기 주주총회를 거치면서 단 1건의 주주제안도 통과시키지 못했고 산업은행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등장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완전히 패하게 된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은 2021년 3월 말, 1년 3개월 만에 와해되고 경영권을 노리던 조 부사장의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조 전 부사장, 경영권 분쟁 패배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 매각

이후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과의 인연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6.49%에 달했던 한진칼의 지분 정리에 들어간 것이다. '3자 연합'이 와해된 직후 주식 5만5000주를 KCGI에 넘긴데 이어 2021년 5월과 9월에도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매도해 지분율이 5%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지분 매도를 계속해 작년 말 기준으로 조 부사장의 한진칼의 지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이름을 바꾼 것은 연이은 불행에서 벗어나겠다든지 아니면 대중에게 나쁘게 각인된 자신의 이름을 벗어나려는 의도보다는 가족과의 인연을 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3자 연합'이 와해된 이후 대외활동을 중단했고 동생들과도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 조양호 선대회장의 추모행사에도 올해까지 4년 째 참석하지 않았다.

돈 때문에 싸우지만 결국에는 가족뿐

지금 우리 재계는 3대, 4대 승계 시기를 맞아 형제간 또는 부자간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서는 효성 그룹, 한국타이어 그룹, 아워홈에 이어 최근에는 LG그룹에서도 상속 갈등이 빚어지고 있고 대기업뿐 아니라 BYC 등 중견 기업에서도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의 분쟁으로 법정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럴 때면 '피보다 돈이 진하다'라는 말을 하곤 하지만 결국 형제가 다시 뭉치는 일도 적지 않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김호연 형제의 상속 다툼도 당시에는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싸웠지만 결국에는 화해하고 우애를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조 전 부사장의 개명이 10년 악운(惡運)을 벗어나기 위한 미신일망정 가족과의 절연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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