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터널, 도서지역·건설업계 '윈윈' 사업으로 떠올라

박정식

pjs@kpinews.kr | 2023-06-07 14:40:08

소외 지방 접근성 높여 관광산업 발전 촉매 기대
시공사, 첨단 기술 노하우 축적해 해외시장 노려
"정부 SOC 투자 확대로 경기침체 극복해야"

최근 해저터널이 건설업계와 도서지역의 '윈윈'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업계는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를 극복할 먹거리로, 개발소외 지역은 경제 활성화 견인차로 해저터널을 주목하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저터널을 운영 중인 곳은 통영·가덕·인천북항·보령이다. 추가 건설을 논의 중이거나 추진 중인 곳은 △남해~여수 △창원(마산)~거제 △압해~화원 △포항~영일만 △인천~영종도 △전남~제주 △통영~거제 △당진~평택 등 전국 8개 구간이다.

▲ 보령 해저터널. 충남 대천항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국내 최장(약 6.9㎞) 해저터널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지방 균형 발전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 가속

이 가운데 남해~여수 구간과 마산~거제 구간이 추진 속도가 빠르다. 남해~여수 구간은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이르면 올해 11월 착공해 2031년 개통할 예정이다. 해저터널은 남해 서면~여수 신덕동 구간에 설치한다.

창원(마산)~거제 구간은 2년전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에 선정돼 지금은 기본계획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해저터널은 창원 구산면 심리~거제 장목면 황포리 구간에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압해~화원 구간은 전남도가 지역발전 필수 사업으로 선정, 예타 절차를 면제해주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사업에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다. 해저터널은 목포 달동~해남 화원 구간에 조성하는 방안을 세워 놨다.

포항~영일만 구간도 논의가 활발하다.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포항 남구 동해면까지 또는 포항신항까지 연결하는 노선을 검토하고 있다. 포항 앞바다인 영일만을 가로지르는 해저터널과 해상교량을 짓는 방안이다. 초기에 해군기지 입출항과 포항공항 이착륙에 방해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하고 예산 반영을 지시하면서 사업 추진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영종도 구간도 추진에 힘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약하고 인천시·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2공항철도 건설계획에 포함 검토하면서부터다. 올해 말까지 사업계획을 세우고 정부의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전남~제주 구간은 이낙연 전남도지사 시절과 이재명 대선후보 시절에 고속철도 해저터널 건설안으로 논의됐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목포~해남~보길도~추자도~제주도를 해상교량·해저터널로 잇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금은 제주 신공항 건설 추진으로 검토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태다.

통영~거제 구간은 남부내륙철도 구축의 하나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김천~성주~합천~진주~고성~통영~거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KTX) 노선 가운데, 통영과 거제 사이 해협인 견내량에 해저터널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이 사업은 경남도가 자연환경 피해 최소화와 스마트 설계·시공 방안을 검토하고 정부와 사업비 협의까지 마친 상태다. 한화·두산·호반 건설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평택 해저터널은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분기점과 평택파주고속도로 남광명분기점을 잇는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다. 정부와 충남도는 윤 대통령이 공약한 제2서해대교의 기능을 담은 방안을 수립해 올해 적격성 조사, 사업자 선정 등 후속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 2021년 11월 30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보령 해저터널 개통식. [국무총리실 제공]

지자체마다 경제 활성화 숙원사업으로 목매

해저터널 조성 효과는 이동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는다. 인근 주요 간선도로들을 연결·확충하는 사업을 함께 추진해 물류이동·유동인구·개발수요의 접근성을 높여 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토대로 주민불편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남해~여수 해저터널은 남해 서면~여수 신덕동 국도 4차로 신설, 남·서해안 해상관광교통로 단절 구간 연결 등과 함께 추진된다. 여기에 여수시와 남해군은 영·호남 화합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해 공동생활권 구축, 서남해안 관광상품 개발, 여수공항·고속철도역 접근성 개선 등에 나설 계획이다.

경남도는 창원(마산)~거제 해저터널을 통해 물류 육상 운송, 조선소·마산항 진출입, 가덕도 신공항 이용 등의 불편을 해소하고 남해안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전남도도 1004개 섬으로 이뤄진 지리적 불편을 압해~화원 해저터널 사업을 통해 서남해안권 국민관광지로 개발 승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포항시도 포항~영일만 해저터널로 포항영덕고속도로와 울산포항고속도로를 연결해 관광자원 활용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충남도는 당진~평택 해저터널을 활용해 아산 지역을 반도체·디스플레이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도시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세우고 있다.

지자체들은 대표 성공사례로 보령 해저터널(대천항~원산도)을 꼽는다. 2021년 12월 개통 뒤 통행차량이 연간 260만 대, 월 평균 21만 대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보령방문의 해 목표관광객 수 (2000만 명)를 거뜬히 초과해 머드축제·머드박람회 등 지역 행사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해저터널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예타 문턱에서 수차례 탈락되는 사업"이라며 "그럼에도 지방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지자체들마다 숙원사업으로 수십년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 대우건설이 침매(沈埋) 공법을 활용해 중동 최초로 이라크에 건설 중인 해저터널 공사 현장. [대우건설 제공]

건설사에겐 해외 진출 기술 경쟁력 고취 기회

건설업체에게 해저터널 사업은 불황 탈출을 위한 '먹거리'이자 고도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기대받는다. 

SK건설은 지하터널 시공 경험과 자체 개발한 터널발파 공법으로 2009년 튀르키예 해저터널 공사사업권을 따냈다.

대우건설은 2010년 가덕 해저터널 시공 때 침매터널 공법을 업계 처음 선보였다. 이 노하우로 지난해에는 발광다이오드(LED) 해저터널을 신규 사업으로 발표했으며 올해는 이라크에서 중동 최초 해저터널 건설에 도전하고 있다.

보령 해저터널을 시공한 현대건설은 해수 유입을 막고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공법을 입증 받았다. 이를 통해 암반 굴착, 로봇 드릴링, 해수 유입 제어, 터널벽면 시멘트 압력·유량·시간 제어, 주변시설물 손상 대응 등 다양한 기술 경험을 축적했다. 현대건설은 이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노르웨이 해저터널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DL이앤씨도 자체 개발한 기술을 앞세워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을 최근 수주했다. 빌딩정보모델링 터널 설계, 인공지능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고성능 단열·내화 콘크리트, 스마트 계측·장비 활용 등이 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DL이앤씨는 단방향 노선 대신 해저 분기터널을 적용해 개발소외지역을 연결하는 설계안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국토교통부 도로국 관계자는 "해저터널 조성은 도서지역을 육지와 연결시켜 개발 수요를 끌어들이고 단절된 국도를 연결·활성화하는 마중물 효과가 있다"며 "이를 통해 주민 불편 해소와 지방 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지난달 정부에 내년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예산 31조원 편성을 건의했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가 경제성장 둔화와 국내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하려면 정부 SOC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지방의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산업활동·일자리의 증가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박정식 기자 pj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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