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문제 핵심은 '편법 승계'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6-19 15:09:30

경찰·공정위, '벌떼 입찰' 조사 2라운드 진행 중
1조3천억 이익에 608억원 과징금은 '솜방망이'
상속세법 무용지물로 만든 편법 승계 꼭 따져야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건설에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이번 제재의 대상이 된 2014년 2월부터 2017년 6월 사이의 '벌떼 입찰' 이외에 그 이후에도 계속된 '벌떼 입찰'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2세 회사들이 얻은 이익에 비해 과징금 규모가 너무 적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것이다. 

2017년 이후 벌떼 입찰은 '호반 2라운드' 될 듯

먼저 첫 번째 논란에 대해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명쾌한 답변을 했다. 원 장관이 자신의 SNS를 통해 호반건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호반건설의 2019∼2021년도 벌떼 입찰 건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 글에서 "정말 화가 난다"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조사범위를 이번 공정위 제재에서 제외된 2017년 이후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작년 8월 국회에 제출된 LH의 입찰 현황 자료를 보면 2017∼2021년에도 호반건설은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가장 많이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동안 모두 178필지의 공공택지 가운데 호반건설이 낙찰 받은 공공택지는 18필지로 집계됐다. LH가 공급한 공공택지의 10분의 1을 호반건설, 한 회사가 가져간 것이다.

원 장관이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공정위도 2017년 이후 벌떼 입찰 건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호반건설을 둘러싼 2라운드는 원 장관이 SNS에서 표현한 것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사안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과 서울 우면동 사옥. [UPI뉴스 자료사진]

공정위, 부당 지원 금액에 대한 적극적 해석 아쉬워

두 번째 논란은 공정위는 이번에 호반건설에 대해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역대 3번째 규모라고 설명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솜방망이라는 지적이다. 호반건설은 벌떼 입찰로 낙찰 받은 공공택지 가운데 알짜 택지 23개를 아들 회사에 양도해 아들 회사들은 5조8575억 원의 매출과 1조3587억 원의 분양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과징금은 고작 608억 원에 불과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아들 회사들이 알짜 부지를 넘겨받긴 했지만 자체적인 노력이 더해져 매출과 이익을 올렸기 때문에 아버지 회사가 얼마나 지원을 했는지 계산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액 과징금 최고액을 적용했다며 결코 솜방망이 처벌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시행 사업은 사업을 개시해 금융기관으로부터 PF 대출을 받을 때부터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제시하게 돼 있다. 이 사업 계획서에는 시행 사업의 비용과 매출 등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다. 그런데 아들 회사들이 사업계획서를 통해 예상한 이익은 9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물론 모든 사업이 예상과 결과는 다를 수 있지만 이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9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부당하게' 지원할 의도는 확실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정위도 적극적인 해석을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증여세 한 푼 물지 않고 승계 끝낸 호반, 허탈한 상속세법 

그러나 호반건설에 대해 일반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이것보다도 훨씬 근본적인 문제다. 벌떼 입찰로 낙찰 받은 알짜 택지를 아들 회사에 몰아주고 그 이익을 바탕으로 아들회사의 덩치를 키운 뒤 아버지 회사와 합병시킴으로써 증여세 한 푼 물지 않고 기업 승계를 마무리한 '편법 승계'가 핵심이다.

삼성 그룹을 비롯해 우리나라 재벌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가업을 승계하는 편법 상속은 여러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여론이 들끓곤 했다. 그래서 일부 총수는 구속되기도 했고 제도가 바뀌기도 했다. 그런데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부당 지원은 기존의 재벌들이 사용하던 편법 승계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것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기존 재벌들은 2세, 3세 이름으로 정보시스템 회사나 단체 급식 회사 등을 만들어 계열사 일감을 몰아줘 덩치를 키웠다. 그리곤 이 회사를 상장시키는 등의 방법을 통해 상속세를 내는 재원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호반건설은 아예 아버지 기업 모기업을 합병해서 아들이 경영권을 확보하는 '신의 한 수'를 구사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용인된다면 앞으로 상속 이슈가 있는 기업들은 온갖 수단을 사용해 아들 회사를 키우고 그 회사가 아버지 기업을 합병해 버린다면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다는 우리의 상속세법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호반건설 건은 과징금이나 부당 입찰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여나 편법 상속의 잣대로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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